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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1109_목요일_05:00pm
KTF Gallery The Orange 개관 기념 기획초대전
KTF 갤러리 디 오렌지 서울 중구 명동 2가 51-18번지 2층 Tel. 02_773_3434 www.ktf.com
김일용의 육체에 대한 집착은 매우 집요하고 첨예하다. 무형의 정신이나 감정이 육체라는 형식 없이는 발현될 수 없다는 사실에 착안한다면 이러한 집착은 예술가로서 당연한 의무인지도 모른다. 정신과 감정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타인에게 전달되기 시작할 때 육체는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적으로 창조하는 역할을 한다. 작가 김일용은 이러한 점을 주시하며 끊임없이 인간의 육체를 관찰해왔다. ● 처음에 전형적인 인간의 몸 자체에 집중하던 작가는 어느덧 몸을 분해하기 시작한다. 이는 '몸'이라는 테두리 안에 묶이기를 강요 받는 각 부분을 해방시킴과 동시에 그 각자의 의미를 들여다보려는 작가의 의지가 결집된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첨예하게 분해되고, 해부되고, 해석되고, 이해된 '몸'은 즉자-대자적인 존재로 재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포스트모더니즘적 기대에 부응하는 작업으로 랑그로만 존재하던 몸에 파롤을 부여하는 의식과 다름없다. 이전 무릎에 대한 김일용의 강한 집착은 이제 여인의 가슴으로 향한다.
자본주의의 온실에서 가슴의 꽃을 피우다. ● 이번 전시가 벌어지는 장소는 명동이다. 여성과 소비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자본과 밀착되지 않은 예술은 들어가기 힘든 곳이다. 하지만 김일용은 여성의 가슴을 들고 이곳을 탐하기 시작한다. 백여 명의 가슴을 본 뜬 그의 오브제는 자본으로 물든 그곳에 휴머니즘과 인간적인 감성을 전달하고 있다. 90년대 중반에 시작된 가슴 성형과 함께 여성의 가슴은 어느덧 상품이 되었다. 유방은 섹스어필에 있어서 중요한 도구가 되었고, 자본을 현혹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장치가 되었다. 그러나 김일용의 오브제 앞에서 인간의 육체를 상품화 해 온 수용자들은 겸허해질 수밖에 없다. 단 하나도 똑같지 않은 백여 가지 가슴 앞에서 저급한 성욕 대신 인간에 대한 본능적인 연민과 애정이 솟아나게 마련이다. 이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살결이 차갑고 딱딱한 석고와 합성수지로 소재를 바꾸었음에도 시각으로 전달되는 체온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로티시즘의 본질을 들여다 보다. ● 여성의 가슴은 제2의 성기 혹은 성감대다. 여인의 풍만한 가슴은 예로부터 다산을 상징해왔다. 하지만 작가 김일용은 이러한 단편적인 상징을 넘어서 보다 고차원적이고 본질적인 메타포로 가슴이라는 부위를 이용하고 있다. 바따이유는 에로티시즘의 근본을 죽음에서 찾았다. 사라짐에 대한 공포가 영원한 생을 구현하고자 하는 성욕으로 바뀌었다는 말이다. 김일용의 메타포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작가에게서 여인의 가슴은 생의 무한한 공포에서 탈출할 수 있는 안식처이며,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재생산의 공간인 것이다. 백여 명의 여인이 드러낸 가슴은 사람을 품고 위로하기 위해 그곳에 존재하는 것이다.
노스탤지어와 대화하다. ● 사람은 누구나 자궁과 가슴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품고 살아간다. 자궁이 하나의 세포를 인간의 형상으로 만들어주었다면, 가슴은 동물적인 본능만을 지닌 아이를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양식을 제공한다. 김일용의 이번 전시에서 우리는 그의 회귀본능을 만날 수 있다. 젊은 여인의 가슴에서부터 노인의 가슴까지 모든 형상들은 작가의 인생만큼 깊어진 그리움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그리움은 모성에 대한 것을 넘어서 참 인간에 대한 그리움으로까지 번져 있다. 가슴은 감성과 휴머니즘의 메타포이기도 하다. 김일용은 소통의 단절에서 오는 외로움과 고통을 가슴의 맞닿음을 통해 극복하고자 한다. 그의 작품 속에서 우리는 타자인 인간들이 가슴으로 만나 소통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다. ■ 김지혜
Vol.20061109b | 김일용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