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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선, 이시현 회화展   2006_1108 ▶ 2006_1126

윤정선_노란색전화기-wei!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5.5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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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1108_수요일_06:00pm

두아트 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5번지 Tel. 02_738_2522 www.doart.co.kr

두아트 갤러리가 11월 선보이는 윤정선+이시현은 장소가 주는 특정한 정서와 분위기를 전달한다. 작가들이 가진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을 환기시키는 사물들, 즉 가로등, 자동차, 창들이 놓인 장소들은 그들이 만들어낸 독특한 구도의 뷰파인더와 정서를 전달하는 색과 질감을 통해 새로운 화면으로 탄생한다.

윤정선_처음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2.5×69.5cm_2006
윤정선_편지를 부친 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2.5×69.5cm_2006

윤정선은 여행과 산책을 통해 발견한 장소들을 그린다. 그 장소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스치듯 마주하는 곳이지만 오랜 시간성이 배어있는 곳이다. 작가는 서울의 한복판인 명동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부대끼는 요란스러운 거리보다는 오랜 세월 명동의 한 귀퉁이를 지키고 있는 명동성당을 주목한다. 같은 맥락에서 덕수궁 돌담길이나 삼청동 파출소, 오래되어 색이 바랜 우체통 등이 작가의 그림 속 소재가 된다. 이렇게 작가가 포착한 장소들은 현재의 시간으로부터 정지한 듯한 느낌을 준다. 그 정지한 듯한 느낌은 한 장면만을 깔끔하게 잘라낸 스냅샷의 그것이 아니라 그 장소에서 오랫동안 머물며 카메라를 한 곳에 두고 찍은 필름같은 느낌이다. 즉 윤정선은 찰나의 시간을 화면에 고정시킨 것이 아니라 변하지 않은 곳, 그 장소가 점유한 오랜 시간을 화면에 담고 있다. ● 윤정선은 흰색을 더한 아크릴 물감을 얇고 평평하게 펴바름으로서 전체적인 색조를 꾹 눌러놓은 듯한 회색톤으로 만들어 화면 전체로부터 오랜 시간을 머금은 담백한 느낌을 자아낸다. 여기에 그림 속 장소들은 한낮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거나 원근법적인 처리로 화면에 깊이를 더하고, 사물의 세부묘사를 과감히 배제하였는데, 이 또한 이 장소들이 지닌 시간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들이다. 정지된 과거의 시간은 탈색된 색으로 상징되지만 그 장소들이 작가에게 의미있는 것으로 다가오게 하는 특정한 사물들, 예를 들면 지붕 아래에 달린 등, 우체통, 전화기 등은 좀더 강렬한 원색으로 처리되어 있다. 이 사물들은 화면의 중심 모티브로 자리잡아 과거의 특정한 시간과 추억이 작가와 다시 만날 수 있게 하는 연결고리로 기능한다.

이시현_주차장_광목천에 유채_90×110cm_2006
이시현_매봉역 I_광목천에 유채_80×130cm_2006

이시현에게 있어서 창은 아주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한다. 실제로 2003년도 개인전 '창'에서는 밖에서 바라본 창 안쪽의 장면을 묘사한 작품들이 소개되었다. 이렇듯 실제 창이 등장하는 작품도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창이란 이시현 작품의 특징을 좀 더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작가가 실제로 생활하는 공간 안에 있는 창은 실제의 안과 밖을 구분해주는 물리적인 창이지만 작가의 그림 안에서의 창은 안에서 밖을 바라볼 때, 또는 밖에서 안을 바라볼 때 그 사이에 가로놓여 있는 겹, 직접적인 소통을 가로막는 일종의 투명한 막으로서의 정신적인 창이다. ● 안에서 밖을, 혹은 밖에서 안의 풍경을 바라보며 느낀 느낌들을 담담하게 그려나가는 이시현은 비슷한 색조의 색들과 몇 겹의 선으로 사물의 윤곽을 불분명하게 처리하고 구체적인 실제 장소를 화면 속에서는 불분명한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캔버스의 한 쪽 구석에 자리한 자동차, 또는 가지의 나뭇잎들 외에 나머지 배경은 덩그런 여백으로 남겨 두는 방식을 통해 어디인지 모를 장소의 불특정성은 물론 작가가 늘 대하는 장소들을 향한 그녀의 시선이 주는 감성적인 느낌이 한층 더해진다. 즉, 이시현의 화면 속 장소는 그 장소를 연상할 수 있는 보편적인 특징은 제거되고 작가의 심상에 남아있는 특정한 시간대의 특정한 시선을 통해 특정한 장소로 거듭난다.

이시현_11월_광목천에 유채_90×90cm_2006

윤정선, 이시현, 두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타인과 관계없는 온전한 장소에 대한 점유는 오직 장소와 작가만의 관계를 밀착시켜 좀 더 사적이고 감성적인 분위기가 사실적이고 설명적인 묘사를 대신하고 있다. 11월 깊어가는 가을 두아트 갤러리에서 두 작가가 만들어내는 풍경 속으로 들어가보기 바란다. ■ 두아트 갤러리

Vol.20061115a | 윤정선, 이시현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