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6_1129_수요일_05:30pm
갤러리 31 서울 종로구 관훈동 31번지 Tel. 02_732_1290
『작업노트-0409』 ● 나는 타인과의 관계 내에서 존재한다. 타인들과의 세계가 없다면 '나'라는 것이 존재할지 의문이 든다. 그러므로 자화상에서 실존주의적 시선이 아닌 내가 속해있는 외부세계의 눈으로 자신을 본다. 현대사회의 대중 안의 한 사람인, 나는 단순한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문화적인 관계에서 나를 찾고 드러내는 방식으로써 나를 상징하는 사물이나 이미지에 집착한다. ● 웹상에서의 여러 커뮤니티 안에서의 자신의 프로필에 첨가되는 이미지들, 캐릭터들, 사진들이 이런 예에 속한다. 각각의 커뮤니티에 따라 나를 대표하는 기호들도 각자 다르다. 각 분야에서 다르게 존재하는 나의 이미지들은 나의 전체가 아닌 나의 부분인 셈이다. 그러나 나의 파편들은 그 공간에서 '나'의 전체를 가리킨다. 그 파편들은 실제 나의 존재보다 더 실재같이 여겨지는 것들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시선, 사회적 기준이나 기대에 빗대어 나타나는 무의식적인 충족되지 못한 욕망이나 욕구를 투사한 또 다른 자아이기도 하다.
『작업노트-0610』 ● 사건의 현장의 단편적으로 남겨진 흔적과 단서(trace 혹은index)를 통해, 하나의 사건과 인물을 추리하는 것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위의 주제를 표현하고자 했다. ● 다른 사람들은 나를 내가 자주 신던 특이한 신발, 자주 착용하는 소지품의 특징적인 무늬, 색감과 비슷한 사물이나 이미지를 보면 나를 떠올려준다. 심지어는 내가 그리는 비슷한 그림들과 색채를 보고도 '나'의 것, '나'다운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사물들과 이미지 사이에서는 뚜렷하게 동일한 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만 '나'라는 것을 통해서 불완전하게 묶어지는 애매한 관계일 뿐이다. 그러나 각각의 것은 나를 추리할 수 있는 나의 인상적인'조각'인 것이며 '나'를 예상하게 만드는, 타인들이 나에게서 느낀 강렬한'단서'이다. '조각(파편, 분신)' 역시 나라는 존재를 이루는 것들 중의 하나인, 나의 기존의 작품에서 부분을 발췌한 나의'조각'자체 이다. '조각'들은 타인들이 캐릭터화한 가장 '나'다운 자화상을 상상하게 해줄 것이다. ■ 손지나
Vol.20061129f | 손지나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