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06_1018_수요일_06:00pm
갤러리 룩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5번지 인덕빌딩 3층 Tel. +82.(0)2.720.8488 www.gallerylux.net
사회가 현대화 되고 산업화 되면서 우리의 일상 속에서 수없이 많은 것들이 변했다. 도시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그에 따라 고층, 고밀도의 건물들이 지어져 더 이상 도심지 내에 동식물이 서식할 수 없는 환경이 되어 가고 있다. 대도시의 경우에는 녹지나 외부공간을 고층건물, 도로, 주차장 등이 차지하면서 녹지의 자리는 점점 잠식 되고 있다. 결국 자연의 휴식을 누리기 위해서는 큰 맘 먹고 도시를 훌쩍 떠나야만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파트의 좁은 공간 안에도 앞마당을 가꾸듯 베란다에 작은 정원을 만들기도 하고 옥상이나 건물의 층과 층 사이에도 정원을 만들어 놓기도 하는데 이것은 마치 메소포타미아 바빌론의 세미라미스 공중 정원(空中庭園)을 연상시킨다. 이런 현상들은 주변에서 사라지고 있는 자연을 조금이라도 자신의 주거 공간으로 끊임없이 끌어들이려 하는 현대인의 모습이며 그 건조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보려는 노력일 것이다.
근래에는 건축법에서까지 옥상조경의 법적인 혜택을 주는 등 옥상정원 조성을 시에서 권장하고 있다. 그만큼 녹지가 심각하게 사라져 가고 인공적 자연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필요성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미 옥상정원 이라는 개념은 있었지만 실제 우리가 쉽게 보고 접할 수 있었던 것은 불과 4~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새로 지어진 건물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이렇게 조성 된지 얼마 안된 옥상정원들은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으며 아름답기까지 하다.
사람들은 이전에 쉽게 접하지 못했던 이 정원의 아름다움과 신선함에 열광한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정말 반겨야 하는 일인지는 의문이다. 옥상정원이 도심 속 오아시스의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자연의 대지에서 누리는 휴식공간보다 더 낫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자연에 대한 영원한 호감을 '시각적'으로만 만족시키는 옥상정원은 특히 한국인의 자연에 대한 감성처럼, 항상 앞에 두고 발로 밟고 손으로 만지고 코로 냄새 맡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눈'으로만 보여지는 인공 자연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옥상정원을 구성하는 주된 것은 나무와 꽃 같은 자연물들이 있지만 이들은 시멘트나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인공지반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인공적 구조물들은 연속적이고 반복적인 패턴을 가진다. 그리고 주로 도심 한복판에 만들어지는 옥상정원에서 보이는 전경이라는 것이 하늘과 그 아래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건물들, 그리고 그 곳보다 훨씬 높은 건물 들 뿐이니 옥상정원은 여전히 삭막하고 건조한 도시의 일부일 수밖에 없다. 이런 곳에서의 휴식과 순수한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편안함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옥상정원은 지상에서 확보하기 어려운 녹지 조건을 보상 할 수 잇는 유일한 대안이자 최선의 선택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과 신선함에 옥상정원을 찾는다 하더라도 휴대폰 통화나 건물 내의 금연 때문에 흡연의 장소로 이용 하는 등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시 사용할 뿐 오래 머무르지는 않는다. 이는 옥상정원이 대도시 태생답게 휴식 또한 빠르고 찰나적이고 일회적인 도시의 특성을 가지게 하기 때문일 것이며 이것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옥상정원의 한계이다. 결국 옥상정원은 도심 속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 이지만 도시의 삭막함을 여운처럼 남긴다. ■ 이승희
Vol.20061018a | 이승희展 / LEESEUNGHEE / 李承禧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