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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1108_수요일_05:00pm
노암갤러리 서울 종로구 인사동 133번지 Tel. 02_720_2235 www.noamgallery.com
"침묵의 조형언어로 물질과 이미지 변화"-「목리」연작과 그 이후의 작업 ● 최경수는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작업을 한다. 집 뒤에 산이 있고, 밭이 있어 농사를 지으면서 그림도 그리고, 조각도 하며, 최근엔 사진과 디지털 이미지 변형작업도 같이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들면서 시대의 증인처럼 그는 무언가 증명하고자 한다. 고립된 장소에서 자신의 기억을 바탕으로 침묵 속에서 조형언어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환경에서 벗어난 개인의 주관적 사고와 물질이 갖는 한계를 탐구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한다. "바람은 허공에 머무는 바 없이 소리를 만들고, 구름 역시 머무는 바 없이 형상을 만든다."라는 그의 선문답 같은 시가 독백처럼 들린다. 그의 독백은 고요와 침묵이 넘치는 외침이 되어 우리 자신을 생각하게 한다. ● 초기 그의 작업은 '목리', 즉 나무 나이테를 조각하고 그리는 작품이었다. 목리는 나무의 질감(質感)이나 양감(量感)을 각양각색으로 보여주며, 작가는 이러한 나무의 다양한 형태와 색채를 소재로 작품이 나타난다. '목리'가 주는 섬세한 형태와 독특한 색채의 매력에 빠진 그는 오랜 동안 자연과 인간, 전통과 현대, 풍토성을 생각하면서 작업을 진행시켜 나온 것이다. ● 작가는 「목리」 연작에 관해 "목리를 통한 새로운 창조나 변형만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닌, 목리가 가진 숨겨진 내면들을 밖으로 끌어내는 역할"을 우선적으로 추구한다고 말한다. 그 결과로써 얻어진 「목리」 연작의 형태와 색채는 자연과 인간, 시간과 공간이 대화를 나눈다. 신표현주의 양식의 회화로 그의 모티브는 장승과 가면 등 전통적 소재로 이루어지며, 시공간의 상이(相異)에 따라서 주제가 다른 작업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최경수의 「목리」 연작과 그 이후의 변화와 관련되어 본고에서는 물질의 개념과 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아울러 물질의 개념변화를 통해 양식적 변화, 그리고 시대적 의미를 담는 해석이 강조된다. 이는 작가의 작품에 나타난 조형성이나 주제의식보다 더욱 강조되기 때문이다. 물질의 개념 변화와 특징은 모더니즘 이후 언급되는 개념 문제로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설정해본다. ● 「목리」는 나무라는 '물질'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즉, '목리'는 그 자체가 독특한 물질로 언급될 수 있다. 여기서 물질(物質, materal)은 물체의 본 바탕으로 나무의 실체이며, 섬세한 형태가 되기도 한다. 사물의 실체로 나무라는 물질은 자연계의 구성요소로 설명되며, 하나의 실체, 대상을 말하고 있다. 이처럼 나무는 공간의 일부분을 차지하며 주제와 이미지의 근원을 이룬다. ● 이론적으로 미술에서 물질은 사전적 의미처럼 구체적 '재료'(matiere)만을 언급한다. 그러나 최경수의 작업에 물질은 목리라는 자연 이미지가 되기도 하며, 때로 그가 제작한 입체적 작품의 조각에서는 나무 그 자체가 물질로 언급되기도 한다. 여기서 물체의 본 바탕을 이루는 물질을 우리의 전통성과 현대성을 가미시킨 미학적 개념으로 접근해 본다. ● 우선 그의 「목리」 연작에서 나무는 독립된 객관적 모티브이며 대상이다. 그의 물질은 물체, 그 자체로 지각(perception)과 감정(affection/sentiment)을 갖추기도 한다. 특수한 '물질'로 「목리」를 생각하는 것이다. 특수한 물질은 단순한 물질의 속성과 달리 기억(memoire)과 사고를 진행시킨다. 정신적 실재로 물질은 이미지(표상)로 존재하고 있다. ● "나는 이미지들 전체(la totalite des images)를 물질이라 부르고, 나의 신체 이미지들을 물질에 대한 지각이라고 부른다."라는 앙리 베르그송의 말처럼 우리는 이미지를 지각한다. 그 자체로 존재하는 목리라는 물질은 이미지이며, 신체(corps, body)가 되고, 지각(물질)과 정념(비 물질)의 이미지(표상)로 존재한다. 즉, 나이테가 있는 나무의 특성을 살린 형과 색의 「목리」 연작은 인간의 신체(corps, body)처럼 물질의 잠재의식과 정념을 갖춘 존재로 나타난다.
최경수는 작가는 물질과 정신의 단순 구분을 피하기 위해 물질의 이미지를 언급한다. '물질'과 '정신'의 구분이 아닌 통합의 의지를 「목리」 연작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그는 "색이 무너진 자리, 모든 것이 무너진 자리에서 씨알이 싹트듯 어둠 속에 밝음이 있고, 꺼진 재속에 한 줌의 불씨가 있다."라고 말하면서 꺼져가는 생명의 불꽃을 살리듯 어렵게 「목리」 연작을 지속시켜 나가고 있다. ● 생활과 작업이라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 그는 "사람들의 영혼에 풍부한 감성(感性)을 불어 넣는" 희망으로 「목리」를 변화시키고자 한다. 나무가 갖는 독특한 물질성과 이미지의 결합이 새롭게 펼쳐진다. 그의 이미지는 한국적 전통과 향토성으로 '목리에 의해 제공되는 어떤 특별한 이미지'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물질로 출발하며, 물질은 우주 전체를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결과적으로 생명체의 표본으로 물질, 목리는 '기억'을 매개로 정신세계를 접촉하고, 침투하며, 체험하는 것으로 각인시킨다. ● 「목리」 연작 이후 제작된 작업은 에로티즘을 주제로 사진 이미지 작품이다. 인물의 누드와 식물 등 이미지 변형과 중첩이 사진 작품처럼 평면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목리」의 물질과 달리 사진이라는 비 물질 요소를 이야기하고 있다. 현대미술에서 비 물질(immateriel)은 1)형태가 없는 상태의 물질, 혹은 감각이며, 2)자연 물질과 닮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는 물질의 증발과 기화 작용은 에너지를 생산하며, 미디어 아트 등이 비 물질 작업을 대표한다.
최경수의 비 물질 작업은 디지털 이미지 전이가 이루어지면서 변화를 갖는다. 그의 비 물질 요소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진 이미지이다. 에로틱한 여인 누드의 변형과 가시나무의 중첩 등 그의 사진 이미지는 관객을 유혹하며, 혼란스럽게 만든다. 변형된 누드 인체와 자연 이미지 결합이 심리적 충격을 준다. 동시에 복합적 성격의 인체와 자연 이미지는 구체성을 가지면서 혼란스러움보다 차분함을 유도한다. 비 물질의 이미지 효과는 중복과 반복의 여과과정을 거쳐 익명적 성격을 나타낸다. 차분한 분위기가 익명성을 더욱 강조한다. ● 초기 그의 「목리」 연작을 통한 물질 추구와 후기 변화된 이미지 표현은 우리에게 충격을 준다. 특히 산골에서 이루어지는 디지털 이미지 작업은 도시에서의 작업이라는 고정관념을 파괴한다. 작가는 물론 감상자도 확장된 미술의 장소성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장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적 물음이며, 자연과 인간이 대화는 어디에서나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대답을 준다. ● 이처럼 산골 농가에서 디지털 기법의 이미지 작업을 실험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오늘날 미술가들의 과제인 자아의 정체성 모색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작가의 폭넓은 기법 탐구와 물질, 비 물질 개념, 그리고 인간의 몸과 자연의 부분을 결합시키고자 하는 이미지 탐구에서 우리는 독특한 침묵의 조형언어를 발견하게 된다. ● 결론적으로 최경수의 작품세계를 통해 우리는 현대라는 시대성 속에서 전통과 새로운 양식의 실험, 그리고 예술에 있어서 물질과 정신이라는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이미지 변화에 따른 자아의 정체성은 어디서, 어떻게 다시 나타나고 있는가? 등 원론적 질문과 「목리」 연작과 그 변화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현대미술 연구로 나무의 물질과 이미지의 비 물질성 탐구로 시작된 그의 작품은 예술에 있어서 정신적인 것의 추구이다. 우리는 나무의 나이가 새겨진 목리의 형태처럼 시간이 새겨진 회화적 표현에 주목하게 되었으며, 더 나아가 새로운 이미지 실험과 도전에 충격과 기대감으로 내일을 생각해본다. ■ 유재길
Vol.20061116d | 최경수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