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기억

야나기 무네요시가 발견한 조선 그리고 일본展   2006_1110 ▶ 2007_0225 / 월요일 휴관

진사호작문항아리_28.7×24.3cm_18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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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민미술관 서울 종로구 세종로 139번지 Tel. 02_2020_2055 www.ilmin.org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1889~1961)는 한국미를 논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미학자이며 실천가입니다. 그는 일제시대에 경복궁에 조선민족미술관을 세우고 다양한 저술활동을 벌이는 등 조선 미의 가치를 일깨웠습니다. 그리고 민중의 생활미술을 중시하며 '민예'라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그가 수집한 일본민예관 소장품 200점과 60여점의 다큐멘터리 자료들로 이루어진 이 전시는 야나기의 미학세계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그리고 총체적으로 살펴보는 기회입니다. 문화를 통해 먼 기억을 돌아보며 한국미를 새롭게 생산하는 토대가 되길 기대합니다.

1916년, 첫 조선방문. 신라시대의 해인사 탑 앞에서

1916년 해인사 3층 석탑 앞에서 중절모를 손에 들고 선 한 청년의 사진이 있다. 조선과 중국을 처음 여행하던 이 일본 청년은 불국사와 석굴암 등지를 답사하며 조선과 기나긴 인연을 맺게 된다. 90년이 지난 지금, 이 사진은 우리로 하여금 먼 기억 속 우리의 실제를 찾는 여정으로 빠져들게 한다.

청화모깎기초화문표주박형병_13.5×10.9cm_18세기

이미 조선 항아리의 아름다움을 접했던 야나기 무네요시는 20여 차례에 걸쳐 조선을 방문하며 조선의 미에 더욱 빠져들게 되었으며 우리 민족이 깨닫지 못한 미의식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단지 이론가이거나 또는 단지 수집가가 아니었던 야나기는 이론과 행동이 함께 어우러진 현실감 있는 글과 수집으로 많은 이들의 존경과 평가를 받았다. ● 야나기는 석굴암 조각의 가치에 대한 평가나 광화문 철거에 대한 애통함을 담은 글을 통해, 또한 일본의 미가 상당부분 조선으로부터 유래되었다는 사실을 토대로, 조선 미의 실용적 아름다움을 이론적으로 전개함으로써 식민지시대 우리문화의 가치와 조선인의 긍지를 깨달을 수 있도록 애를 썼다. 그 노력의 결실은 도자기를 포함해서 생활 미술, 즉 공예를 보여줄 수 있는 '조선민족미술관'을 개관하기에 이른다.

야끼시메흑유항아리_31.7×28.5cm_에도시대

서구문물이 동양으로 유입되는 근대화과정을 겪으며 문화의 절대적 가치가 서양에 있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 경향을 안타까워하며 야나기는 민중의 생활에서 고유의 개성을 찾아 근대성의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했다. 그러나 의미 담긴 그의 노고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 채, 야나기가 조선 미를 비애의 미라고 했던 것은 식민지 하의 조선을 폄하하려는 시각이 그의 의식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문제가 제기되어왔다. ● 야나기는 민중의 예술, 즉 민예(民藝)라는 용어를 만들고 민예운동을 이끌었으며, 조선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민중의 삶이 담긴 공예품들을 수집하고 활발한 저작활동을 펼치며 민족의 다양성을 존중하려했다. 아직까지도 한국과 일본의 미학을 거론함에 있어 결코 빼놓을 수 없다는 사실에서 그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다키타고이치_백자사각그릇_5.5×18.5cm_1949

일민미술관이 마련하는 「문화적 기억: 야나기 무네요시가 본 조선 그리고 일본」전은 야나기가 모은 수집품으로 세워진 일본민예관의 조선, 일본 관련 소장품과 관련 도큐멘터리로 이루어진 전시이다. 조선의 도자기 뿐 아니라 목기, 석기, 짚공예 등 생활 속에서 대중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다양한 민예품을 비롯해서 일본의 민예품, 그리고 조선 미와 야나기 공예론의 영향을 받은 일본 현대 민예품들이 전시된다. 그의 콜렉션을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이 전시에는 야나기의 행동과 철학 뿐 아니라, 조선민족미술관 설립을 위해 함께 조선을 방문하여 기금마련 독창회를 개최했던 아내 가네코의 공연이 담긴 영상물도 보여진다. ● 일민미술관은 야나기의 문화적 삶, 열정, 사상을 어떠한 편견도 없이 있는 그대로 드러내어 보이고, 감상하는 이들이 스스로 경험하고 느낄 수 있길 바라며 이 전시를 기획했다. 야나기의 시선에서 조선을 돌아보는 이 전시가, 기억을 더듬어 우리가 알지 못했거나 혹은 잃어버린 우리의 참 모습을 찾아가는 밑거름이 된다면 더더욱 의미 있는 일이 되겠다. ■ 김희령

Vol.20061120a | 문화적 기억: 야나기 무네요시가 본 조선 그리고 일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