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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1101_수요일_06:00pm
세종문화회관 서울 종로구 세종로 81-3번지 Tel. 02_399_1111 www.sejongpac.or.kr
사방이 칠흑같이 깜깜하다. 말도 낯설고 공기조차도 낯선 이곳, 모래바람만이 불어오는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해가 뜨기를 기다리다 보니 하늘의 별들은 고향의 별과 같이 정겹다. 그것도 잠시, 켜켜이 쌓인 모래언덕의 능선 위로 태양이 떠오르며 붉은 여명이 비친다.나도 모르게 셔터를 눌러댄다. 오직 찰칵거리는 셔터소리와 어느새 불룩하게 주머니를 채우는 필름들...앉고 일어서기를 반복하고 삼각대 위치를 바꾸어 가며 이 신비로움을 담아내고자 한다. 이렇게 빛과 그림자를 쫓아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메고 사진을 찍다 보니 신발도 성가셔 벗어버린다. 바람이 불어 모래 위에 내가 걸어온 발자국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사막은 새로운 물결을 담아낸다. 사막은 살아있다. 시시각각 생겼다가 사라진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모래는 내게 노래를 불러주고 가슴 떨림으로 말을 건네 온다. 어느새 태양은 내 머리 위를 지나가고 더 이상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아쉬운 마음에 카메라를 더 들이대 본다.
데스밸리를 찾아 사진을 찍은 지 어느덧 8년이 되어 갑니다. 왜 8년 동안이나 데스밸리만을 고집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죽음의 계곡'이란 이름과는 달리 데스밸리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신비와 아름다움 때문이겠지요. 언제나 바람이 불어와 수시로 변하는 지형, 해가 뜨고 지는 위치에 따라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져 변화무쌍한 얼굴을 보여주는 데스밸리의 매력이 자꾸 발길을 그곳으로 돌리게 합니다. 바람과 모래, 그리고 빛이 연출하는 신비로움과 오묘함이야말로 제가 카메라에 담고 싶고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것이었어요.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하는 환희의 데스밸리, 그 속에서 나도 모르게 자유를 느끼게 됩니다. 데스밸리와 하나가 되는 느낌, 내가 자연이 되는 순간입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꾸밈이 없을 때 우리에게 짙은 감동을 줍니다. 그리고 그 감동은 전염이 되지요. 그 가운데 카메라가 있고 나만의 사진이 있습니다.
데스밸리의 사진들을 하나로 모아 보았습니다. 사진과 작은 지면이란 한계가 있지만 데스밸리-바람과 모래, 그리고 빛의 하모니-의 아름다움과 자유를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 처음 사진을 시작하게 해준 김영무선생님, 데스밸리를 촬영하기 위해 함께 다녔던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특히 사진의 진정한 맛을 알게 이끌어 주신 김용휘선생님, 이종우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유은숙
Vol.20061103a | 유은숙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