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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1122_수요일_05:00pm
가나아트 스페이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3층 Tel. 02_734_1333 www.ganaart.com
재료를 다룸에 있어서 각각의 재료는 그 물성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철은 차가우면서도 강인함을 주고 돌은 우직함이나 우아함을 준다면 나무는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작가 오제훈은 그녀의 작품 재료로써 나무를 선택했다. 물론 작품 속에 쓰여진 나무는 내용상 주연이라기보다는 조연의 기능을 하고 있으며 물론 주연은 사람이다. 나무에 홈을 파내어 그 속에 들어가 있기도 하고, 도서관이나 집, 또는 프린트된 나무 이미지의 한 모퉁이에서도 그는 존재한다. 그리고 그 사람은-비록 남성으로 표현되고 있지만-바로 작가 자신이기도 하다. ● 그렇다면 작가는 왜 굳이 나무를 선택했을까? 나무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또 왜 그 속에는 자신을 상징하는 사람이 들어가 있을까? 그녀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녀의 티 없이 맑은 표정과 발랄함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을 통해 표현되어지는 작가의 모습이 조금은 쓸쓸해 보이기도하며 또 그녀가 쉴 수 있는 대상을 찾고 있는 듯하기도 하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 작가의 이러한 모순적 모습은 다름 아닌 '자아 찾기'로 해석할 수 있다. 20대 중반을 조금 넘어선 나이, 아직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많고, 작가로서 혹은 한 독립된 개체로서의 홀로서기에는 다소 초년병인 작가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확신이었으리라.....그래서 무엇보다도 자신의 정체성, 자아의 발견은 가겹게 넘길 수 없는 필연과도 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작가가 선택한 소재인 나무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일반적이고도 전통적으로 사용되는 대부분의 조각재료가 비 생명체인 것에 비해 나무는 그렇지 않다. 비록 대부분의 재료가 자연에서 취하는 것일지라도 나무가 갖는 성질은 여타 재료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 작품 속에 등장하는 나무의 모습은 다양하다. 때론 자연상태 그대로 사용되기도 하고, 때론 집과 같이 인위적으로 가공한 모습으로 변형하기도 하며, 또 어떤 작품에서는 나무의 이미지만을 차용하고, 또 다르게는 나무의 일부 부산물의 집적으로 존재한다. 이렇듯 하나의 재료로써 다양한 표현을 한 것은 한편으로는 재료를 대하는 작가의 재치이기도 하며, 또 한편으로는 많은 생각들과 갈등 상황이 쉼 없이 작가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형태들 속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자연을 통한 치유, 즉 아픔, 고통, 갈등, 슬픔 등의 치유, 그리고 그것들로부터의 홀로서기로서의 자아의 발견, 결국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은 자신이 진정으로 독립적 개체로 거듭나는 과정이며, 발견되어지는 자아는 곧 작가 자신의 안식적 공간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으로부터의 치유라 함은 나무라고 하는 생명의 공간을 통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여행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여행은 공간적 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시간적이다. 예를 들어 작품「Missing」는 나열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상황이 '잊혀져 가는...' 이라고 하는 시간의 흐름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시간의 흔적들은 개별적 작품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문맥을 통해서도 느껴진다. 전체 작품을 통해 보여지는 모습들은 특정한 시간의 정지된 상태가 아닌 지속적인 흐름을 통해 진화하고 있는 듯 하다. 비록 작품 「일상」처럼 현재 '자아 찾기'와 '휴식'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완결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이것은 완결이 아닌 앞으로도 계속될 일종의 과제와도 같은 것이며,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고리와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 그녀의 시간여행은 현재 마침표를 찍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여행은 계속될 것이고, 그 여행의 목표 또한 지금과는 같지 않으리라. 과거가 되어버릴 현재가, 그리고 현재로 다가올 미래가 매 순간순간 소중한 이야깃거리가 되어져 작품화되길 기대한다. ■ 이영호
Vol.20061122f | 오제훈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