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6_1216_토요일_04:00pm
작가와의 만남_2006_1216_토요일_04:00pm Presentation & Interview 지정질문자_홍경한(월간 Public Art 편집장·평론가) 조규현(미술자유기고가)_이창규(철학가) / 진행_김수철(작가) / 주관_독립작가연구회
베아트센터기획초대
베아트센터 경기도 평택시 비전 2동 832-7번지 Tel. 031_654_4642
존재(existence)의 귀향 展에 부쳐 ● 작가 김희곤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 작품은 어떤 뜻에서는 개성의 해방이다. 우리의 감정은 보통 금지되고 억압되어 있다. 우리가 예술 작품을 관조하면 곧 거기에 해방이 있다. 해방뿐 아니라 앙양(昻揚)이 있고, 긴장이 있고, 승화가 있다.'(허브드 리드) ● 작가 김희곤에게 예술이란 무엇일까? 하고 묻고 싶어진다. 그것은 말 그대로 존재(existence)에 대한 질기고 긴 탐색의 여정이었다. 그의 미술적 작업의 행로는 이러한 존재를 앞에 두고 고난하게 싸워온 흔적이 묻어 있다. ● 몸부림치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은 암담한 시기에 그는 질풍노도와 같이 캔버스 가득히 블랙홀 같은 서로 엉켜 있는 반추상적인 카오스적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잡아 보려고 한 시절이 있었다. '실재와 파생실재'를 통해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이어 갔고, 그 너머로 어렴풋이나마 어떤 구원의 여백을 보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그의 작업이 파생실재 속에서 끊임없이 주체적 실재를 찾는 고난한 여정이었다면 이제는 "존재의 귀향" 곧 "참된 존재적 삶"을 준비한다. ● 그의 작업 행태와 제작되어 나오는 작품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강력함으로 전율감을 불러 일으킨다. 삶 역시 그만큼 치열하다. 그 속에서 필자는 오체투지의 고통을 수반하는 단순함과 견고한 신심을 읽어 낼 수 있다.
작가의 초상화에 잡혀 있는 리얼리티 ● 작가는 필자가 방문한 학교 교무실에서 자신의 책상 옆에 앉자마자 사진으로 잡아 놓은 퍼포먼스의 한 장면을 보여준다. 두건을 쓴 가부좌. 실재와 파생실재화한 자기와의 대면. 알카에다 전사와 같이 검은 두건을 쓴 작가 자신은 가부좌를 하고 있음으로 명상에 들어간 자세다. 단순한 퍼포먼스이지만 대단한 실존적 표출이 아닐 수 없다. 사르트르식으로 표현한다면 '存在와 無'의 상관을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의 초상은 이렇게 출발하여 많은 초상 시리즈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 전시회에 출품할 등신상이 썰렁한 냉기가 감도는 미술실 한 켠에 세워져 있다. 하나는 백색의 두꺼운 MDF 판 위에 못을 박았다가 뽑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자신을 표현한 등신상, 또 하나는 같은 등신상 형태에 타카건으로 무수하게 핀을 박아 놓은 것이다. 큰 못과 작은 못으로 무수한 구멍을 내고, 3만 5천개 정도의 철핀을 판에 박는 고난한 작업을 통해 파생실재화한 자화상을 깨고 실재 즉 자기의 참된 존재를 구현해 내려는 실존적 삶을 몸소 체현해 낸다. ● 필자는 자신의 실존적 삶을 이렇게 생경하게 표출해 내는 초상화를 일찍이 본 일이 없다. "작은 구멍 큰 구멍을 수만 번 끝없이 박았다가 뽑는 반복 행위는 육체적인 고통을 수반하지만 나는 그 작업 자체가 나의 온 몸을 뜨겁게 달구면서 어떤 해방감으로 다가 오는 순간을 맛봅니다. 그것은 파생된 실재로 석고화된 나 자신을 부셔버리고 무화 시키는 행위이면서 동시에 나의 참된 존재를 드러내는 창조적 작업으로, 나는 만들어진 것이 아닌 만드는 자요, 나 자신도 만들어 가는 그런 존재라는 걸 알았습니다." 작가의 말이다. ● 이 작품을 보는 관람객들 역시 작가가 예상치 못했던 그 전율감 넘치는 감동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공감하게 되리라... 필자에게는 작가의 이 말이 禪師가 몸으로 선을 행하는 體禪과 같이 들리기도 하고 시지프스의 형벌의 신화를 떠 올려 주기도 하였다.
그것은 작가가 치열한 존재의 탐색을 통해 지금 어느 지점에 와 있는가를 가늠하게 해 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석고붕대로 자신의 머리를 감싸 떠낸 두상, 플라스틱 박스에 갇혀 있는 바비 인형, 붕대에 감겨져 새어나온 검은 피 흔적을 보여주고 있는 강아지 인형, 검은 비닐로 꽁꽁 동여매어진 의자, 미술잡지 표면을 검게 칠을 해놓고 면도칼로 도려내어 형상화한 백남준의 肖像.... 이들은 모두 物我同格으로 잡힌 오브제들로 부조리한 파생실재에 대한 반동의식을 통해 실재에 대한 갈망을 표출해 낸 것이다. 석고붕대, 플라스틱 박스, 검은 비닐, 꽁꽁 동여맨 끈, 그리고 어둡고 칙칙한 이미지들은 모두 파생실재화된 것들이며, 그 부조리함에 대한 반동의식을 끊임없이 자극하여 어느 순간 나의 실재 즉 나의 참된 존재를 환하게 드러내 보이기 위한 것이다. ● 그 질기고 긴 존재의 탐색 끝에 작가가 이곳까지 왔구나...하는 감회가 앞선다. 이들은 작가가 화업 이십 년만에 얻어낸 里程이다. ● 이번 전시는 그의 개인전 6회 때까지 보여 주었던 그 모든 치열한 모색이 모두 한 군데 모여 두건을 쓴 자화상이나 못질을 해댄 등신대상에 수렴되고 있다. 파생실재의 부조리함 속에 실재를 갈망하는 존재의 시선을 확보하고 자신이 예감했던 여백 속에서 침잠의 명상을 하기 시작하는 단계까지 와 있다. '실재와 파생실재'와의 관계가 이젠 불편한 것이 아니고, '만드는 자와 만들어진 것'과의 관계로, 끊임없이 나를 만들어가는 것이 곧 참된 존재적 삶임을 깨달은 것이다. ● 한마디로 작가 김희곤의 '존재(existence)의 귀향 展'은 '실재와 파생 실재'라는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에서 출발하여 이제 '참된 존재적 삶'에 도달한 것이다. '참된 존재적 삶'은 멈춤 없이 끊임없이 창조하는 행위 자체이며 자유로 귀결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 김희곤이 참된 존재적 삶을 깨닫고 삶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새로운 이정표로 읽힌다. ■ 조규현
Vol.20061214a | 김희곤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