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6_0927_수요일_06:00pm
갤러리 NV 공모작가선정
갤러리 NV 서울 종로구 인사동 186번지 3층 Tel. 02_736_8802
늘 다니던 길. 그전에도 수없이 바라보던 나무인데 어느 순간, 그 모습이 너무나 강렬히 나를 사로 잡는다. 나무의 형태와 색, 그것들의 움직임, 빛을 담아 반짝이는 길만이 나의 시야를 가득 채우며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사람들은 아무 동요 없이 가던 길을 가고 있는데 나는 내 앞에 펼쳐지는 그 모습에 말을 잊고 그저 바라볼 뿐이다.
나무의 모습은 유독 나의 시선을 이끌어 그러한 순간으로 가는 문이 된다. 특별히 아름다운 나무여서가 아니라 흔한 가로수. 어느 집 담 넘어 보이는 평범한 나무인데 나는 그 모습과 우아한 몸짓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 '아름답다'라는 말로는 충분치 않은... 가슴을 가득 채우는 느낌... ● 나무는(모든 식물을 포함한)어떤 각별한 꿈의 유도자가 된다...나무의 잎새들의 움직임이나 나무의 몸짓, 또는 보이지는 않지만 영혼으로 느껴지는 듯한 나무의 힘은 우리의 가슴과 통하여 순간적으로 다른 세상-자연의 저 피안으로 데려가는 것 같고 ...한그루 나무를 통해 온 우주의 생명력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가스통 바슐라르, 『공기와 꿈』)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의 눈가리개를 벗기듯 골몰해 있던 자아를 잊고 고개를 들어 세상을 바라본다. ● 그렇게 걷다 보면 모든 것이 새로워지고 때론 잊고 있던 것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마음속에서 기쁨이 솟아오르는 걸 느낀다. 길 너머 목적지를 바라보며 가는 길이 아니라 나를 사로잡는 길 주위의 나무와, 하늘과, 빛나는 길을 바라보며 놀고, 쉬고, 이리저리 헤매며 걷는 길이다. ● 늘 다니던 길, 짧은 시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 시간이지만 나에게는 잊히지 않는 여행이었다. ● 그때 내가 보았던 것들, 말하기 어려운 그것을 그림 속에 담아내어 다시 그곳을 걷고 싶다. ■ 박미선
Vol.20060927e | 박미선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