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6_1011_수요일_06:00pm
참여작가 김지선_김선정_김태헌_이선철_박미소_박창규
관람시간 / 11:00am~10:00pm
갤러리 눈 서울 종로구 인사동 147번지 미림미술재료백화점 2층 Tel. 02_747_7277
대부분 사람들은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이기를 바란다. 미술도 예외는 아닌지라 이 곳에서도 전문가적 소양을 쌓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한다. 나도 한때는 그랬으나 언제부턴가 이러한 상황에 스스로 한 발짝 빗겨서게 되었다. 그림 안으로 난 길만으론 더 이상 나를 진화시키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 내게 '길을 걷다'라 함은 그림 밖을 거니는 것이며, 더 나아가 내 삶의 경계를 지우는 일이다. 이때 내가 걷는 길은 '낯설음'으로 향하며, 그 길 위에선 어느새 또 다른 나를 만난다. ● 올 초 추운 겨울 학생들을 따라 무갑리를 빠져나와 길을 나섰다. 인천에서 배를 타고 북경을 거쳐 다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올라 꿈꾸듯 러시아까지 흘러갔다. 그들 덕에 내 생에 처음인 긴 외출은 그야말로 잊지 못할 여행이 되었다. 여행 후 나는 철없는 김 선생으로 불렸고, 느리게 살겠다던 다짐은 오간 데 없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같이 여행했던 창규, 미소는 열심히 학교를 다니고, 다른 친구들은 휴학을 했다. 선철이는 일하며 드럼을 배우고, 지선이는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막내 선정이는 여행에 중독되었다. 그러고 보니 모두들 빠르게 자신 앞에 놓인 길을 찾아 또 다른 모습으로 여행을 하고 있다. ● 생각보다 말이 앞선 내가 툭 뱉은 말 때문에 학생들과 눈 갤러리에서 전시까지 하게 되었다. 기실 전시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객실에서 하기로 약속했지만... ● 어찌되었든 열차는 아니지만 늦게나마 전시장에서 그들과 다시 함께 만날 수 있어 기분이 좋다. 함께했던 즐거웠던 시간, 수많은 수다만큼이나 지금 있는 곳에서도 천개의 눈으로 빛나기를... ■ 김태헌
가방 속을 가득 차게 했었던 것 / 분명히 힘들다고 ● 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 하지만 버리고 온 게 아니랍니다. ● 따뜻함과 작은 추억이 / 담겨져 있는 것이니까요 ● 혹시 그곳에 누군가 사용하고 있나요? ■ 이선철
꿈에서 시작했던 여행은 현실로 옮겨졌고, / 지금은 기억되고 잊혀짐의 반복으로 환상이 되어간다. / 여행의 절반은 아팠고, 절반의 반은 추웠고, 그 나머지 반은 배고팠다. / 찌그러지고 뚜껑 없는 냄비로 선생님이 지어주신 밥맛이 기억난다. ■ 박미소
중국 가자! / 위에 러시아 있네! / 가볼까? / 눈이다 눈이다 눈이다! / 백곰이랑 놀아야지 !! ' ㅅ ' / 다음에는 어디 가요? / 인도. / 바람. 별. 민트 초코칩. / 그다음엔 어디가 좋을까요? / 아프리카?! / 아싸!! ● 철없는 엄마(김태헌 선생님)의 찰지고 맛깔나는 밥과 미소언니의 뽀끄라이스, 지선언니의 멸치볶음, 내가 가져온 장조림과 볶음 고추장을 한 솥에 다 넣어서 비빈다. 마지막은 누룽지로 마무리! 그리고 창규오빠와 선철오빠의 설거지. 러시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먹은 맛있는 밥이었다. ● 막연히 좋아한 사람들과 떠난 여행 ... 부끄럽지만. 지금은 막연히가 아닌 더 말캉말캉하고 살랑거려서 좋다 +_ + ■ 김선정
뭔가 이런 일에 나서보기는 처음이나 / 우선 간다고 생각하니 두렵지만 아주아주 신나고 뭐 그럽니다. / 여러분도 신나지 않나요? / 우리 잘 해봅시다. / 아싸★ ● 우리가 머물 숙소 때문에 벌써 3일째 컴터 앞에서 이리 뭐하는 짓인지;;o ● 잘 지냈나요? / 내일 드디어 비행기표를 삽니다 / 초절정, 신나고 떨리지 않습니까? ● 러시아가 지금 많이 춥다고 하지요. / 그래도 다행히 우리가 모스크바에 도착하는 2월말은 그곳에도 / 계절상으로나 시기상으로나 온도가 조금은 올라가는 때랍니다. / 내가 무슨 여행사 직원 같네;;; ● 막상 떠나려고 보니 / 준비 안 된 여러 가지 것들이 / 아주아주 막막합니다;;; / 그래도 처음부터 맨땅에 헤딩하기로 한 이상- / 어쩌겠습니까. / 고생 쫌 더 하면 되겠지요ㅋ -여행 일정 잡으며 보낸 메일 중에서 ■ 김지선
날이 밝아왔고 서쪽으로 향하는 배 뒤편으로 해가 떠오르고 떠오르고 / 떠오르고 떠올라서 겨우 내려가는 중이었다. / 식당에서 밥을 먹은 후 미소와 3층 갑판에 앉았다. / 어두워서 보이지 않던 어제와 담배를 피우며 잠시 바라본 바다는 바다가 아닌 듯, / 시간을 두고 가만히 바라 본 바다는 조금씩 바다다워졌다. / 수평선 주위의 티끌만한 배, 물결의 일렁임, 수면에 반사되는 빛, / 그러자 왠지 수면이 물컹해지면서 걸을 수 있다는 착각. ● 그러나 나를 빙 두르는 수평선 가득한 바다 속에서 예상외로 막막함이나 / 두려움보다는 물결의 그라운드 위에 오른 투수가 된 기분이었다. / 조금 더 지나니 물결은 그라운드를 쪼개고 쪼개고 쪼개고 빛은 반사, 반사, 반사하였고 / 고민이라는 것이 별 의미가 없는 듯 했고, 난 공을 던질 준비가 되었다. -여행 기록을 재구성하는 중에 ■ 박창규
Vol.20061010b | 철없는 김선생과 아이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