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피는 꽃 Bloom in the mountain

임정주 회화展   2006_1124 ▶ 2006_1213

임정주_산에 피는 꽃_45×53cm×4_혼합재료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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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1124_금요일_06:00pm

송은갤러리 서울 강남구 대치동 947-7번지 삼탄빌딩 1층 Tel. 02_527_6282 www.songeun.or.kr

"감춤(隱)"과 "드러냄(秀)"의 變奏로 형상화된 山水自然 ● 예술가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연을 모티프로 해서 끊임없이 그 예술세계를 창조하고자 하였다. 예술은 자연을 끊임없이 닮고자 했고, 새로운 자연 형상을 쉼없이 발견하여 재해석하였다. 작가 임정주의 작업도 이러한 맥락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변화를 시도했다. ● 작가는 말한다. 전통 산수화의 수묵작업을 현대화시키고 싶었다고. 작가의 바램은 「산에 피는 꽃」 연작들로 꽃을 피우는 듯하다. 이 연작들은 전통 산수화의 맥락에 서 있으면서도 현대적 느낌을 도외시하지 않는다. 나뭇잎과 가지로 형상화된 부분 부분의 이미지는 전체 산수 자연의 이미지를 구성하며, 하나하나 돋보이기를 바라지 않으면서도 자연이 갖고 있는 다양하고 화려한 색채를 수수하게 드러낸다. ● "다양하고 화려하면서도 수수한 색상의 드러냄"- 즉 색채와 형상성의 "감춤(隱)"과 "드러냄(秀)"의 변주로 표현된 자연의 형상성이야말로 작가가 포기하지 않은 한국적 미감의 적극적 수용점이다.

임정주_산에 피는 꽃_혼합재료_53×45cm_2006

임정주 특유의 "감춤(隱)"과 "드러냄(秀)"의 표현 기법적 변용은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를 그림으로써 형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숨겨져 있는 것을 '향'으로 태움으로써 실현시킨다. 작가가 숨겨놓은 세상, 교묘히 숨어 있는 자연은 드러냄을 위한 감춤이다. 여러 가지 색채로 곱게 물들여진 자연의 색채는 드러내기 위해 감추어지고, 물들여진 색채와 향에 의해 곱게 타들어간 선지의 자연스러운 색으로 다시 태어난다. 선지는 여러 겹으로 포개어져 아래 쪽에 선염된 색채를 곱게 우려낸다. 최종적으로 드러난 화면의 여백도 그저 남겨진 백색의 여백이 아니라 곱게 우려진, 수줍게 드러난 자연의 공간으로 존재한다. 이것은 신명나는 것을 은근하게 드러내는 '흥(興)'과 슬픔을 애써 억누르며 품고 있는 '한(恨)'의 한국적 감흥과도 만나는 지점이다.

임정주_산에 피는 꽃_혼합재료_60×50cm_2006

"감춤"과 "드러냄"의 색채 향연으로 작가는 자연스럽게 산수의 형상을 이루어낸다. 고대 동양에서는 산수를 그리는 것을 道의 구현이자 체현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산수화에는 일시적이고 순간적으로 변화하는 자연 그 자체를 아름답게 표현한다는 목표보다는 道의 오묘한 원리로 움직여지는 "스스로 그러한 自然"을 담고자 하였고, 마음 속 깊이 자리하고 있는 머물고 싶은 자연을 표현해내고자 하였다. 이런 산수화의 경계를 이어 작가는 향을 태우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산수 이미지를 창출해내었다.

임정주_산에 피는 꽃_혼합재료_40×40cm_2006

향은 전통적으로 몸과 마음의 부정적인 기운을 없애고 맑고 깨끗한 기운을 받아들이기 위해 태우는 것으로 종교의식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재료이다. 작가는 향으로 선지를 태우는 특이한 기법으로써 자연이 갖는 숨겨진 원리를 드러내려는 듯하다. 마음을 그리는 寫心의 추상, 알고 있고 마음으로 느꼈던 관념적 단계로 자연을 드러내는데 있어서 향은 그 의미에 있어서나 재료의 사용에 있어서 한국적 미감을 보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것에로 나아가는 적극적 전환을 이루어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임정주_산에 피는 꽃_혼합재료_40×60cm_2006

또한 '향으로 선지를 태우는 것'은 의도적이면서도 의도되지 않은 것의 드러남을 동반한다. 이것은 지극히 인위적인 행동에서 유발되지만 자연적인 표현이 가미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자연스러운 성질이야말로 자연을 표현하는 최상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가리고 가리우는 인위적인 행동으로부터 자연스러운 드러남의 표현으로의 이행, 이것이 작가가 고민했던 자연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임정주_산에 피는 꽃_혼합재료_91×72cm_2006

이 방식으로 드러나는 색채와 이미지는 감춤으로써 드러날 수 있었고 이것은 의도했지만 의도하지 않은 것들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것이 작가의 작품세계에 드러나는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드러나지만 온전하게 드러나지 않는 색채와 형상성의 변주, 그 너머로 남아 있는 은은한 여백효과에는 작가의 작품에 대한 애정이 온전히 드러난다. 작가에게서 더욱 더 다양한 자연의 형상성을 한껏 기대해본다. ■ 김연주

Vol.20061128d | 임정주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