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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819_토요일_05:00pm
2006 경기문화재단 기획
대추리 주민 역사관 경기 평택 대추리 Tel. 031_231_7233
정부의 미군기지 확장 계획으로 인해 대추리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 위협받는 역사의 현장 속에 놓여졌다. 작가 이윤엽은 지난 겨울 대추리 분교 벽화작업을 기획하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자연스럽게 대추리로 들어와 살게 되었다. 공동체 밖에서 주민들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윤엽의 자발적 개입을 통해 공동체 안에서 주민들과의 소통이 가능해지고 그것이 활발해지기 시작할 무렵 작가 이윤엽은 대추리 안에 '대추리주민 역사관'을 지을 것을 결심하게 된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 결정된 이후. 밖에 보여진 대추리 사람들의 모습은 언제나 울분과 투쟁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대추리 사람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고 외부에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은 같이 밥 먹고 같이 일하고 같이 노는 공동체적인 삶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작가는 깨닫기 시작하였다. 작가는 그들 공동체의 일상이 공권력에 의해 파괴되어가고, 지키고자 노력하는 만큼 예민해져가는 일상들을 바라보며, 이 싸움 이전의 평화로운 농촌 공동체의 따뜻한 일상, 그 삶의 역사를 물질적으로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외부인들 뿐만 아니라, 대추리 주민들에게도 이전의 건강했던 공동체의 추억과 웃음을 선사하고자 하였다. 현재, 주민들 이외에는 입출입이 불가능한 고립된 땅, 그곳에서 싸우고 있는 현실의 결과가 아닌, 우리가 왜 싸우고자 하였는지 출발점의 기억을 물질화함으로써 불안하고 예민해진 대추리 주민들의 마음을 치유하고자 한 것이다.
「대추리사람들-대추리주민 역사관」은 자신의 집을 일부 파괴하고 대추리를 떠나간 빈집 한 채를 새롭게 대추리 역사관으로 재탄생시켜낸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이윤엽의 기획 하에 대추리를 지키기 위해 외지에서 이주해온 지킴이들과 대추리 주민들이 참여하였다. 「대추리 역사관」 지붕에는 최병수의 「한반도」가 꽂혀 있고, 계단?창문? 2층 베란다 난간에 이르기까지 역사관 곳곳의 설치작업들은 대추리에 버려진 물건들을 통해 재탄생되었다. 버려진 문짝이 창문으로, 버려진 자전거가 난간으로, 삽이 집 외벽에 장식되는 등 새롭게 탈바꿈하였지만, 낯설지 않았다. 주민들의 호응을 얻어낸 것은 이 모두가 대추리 곳곳에 버려진 물건들이었기 때문인 듯하다. 현재는 버려진, 쓸모없다고 낙인찍힌 물건들이지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대추리의 한 부분으로서 나름의 역할에 충실하였던 역사적 나이테 덕분에 때로는 조금 역설적인 공간에 새롭게 배치되어도 이 사물들은 대추리와 썩 잘 어우러졌다.
집 대문에는 '대추리 사람들', 현관문에는 '대추리주민 역사관-대추리 사람들'이라는 현판이 달렸고, 집 외벽에는 작가 이윤엽이 드로잉하고 주민들이 함께 채색한 대추리 주민들의 일상이 그려져 매달려 있다. 작가는 역사관을 몇 개의 부분으로 구획 구성하였다. 각 방의 이름을 작가가 특별히 명명하지 않았으나, 대추리 역사관이 현판식과 더불어 2006년 8월 19일 정식으로 오픈하고 1주일 정도 지나면서 마을 주민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소통되는 명칭이 나타났다. 1층의 '추억의 방', '투쟁의 방', 2층의 '메세지의 방'들이 그러하다.
대추리 역사관 내부에서 주민들의 가장 큰 호흥을 얻은 곳은 역시 1층 거실에 꾸민 '추억의 방'이다. 이 공간에는 대추리 사람들이 대추리를 떠나며 버린 물건들이 전시되었다. 쌀포대, 낫, 삽, 쟁기와 같은 농사일에 필요한 연장들이 대부분이었고 이외에도 시계, 재봉, 함 등이 있다. 나머지 벽면에는 대추리 주민들이 대추리에서 태어나고, 결혼하고, 울고 웃었던 일상의 역사들이 주민들이 직접 설명하며 내어주신 손떼 묻은 사진들을 이미지 스캔하여 전시하였다. 떠난 이들의 물건들과 지키고 있는 이들의 형상, 이렇게 싸움 이전 함께 했던 대추리 주민들이 이 작은 공간에서 다시 하나가 되어 그 때를 추억케 하고 있다.
버려진 물건들. 대추리를 떠나는 주민들이 대추리를 떠나면서 자신에게는 필요 없어진 물건들. 즉 대추리에서만 필요했던 물건들. 대추리에서만 존재가치와 효용가치가 존재했던, 이들 '버려진 물건'들의 '역설적 상황'이 바로 현재 대추리 주민들의 상황을 대변한다. 1층 주방에는 대추리 주민들의 손때 묻은 이발소 그림들이 전시되어있다. 예술가들이 이곳을 찾아와 집들의 벽에, 마을 곳곳에 예술작품을 제작해 놓기 전까지 대추리 사람들의 방과 거실을 장식하며 대추리주민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예술'로 인정하며 감상하였던 '이발소 그림'들을 전시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대추리 주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예술의 범주를 드러냄으로써, 외지 예술가들이 대추리에서 예술적으로 작업한다는 미명 아래 써놓은 시, 투쟁 구호들, 벽화, 설치 작품들로 자신의 집과 마을을 뒤덮는 것을 바라보면서 주민들이 끊임없이 되물었을 '예술'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물음을 마을 주민들의 입장에서 되묻고 있다.
'투쟁의 방'에는 대추리 투쟁의 역사가 사진으로 전시되었고, 2층 '메세지의 방'에는 작가 김지혜가 대추리 주민과 작업한 「공공일기」와 ?오마이뉴스?기자의 대추리 관련 기사가 전시되어 있다. 1층의 나머지 한 방에는 이윤엽이 대추리 주민들의 일상을 소재로 제작한 판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에는 대추리의 희망과 투쟁을 알리는 깃발들과, 작가 노순택이 대추리 '황새울 사진관'에서 촬영한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1층 계단 옆 벽에는 이 역사관 건물이, 집으로 버려져 있을 당시부터 「대추리주민 역사관」으로 변모되는 과정이 각각의 사진들로 인화되어 증언하고 있었다.
대추리 역사관을 찾는 주민들의 표정은 밝았다. 그들은 우연히 역사의 중심으로 나아 앉아 파괴된 자신들의 일상이 소리 없이 시간 속에 파묻히는 것이 아니라, 물질화되어 자신의 눈 앞에서 '역사'화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감격스러워했다. "자꾸만 무너지고 사라지는 대추리 마을 사람들의 흔적을 모아 남아있는 주민들 마음에 쉼터라도 만들어 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바램이 이 곳에서 어떻게 소통되고 있는가는, 이곳을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대추리 주민들의 발걸음 속에서 확인되고 있다. 호응이라도 하듯이 대책위가 이 「대추리 주민 역사관」 2층으로 이사를 왔고, 대추리를 돕고자 이곳을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1층에서는 이윤엽의 '황새울가족'이 찍혀있는 수건, 뺏지, 이윤엽 판화를 판매하여 그 수익을 이 지역사회를 위해 사용하도록 구축하였을 뿐만 아니라, 찻집을 운영하여, 대추리 주민들 간의 또는 대추리 주민들과 외지인들 간의 소통의 공간이 되고 있다. ● 「대추리 사람들-대추리주민 역사관」 프로젝트는 예술이란 전시 공간의 상아탑 속에만 존재하는 것만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 속에 존재하는 것임을 인식하게 하였으며, 지역의 문제에 미술이 미술적으로 개입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떠한 결과를 파생시키는 지 실천적으로 주민들과 함께 경험해내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이 프로젝트는 공공미술이란 무엇인가? 미술언어란 무엇인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미술언어가 지역 내에서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가를 모색해보는 하나의 실험으로서 의의를 지니며, 소통과 치유라는 관점에서 성공적인 예를 제시하고 있다. ■ 박계리
Vol.20061026c | GRAF 2006 : 열 개의 이웃_8 : 대추리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