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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1228_금요일_07:00pm
참여작가_고현주_권혁수_김미영_김영철_노순택_박정연 양혜규_오창섭_이영준_이용제_임근준_조습_천정환_최범
기획_김현호_이정혜 자문_김상규_박활성_이광준_최빛나
주최_베가스튜디오 후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_국민대학교 제로원디자인센터_청어람미디어 협찬_월간 디자인네트_월간 아트인컬처_문화기획 퍼슨웹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제로원디자인센터 서울 종로구 동숭동 1-1번지 Tel. 02_745_2490 www.zeroonecenter.com
"정치 디자인"은 기존의 현실 정치에서 만들어져 온 기술, 양식, 디자인, 언어, 공간, 시각성 등을 총체적으로 의미하는 제목이다. 즉 정치 디자인은 정치가 스스로를 정치로 위치짓기 위해서 만들어 내는 모든 차원의 특성에 관계한다. 그러므로 한국 정치의 물질성에 녹아 있는 복합적인 성분을 걸러 내어 각각의 성분들이 지니는 역사적 흐름을 읽어낸다는 것이 본 전시의 한 가지 목적이다. ● "디자인의 정치"는 정치적 사물이 아닌 일상 사물, 즉 일반적으로 디자인으로 여겨지는 소비 제품, 생활용품, 가구 및 일상 생활공간, 도구들, 패션 등을 대상으로 본다. 말하자면 여기에서는 보다 무의식적인 행동 양식과 생활의 패턴 속에 스며들어 있는 정치의 영역을 문제삼으며, 거꾸로 디자인을 통해 정치적인 활동을 시작할 때 정치적 언술의 차원이 아니라 일상적 무의식의 차원에서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생활을 조직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담아 내고자 한다. ● 말하자면 이 전시는 이중의 의미에서 정치적이다. 이 전시는 정치를 대상으로 하는 동시에 디자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공연히 환상을 심어주는 대신 오히려 디자인의 정치적 불구성을 드러내기를 원한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한국 디자인에 결여된 정치적 측면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한 작업이라고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본 전시를 통해 사람들이 디자인이라는 단어와 정치라는 단어를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열어주고 싶다는 바람이다. 그로 인해 디자이너들과 시민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원리를 이해하고 스스로 정치적 주체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익힐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 또한 모든 참여자는 연구자나 작가, 디자이너 모두 동등하게 각자의 정치적 주장과 발언으로 참여한다는 공통 과제에 따르게 된다. 말하자면 '한국 정치와 디자인의 관계'를 연결지어 스스로 생각한 바를 자신에게 가장 익숙하고 편리한 방식으로 표현해 보여주는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이 전시에 한해서 모든 참여자는 작가면서 동시에 연구자이고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서 모두가 '디자인의 과정'에 대해 좀더 고민해 볼 수 있고 또한 현재 디자이너들이 부딪히는 현실에서의 정치적 한계에 대해서도 역설적으로 깨닫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이데올로기는 결코 삶에서 떨어져 있지 않다. 오히려 그것은 공기처럼 삶을 감싸고 눈에 보이지 않게 기능하고 있다. 그것을 드러냄으로써 우리의 삶은 좀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정치는 무의식적으로 정치적 의식을 디자인하며, 디자인은 무의식적으로 정치적 의식을 대변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치에 개입함으로써 디자인을 바꾸고, 디자인에 개입하여 정치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 이정혜
국문학자이자 문화비평가로서 천정환은 순수문학의 신화를 타파하고 대중매체와 독서다중의 취향 및 유행 등에서 수용 양식의 변화를 고찰해 왔다.『근대의 책읽기』『끝나지 않는 신드롬』등의 저서를 냈고『혁명과 웃음』한『국 근대성 연구의 길을 묻다』『대담한 책읽기』등의 공저가 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빨갱이라는 말의 역사에 대해 탐구한다. 6.25 이전까지만 해도 별다른 뉘앙스가 없던 빨갱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하여 그런 모멸과 증오, 공포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고, 또 폭력을 정당화하는 기제가 되었는가를 풍부한 사료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디자이너로서, 비평가로서, 교육자로서, 권혁수의 한국 디자인계에서의 위상은 항상 변화하고 있다. 그는 2005년에 열린「라라 프로젝트」세미나에서 한국·자존, 정치·자신, 디자인·자립 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던 도중 어떤 부조리함을 만나게 된다. 그것은 한국 디자인의 정치적 좌절에 대한 개인적인 분노와 흐느낌이었고, 그 사건을 재구성함으로써 인간 권혁수의 인생에 압축된 디자이너로서의 문제의식을 거칠게 제시한다. 이를 통해 그는 사회적 주체로서의 디자이너라는 설정이 가능한지에 대해 질문한다.
이미지비평가 겸 기계비평가로서 이영준은 지속적으로 산업화의 표정을 연구해 왔다. 저서로『이미지 비평: 깻잎머리에서 인공위성까지』와 『사진, 이상한 예술』, 그리고 최근『기계비평』을 출간했다. 본 전시에서는 의자, 좀더 정확히 말해서 앉아서 대담을 나누는 정치 지도자들의 사진을 소재로 장쩌민과 마오쩌둥의 의자를 비평했다. 즉 정치가 의자라는 구체적인 사물에 어떻게 구현되었는가를 비평하는 흥미로운 작업이다.
이정우라는 가명으로 미술비평가 및 디자인비평가로 활동해 온 임근준은, 그가 선정한 몇 개의 기획전에 대한 아카이빙 개념으로 관객과의 대화를 기록한다. 관객은 천막 안에서 얼굴이 가리워진 상태로 그와 마주하며, 본 전시 정치 디자인, 디자인의 정치와 더불어 그가 관심을 두고 있는 화제인 사물의 정치적 차원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 일반적으로 도록에만 담겨 있기 마련인 연구자들의 작업이 전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점이 이 전시의 특이한 점 중 하나이다. 천정환과 권혁수, 이영준과 임근준의 문제 의식을 디자이너 이정혜가 시각적인 전시 언어로 변환하여 설치하였다. 이것은 인문학의 언어가 책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은 어떤 형태가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평택 대추리에 위장 전입해「얄읏한 공」, 「황새울 사진관」등의 논쟁적인 사진 작업을 해냈던 사진가 노순택은 북한의 아리랑 집체극을 촬영한「카드 놀이」라는 작업을 만들었다. 여기서의 카드는 물리적이고 특정한 카드가 아니라 하나의 선전체계를 의미한다. 정치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만들어낸 예술과 디자인의 형식인 시각적 장치들에 의존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래픽 디자이너 김미영은 자신의 논문「새마을운동과 천리마운동의 선전 선동적 시각이미지」를 기반으로, 국가가 국민의 이미지를 어떻게 다루었는가에 대해 발언한다. 국가가 원하는 국민의 이미지는 어떤 것이고, 또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가 김미영이 바라보는 지점이다.
이번 전시에서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치-서울 버전」을 발표한 양혜규는 미술가로서 작가 자신의 개인적 차원에서 겪었던 정치적 자각과 외적 풍토 등을 반추하면서 사회적 문제들을 사려 깊게 고민하고 많은 이에게 스스로의 상황 속에서 다중적인 해석이 가능하도록 열어 두는 작업을 해 왔다. 개념을 제시할 때 사전적인 의미로 통용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게 만들며, 이번 작업에서 역시 여러 개념의 망이 연결되고 분절되는 방식을 탐색하고 있다.
작가 박정연은 보편적인 상징 체계인 여러 나라의 국기를 시각적으로 조금 변형했을 때 발생하는 정치적 농담을 연작으로 발표하고 있다. 작가는 마치 디자이너인 양 진지하게 디자인의 논리로 작업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작업을 할 때 도안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번 전시에서「Korea(Reflected0)」,「Gaze & See(Our Half)」,「Plutonium Card(Rice Free)」세 점의 작품을 발표했다.
일반인의 출입이나 사진 촬영이 쉽게 허가되지 않는 공공 건물과 정치적 장소들의 내부를 촬영하여 전시한 「기관의 경관 Organ-Scape」을 통해 한국에서 공공 영역의 물적인 표상이 지니고 있는 외적인 체계를 보여준 바 있었던 사진가 고현주가 이번 전시에 참여하여 전시의 핵심 주제를 명징하게 보여주는 작품들을 전시했다.
직업적인 활동을 통해서 보다 나은 사회와 디자인을 향해 일종의 진지전을 수행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 김영철은「영원한 노스텔지어」포스터 연작을 통해 한국의 여러 정치 세력의 마음의 고향이 어디인지를 단순하고 강렬하게 시각화하는 작업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의 이미지가 정치적으로 사용되었을 때 지니게 되는 권력에 대한 물음을 포함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글자꼴은 몇몇 사람들에 의해 결정된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을 행사하게 된다. 인간을 위해 보다 나은 글자꼴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환경을 위한 글자 디자인은 가능할까. 글꼴 디자이너 이용제는 활자를 인쇄할 때 잉크가 번지는 성격을 이용해서 잉크를 절약할 수 있는 글꼴의 형태를 제안했다. 비록 눈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지만, 디자이너가 세심하게 개념을 잡고 환경을 고려함으로써 달라질 수 있는 작은 변화를 제시한다.
대중들은 매체 사진을 기준으로 역사적 사건을 인지하고 기억한다. 조습은 이렇듯 이미지로 알려져 있는 사건들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자신이 새롭게 연출한 장면들로 내러티브를 구성하고 일종의 가짜 역사, 또는 이미지의 스펙터클을 만들어 낸다. 본 전시에서는 납치와 인질, 포박 등과 같이 보다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체험의 차원으로 환원되는 폭력성을 정면으로 들이대는 근작들과 이번 전시를 위해 촬영한 신작들을 대형 스크린 설치로 발표했다.
『디자인과 키치『이것은 의자가 아니다』『인공낙원을 거닐다』등의 저서를 통해 꾸준히 디자인 연구 및 비평 활동을 해 온 오창섭은 최근 공공디자인 담론이 이슈화되는 현상을 보면서 디자인과 정치가 실제의 권력 관계들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서로의 권력화를 돕는 기제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진단한다. 그리고 자신의 공공디자인 작업「Between You and Me」를 통해 공공화장실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을 제시했다. ● 오랜 비평 활동을 집약하여 『한국 디자인을 보는 눈』을 발간한 디자인비평가 최범은 본 전시 도록에서 최근 디자인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는 국가 디자인을 주제로 역사적인 인식의 추이를 살펴 본다. 태극과 색동 등의 전통적인 소재 이외에 국가의 정체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국민적인 양식이 부재하는 현실에 대해 비판하였다.
한편 부대 전시로 『조립되지 않은, 혹은 생성되지 않은 의미의 기표 1970~2003; 한국 디자인 사료』전이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디자인에 어떻게 정책적으로 개입했으며 또한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활동의 범위를 넓혀 나갔는지를 알려 주는 사료들을 디자이너 이정혜가 열 여섯 개의 책상에 펼쳐진 책의 이미지들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Vol.20070104b | 정치 디자인, 디자인의 정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