氷下佳景 - Frozen Flowers

홍주영 사진展   2006_1115 ▶ 2006_1121

홍주영_氷下佳景 - Frozen Flowers_컬러인화_2006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갤러리 룩스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6_1115_수요일_06:00pm

갤러리 룩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5번지 인덕빌딩 3층 Tel. 02_720_8488 www.gallerylux.net

氷下佳景 - Frozen Flowers ● 나는 꽃 이미지를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꽃의 단순한 복사가 아닌 얼음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고 영상화함으로써 독창적인 조형미와 인간내면의 희로애락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냉각 중 변형에 의해 생성되는 꽃의 형태와 얼음속의 기포, 유채색과 무채색의 대비와 조화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촬영기법을 통해 나의 내면에 내재한 희망과 사랑, 경이로움 그리고 환희와 고통 등의 감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이런 의도로 만들어진 꽃은 현실적으로 지구상에 존재할 수 없는 새로운 형상물로 재창조되었고 이 새 이미지는 꽃이라는 피사체로 한정시켰던 우리의 인식을 확장시켜줌과 동시에 표현영역의 확장 등 자연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변화를 충분히 경험케 해준다. ● 제작과정을 통해 작품을 분석해 보면, 마크로 렌즈에 의한 표현방법에 따라 세 부류의 사진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 작품군은 얼음속의 꽃이 주된 피사체로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사진들이다. 꽃의 아름다움을 얼음속에 가둬둔 느낌의 회화적 이미지로 표현하였다. 두 번째 작품군은 꽃과 얼음속 기포와의 융합으로 꽃의 존재감이 사라질 듯 유지된 채 새로운 피사체가 탄생된 작품들이다. 즉 변형된 꽃과 얼음의 기포, 줄무늬 패턴과의 융합으로 새로운 이미지가 창출된 것들이다. 세 번째 작품군은 구체성과 사실성이 배제된 추상적 사진들이다. 융합된 피사체도 사라지고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어떤 무엇, 색과 패턴만 남아 내면적 의식세계를 나타낸 것이다. ● 나는 색채 이미지의 효과적 재현 및 밝은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화면 전체의 분위기를 하이키 톤으로 표현하였고, 이는 나의 주관적 감각과 의도에 의해 만들어 낸 것이다. ● 인간이 꽃처럼 아름다워지기 위해 사랑과 희망의 설레임을 가지고 밝고 화려한 색이 주류를 이루는 이번 작품들을 감상한다면, 삭막한 생활 속에서도 얼음꽃의 내부를 파고들어 펼쳐 보이는 생명체의 신비로움과 교감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 홍주영

홍주영_氷下佳景 - Frozen Flowers_컬러인화_2006
홍주영_氷下佳景 - Frozen Flowers_컬러인화_2006
홍주영_氷下佳景 - Frozen Flowers_컬러인화_2006

안 보이는 세계의 환상 여행 ● 눈먼 장님이 어느 날 갑자기 눈을 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왜냐하면 눈을 뜨고 나서 매일 가고 오고하던 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지팡이의 촉각을 이용하여 움직이던 이 장님은 유형(有形)의 현란한 색(色)의 세계에 어디로 가야할 지 몰랐다. 그 망설임을 보고 있던 행인이 그러면 눈을 감고 가라고 했다. 그러자 장님은 다시 눈을 감고 아무런 문제없이 길을 갔다. 이 장님에게 익숙한 세계는 보이는 시각계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공(空)의 감각세계이다. 이와 같이 세상은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다른 두 세계로 겹쳐있다. ● 불교에서 색(色)은 유형(有形)의 만물을 말하며 이 만물은 모두 인연의 소생으로서 그 본성은 원래 실유(實有)의 것이 아니므로 무형의 공(空)이라 뜻으로 우리는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라고 한다. 원래 만물은 그것이 형태를 가지든 아니든 어떤 물체의 알맹이 혹은 어떤 현상의 내용으로 우리의 의식 주위를 맴돌며 현전(現前)한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이러한 알맹이에 물질적 가치를 말하는 구체적인 겉모습을 입혀 변화무쌍한 색의 세계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거대한 알맹이의 세계를 망각하고 언제나 보이는 세계만 생각하게 되었다. ● 공의 세계는 장님이 익숙한 어둠의 세계이다. 이 세계는 물체의 겉모습에 익숙한 우리의 눈으로 볼 때 다시 말해 제한된 감각적 경험에서 혼동과 혼란스런 모습으로 보이지만, 장님의 경우와 같이 다른 감각적 경험을 통하면 공(空)이 아니라 충만(充滿)이 된다. 이처럼 관점을 바꾸면 공은 무형의 빈 세계가 아니라 또 다른 색의 세계가 된다. 그것은 어둠이 새벽 여명에 끝없이 만물을 잉태하고 빛의 만물은 끝없이 어둠의 세계로 돌아가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이 어둠의 공을 하늘에 비유하여 현(玄)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때 현은 텅 빈 "검을 현"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숲의 음지식물처럼 충만의 "그윽할 현"이 된다. ● 여기 보이는 작가 홍주영의 꽃 사진들은 바로 이러한 미묘한 철학적 문맥을 주파하고 있다. 물론 색의 세계에서 오로지 시각에 길들여진 우리들의 눈에 그의 사진들은 현란하게 나타난다. 금방이라도 쫙 갈라질 것 같은 생생한 얼음 기포들, 유리병 밑에서 보는 것 같은 결빙된 꽃 이미지, 부글부글 솟아오르는 기포 속에 있는 것과 같은 붉은 꽃봉오리, 아침이슬이 송이송이 맺힌 긴 풀잎들, 심지어 거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몽롱한 빛의 추상 등은 단숨에 놀라움과 감탄을 넘어 응시자의 감각을 마비시킨다.

홍주영_氷下佳景 - Frozen Flowers_컬러인화_2006
홍주영_氷下佳景 - Frozen Flowers_컬러인화_2006
홍주영_氷下佳景 - Frozen Flowers_컬러인화_2006

그러나 이러한 경이로운 사진들은 단순히 심미적인 관점에서 "좋은 사진"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메시지는 오히려 이미지를 넘어, 보이지 않는 세계에 있다. 이를 위해 응시자는 우선 사진을 이해하는 관점의 변화로서 다소 철학적인 개종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사진의 이해는 그 이미지의 구체적인 구조를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이미지를 만든 작가의 진솔한 의도를 이해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사진을 다른 매체와 구별시키는 가장 큰 이유가 있을 것이다. ● 작가는 세상을 관조하는 관점을 장님이 보는 어둠의 세계에 놓으면서 색의 세상이 만드는 빛을 재현하고 있다. 그래서 보여 진 이미지들은 엄밀히 말해 단순한 미적 효과도 신비스런 장면이나 경이로운 순간도 혹은 거창한 명분의 자연예찬도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추상의 형태로 슬그머니 삶의 어떤 철학적 '순리'를 누설하면서 응시자로 하여금 가던 걸음을 멈추어 걸어 온 뒤안길을 보게 하는 회고적인 이미지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순리는 색의 세계에서 유통되는 물질적인 것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경험적인 잔여물일 뿐이다. ●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관해 "나는 꽃 이미지를 시각화 하는 과정에서 꽃의 단순한 복사가 아니라 꽃과 얼음의 조화를 통해 인간 내면의 희로애락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나는 또한 결빙 과정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생성된 꽃과 얼음 기포 그리고 유채색과 무채색의 조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다양한 촬영 기법을 통해 내면에 내재한 희망과 사랑, 감탄과 경이로움, 고통과 아픔 등의 미묘한 감정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려 했다"라고 진술한다. ● 그렇다! 그의 사진은 더 이상 눈 뜬 장님이 보는 색(色)의 이미지도 신비의 이미지도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장님의 감각 세계에서 적어도 작가 자신의 체험이 투영된 자기반영(自己反影)이나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정적인 침전물이다. 이러한 침전물은 아마도 돌아가야 할 곳을 발견하게 해준 중남미의 긴 이국생활과 고독의 연속, 그 광활한 대지와 아마존에서 얼핏 본 또 다른 자신의 모습 그리고 삶의 부조리와 원초적인 욕구가 만드는 내재적인 반향과 무언의 외침일 것이다. 이럴 경우 사진 이미지들은 정확히 심리학적 의미로 억압된 어떤 욕구나 충동을 위장시키는 이전(移轉)으로 이해된다. ● 결국 작가가 보여주는 꽃과 결빙 그리고 빛이 만드는 신비의 크리스탈 이미지들은 궁극적으로 삶의 잔여물, 굳이 말하자면 작가 자신이 이루지 못한 아쉬움과 회한 그리고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빈 그릇의 욕구와 충동의 지표일 것이다. 시지프 신화의 끝없는 부조리처럼 거기에는 어떠한 요구도 한탄도 없이 오르지 혼자 중얼거리는 헛소리만 있을 뿐이다. 그때 삶의 긴 굴곡을 지나면서 침전된 경험적인 것과 세상을 관조하는 작가의 냉정한 눈에 포획된 것은 이미 빛과 어둠의 문지방과 색과 공의 경계를 넘고 있다. ■ 이경률

Vol.20061115b | 홍주영 사진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