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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1114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12:00pm~07:00pm / 월,일요일 휴관
갤러리 매스 서울 강남구 역삼동 616-19번지 Tel. 02_553_4504 www.mass.or.kr
「레인보우하우스」, 단순과 역설의 Sweet Home ● 이상영의 작업 「레인보우하우스」 시리즈는 매우 단조로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구획이 잘된 주택단지 안에 철제 빔을 사용하여 가건물 형태로 단숨에 지은 원색의 노란 집, 파란 집, 빨간 집이 화면의 중앙에 자리하고, 그 주위로 아직 정리되지 않은 여러 건축자재들이 널브러져 있다. 화면 아래쪽은 아직 들어서지 않은 주택지의 빈 공간이 맨땅의 빨간 속내를 드러내며 그 거친 정지작업의 흔적을 보여준다. 간간히 자동차도 눈에 띠는 것으로 보아 몇몇 집은 이미 이사를 와서 이제 막 살림을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 「레인보우하우스」, 사진에서 보이는 이 범상치 않은 주택들은 탁 트인 평택의 농지 한복판에 위치한다. 삶의 공간과 일터의 분할을 두어 의식의 완충작용을 도모했던, 배산임수의 전통적 관념으로 보면 주거지로 적합하지 않은 곳에 미국 도시의 근교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장난감 집처럼 귀엽고 산뜻한 목재주택들이 열을 맞추어 서있다. 조경도 의식한 듯 집주위에 아직 어린 나무들이 듬성듬성 심어져 있고, 떼로 심은 잔디가 아직 온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땅과 겉돌고 있다. 이 야릇한 정경은 마치 현실과 동떨어진 놀이동산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차를 타고 소풍가듯 공간을 이동해서, 주차하고, 표를 사고 놀이동산의 문을 들어서는 순간, 눈앞의 광경이 바뀌는 연출과 흡사하다. 엉뚱한 곳에서 마주치는 낯익은 낯설음. ● 원래 이름이 '레인보우하우스'로 명명된 이 주택단지는 곧 평택으로 이사할 미군기지의 군속들을 위한 것이다. 아마도 이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이곳에서 채우고 나면 다시 그들이 원래 온 곳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잠시 이곳에 머물면서 누릴 수 있는 쾌적함과 안락함일 것이다. 불편함까지 감수하면서 이 땅과 화해하고 호흡하며 살아갈 상생을 통한 삶의 지혜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이들 주택들은 자연의 환경을 무시하며 서 있을 용기를 갖추고 있다. 절묘한 필요와 경제적 개발이익의 만남이다. 원래 일터였던 공간에 세워진 삶의 공간, 이 무지개 빛 주택들은 이제 새로운 주인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다.
이상영은 이 부자연스러운 풍경 속에서 이러한 풍경이 연출될 수밖에 없는 역사성, 현실성을 직감으로 감지해낸다. 그리고 그 상황의 당위를 매우 직설적으로 렌즈에 담아낸다. 이상영의 사진은 Sweet Home, 좋은 집, 무지개 빛 주택을 커다랗게 화면에 배치함으로써 다른 거름 장치 없이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직설, 이보다 더 단순함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나 화면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에는 작가가 교묘하게 화면에 배치해둔 몇몇 시각적 장치들로 인해 이러한 직설이 단순한 직설로 비치지 않는다. 화면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앞의 거친 대지는 집 앞이 개발 되지 않은 상당한 면적을 지닌, 인위적으로 성급히 조성된 공간임을 연상시키고, 여기저기 자라다만 들풀들은 이곳이 문화적 소외지대에 있음을 말해준다. 기실 좋은 집은 빛 좋은 개살구이거나, 말뿐인 Sweet Home이며, 잡을 수 없는 무지개 빛 주택이다. 이 촌철살인의 반전을 이상영은 말없이 보여준다. ● 이상영의 작업은 근대적 삶의 공간과 전통적 삶의 공간의 접점이 만나는 경계를 주제로 다룬다. 삶이란 언제나 전환의 과정에 있다. 한순간도 쉬지 않고 부단히 변해간다. 그 변화의 과정에서 과거는 현재에 의해 덮어진다. 세상은 끊임없이 새로워진다. 이상영의 작업은 이 새로움의 과정을 매우 담담한 눈길로 담아낸다. 환경의 변화, 삶의 양식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우리 의식의 변화를 사진에 담는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는 순간에 삶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삶의 본질에 대한 체험을 하게하며, 우리의 생각을 일순간 멈추게 하는 무한 긍정의 힘이 있다. 그의 직설과 역설화법은 처음 사진을 접할 때 느끼는 부조화의 당혹감이 잠시 후엔 세상일이란 모두 다 그런 것이라는 상황을 느끼게 해준다.
이상영은 이러한 사회의식과 양식의 변화가 가장 풍부하게 일어나는 접점을 서울과 그 근교에서 찾는다. 도시의 중심으로부터 근대적 삶이 전파되고, 근대적 삶의 양식은 전통적 삶의 공간인 농촌을 변화시켜 나간다. 그래서 서울과 그 위성도시의 풍경을 소재로 작업하는 이상영은 작업의 특성상 많은 발품을 팔아야 한다. 자그마한 어깨에 큼지막한 렌즈가 달린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인간의 삶의 흔적이 베인 곳곳을 찾아 헤맨다. 그는 자연 속에 비친 인간의 그림자, 그리고 그 안에 닮긴 인간의 이야기를 문명과 비문명, 도시와 농촌, 인공과 자연의 대비를 통하여 전하고자 한다. 그는 인공과 자연 사이의 모순과 화해, 그 안의 삶의 이야기가 가장 치열하게 이루어지는 공간의 그 서사와 서정을 렌즈에 담는다. 한편으로는 기록으로 한편으로는 인식의 표현으로 남는 그의 작업은 그래서 기다리는 작업이 아니라, 찾아가는 작업이다. 그러므로 그의 작업은 매우 활동적이다. 뛰어야 산다. 인간의 삶의 현장으로 뛰어 들어가야 보이는 세계가 그의 작업 대상이기 때문이다. ● 반면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세계는 매우 고요하다. 삶의 역동성은 모두 피사체의 내면으로 숨어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그의 사진은 수없이 풍부한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구체적 인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그의 작품은 상징적이고 은유적이다. 그는 지극히 평면적인 정적인 화면을 구성하여, 관객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그의 작업의 대부분은 수평적 구도를 지니고 있다. 대각선의 역동성은 사라지고, 관객은 마음을 진정시키며, 그 화면의 고요로 빠져든다. 평면적이며 수평적인 공간상의 구성은 시간적 멈춤의 효과를 낳는다. 시간의 멈춤에서 관객은 화면의 대상에 몰입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감정이입이 일어난다.
들깨밭창고 이상영 작업의 특징은 유머와 위트가 형상 안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매우 은유적이다. 단번에 드러나지 않는다. 호흡을 가다듬고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드러난 느낌은 울림이 크다. 여유롭게 그리고 풍부한 음량으로 울린다. 이러한 예술적 효과는 솔직함에 기인하는 것이다. 인위적 조작이 최대한 배제된 것에 있다. 그의 작업은 연출이 아니다. 덕분에 좀더 발품을 팔아야 하지만, 스스로의 체험에 기인한 솔직함에서 나오므로 여운이 길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감각적인 색채의 조화를 들 수 있다. 전체적 색조와 보조색의 어울림은 계산해서 나올 수 없는 매우 자연스러운 조화로 이것은 이상영이 가지고 있는 감각적 재능의 소산으로 보여 진다. ● 예를 들면, 「서걱땅고추밭」에서 보여주는 밭이랑의 붉은 황토와 화면의 사분의 삼 지점에서 가로놓인 공사장의 합판들의 미색, 그 합판들 사이에 끼어있는 비데의 산화철 주홍빛, 그 절묘한 만남이란 생명체가 자라는 밭과 무생물의 공사판 공구들이 지닌 어색함을 단숨에 지워버린다. 만약 「레인보우하우스-파란집」에서 왼쪽에 보이는 빨간 호스가 없다면, 이 작품은 생기를 잃을 것이다. 「들깨밭창고」의 산호색 컨테이너와 녹슨 철제의 붉은 색, 파란빛이 날아가 하얗게 남은 하늘, 그리고 화면아래의 황량한 회색의 시멘트와 함께 황갈색의 잡초를 드러내지 않는다면, 그 쓸쓸함을 연출하지 못했을 것이다. 때론 색조의 어울림이 매우 어색한 장면을 인간적인 따스함으로 변모시키기도 하고, 때론 역설을 강조하기도 하는데, 이는 이상영 작업의 매우 중요한 장점이다. ● 그의 작업은 매우 작은 소재들이 주는 아기자기한 예술적 형식미에서 한국의 현대사를 읽을 수 있는 주제의 역동성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업은 작은 표현 풍부한 감동이라는 예술적 속성을 충분히 드러낸다. ■ 김백균
Vol.20061114e | 이상영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