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6_1108_수요일_06:00pm
갤러리 올 서울 종로구 안국동 1번지 Tel. 02_720_0054
다시 찾은 이름, Lady ● 눈을 실처럼 가늘게 뜨고 현재로부터 멀리 떨어진 시간의 흔적을 엿본 적이 있는가. 우리네 과거가 담긴 어릴 적 사진을 보노라면, 낯선 우리의 모습 뒤로 '자신의 이름'과 이별한 '어머니'의 생소한 초상을 엿볼 수 있다. 한 사람의 'Lady(여성)'으로 살았던 그들은 '母性愛'란 공통분모 속에서 본연의 이름을 상실하고 '자식의 그림자'로 살아가기를 자처한다. 자신을 밟고 서라도 자식이 높은 곳에 서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바로 어머니가 가진 위대한 힘이다.
색을 덜어내고 표정을 덜어낸 신영훈의 인물에는 세월의 깊이를 감싸 안은 어머니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식은 어머니의 모든 것이기에, 추운 한파에도 자식의 몸을 온기로 안을 수 있었고 굶주린 배도 자식의 배부른 모습 속에 묻을 수 있었다. ● 작품 속 인물들은 작가의 '어머니'와 그의 '어머니',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다. 작가의 시선은 '어머니'란 한 가지 이름 속에서, 'Lady(여성)'로서의 삶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과거' 속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의 감정을 모두 배재한 무표정한 얼굴, 과거의 흔적을 포갠 듯 한 먹의 중첩, 삶 전체를 보여주는 듯한 無心한 시선처리는 작가가 表象하고자 한 어머니의 모습이다. ● 작품을 접하는 觀者의 첫인상은 각각의 인물이 가진 'Lady(여성)'로서의 고유한 이름과 접하면서 바뀌게 된다. 두 번, 세 번, 작품을 바라볼수록 연이어 달라지는 작품의 인상은 忍苦의 세월을 참아내야 했던 '어머니'란 공통분모 裏面에 자리한 여성이란 이름의 본래적 顯現이다. ● 신영훈의 작품은 '어머니'에 대한 자기 성찰적 回顧이자, '어머니'이기 때문에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되찾아주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는 제 앞길 가기에 바빴던 자식들에게 더러는 잊혀지면서도 끝없는 용서로 우리를 감싸 안은 어머니의 마음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 안현정
Vol.20061118b | 신영훈 수묵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