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6_1018_수요일_05:00pm
참여작가 / 김용정_김지연 책임기획_이은화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5층 그린관 서울 종로구 관훈동 21번지 Tel. 02_736_6347
익숙하면서도 생경한 청계스케이프 ● Cityscape 100-133은 아트그룹 제로의 두 번째 기획전시로 최근 몇 년간 서울시의 화두였던 청계천을 주제로 하고 있다. 전시 제목에 붙은 번호는 100에서 133(중구:100, 종로구:110, 동대문구:130, 성동구:133)까지 4개의 구에 걸쳐있는 청계천과 그 주변의 우편번호에서 따온 것이다. ● 원래 자연하천이었던 청계천은 단순히 서울 시내를 가로지르는 하천이 아니라 지난 600년간 우리의 굴곡 많았던 시대상과 역사를 그대로 드러내는 상징성을 가진다. 조선시대에는 도성의 생활쓰레기를 씻어내는 정제의 기능을 했던 순수 하천이었지만 일제 강점기에는 종로와 혼마찌(명동)를 가르는 조선인과 일본인의 차별의 선이었고 이후 생활하수로 오염된 더러운 하수구로 전락해 청산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1950년대 중반부터 개발 붐이 일면서 복개된 이후 60-70년대에는 근대화의 상징이 되기도 했으나 이후 또 40년간 소음과 공해, 교통체증의 근거지로 여겨지면서 다시 서울시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이러한 기구한 역사와 운명을 간직한 청계천 복원 프로젝트는 필연적으로 다양한 정치적 견해와 이견을 동반할 수밖에 없었고 그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어느덧 복원 1주년을 맞은 지금 모두들 성공을 자축하며 축제분위기에 젖어있는 이 때 두 여성작가가 청계천에 관해 진지하게 의문을 던진다.
지난 2005년 안성에서 가졌던 첫 번째 기획전시 'Story about M'이 사회 속의 타자로서의 여성 혹은 여성성에 근거한 개인적 작업들을 내놓았던 반면 이번 전시는 처음부터 두 멤버의 철저한 공동작업으로 이루어졌다. 섬세한 퀼트와 바느질 작업으로 다분히 페미닌적인 작업을 해왔던 김용정은 이번에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청계천의 모습을 재현하였다. 전시장 벽면 가득히 디지털로 재현된 청계천의 이미지가 지속적으로 리피트 된다. 카피된 이미지가 또 다시 카피되어 오리지널과 카피의 구분과 경계가 모호한데 이는 작가의 말대로 '동대문종합상가 또는 평화시장에서 유명디자이너의 작품이 빠르게 카피되고 대량생산되어 급속하게 퍼져나가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비록 지도라는 형식을 빌었지만 결국 작가는 청계천이 삶의 터전인 사람들의 시각적, 심리적 풍경화를 그린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사진작가 김지연은 관광지로서 혹은 유희의 장소로서 청계천을 방문하고 즐기는 익명의 이방인들에게 카메라 초점을 맞춘다. 그녀의 사진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누군가를 카메라로 찍고 있거나 누군가에게 찍히고 있는 사람들이다. 순간포착이라는 카메라의 속성상 찍고 찍히고의 관계는 단 몇 초 이내에 가능한 것이고 그러한 찰나를 포착하기 위해 그녀는 더 빨리 셔터를 눌러야 한다. 이런 형태의 사진이 가능하기 위해 그녀는 '몰카' 또는 '도촬'의 형태를 택했는데 이것 역시 디지털 카메라 세대의 통속적인 수법을 의도적으로 차용한 것이다. 두 작가의 공동작업인 '청계스케이프'는 청계천을 둘러싼 주변 풍경사진들이다. 청계천이라는 거대한 주인공에 가려 잊혀지고 묻혀진 오래되고 낡은 시장이나 공구상가들의 간판, 거리의 벽보나 광고 등 현란하고 키치적이면서도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잊혀져 간 과거의 주인공들이 관람객들을 센티멘털 하게 만든다. ● 두 작가의 서로 다른 형식과 내용의 작품들이 서로 오버랩 되어 전시장에서 만났을 때 어떤 새로운 풍경이 연출될지 사뭇 기대가 된다. 관람객들은 익숙하면서도 생경한 또 하나의 청계스케이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 이은화
Vol.20061018d | 아트그룹 제로 2인 김용정_김지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