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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927_수요일_05:30pm
갤러리 아츠윌 서울 종로구 관훈동 55-1번지 Tel. 02_722_0048
통기타와 청바지가 70-80년대의 문화를 상징한다면, mp3와 전자기타와 같은 디지털 제품들은 우리 시대의 문화 기호를 의미한다. 타모즈 아오키가 (진화화는 세계화)라는 글에서 "스스로를 소외된 사람이라 생각하는'건달'또는'불량배'들이 교회에 모여서 주님을 찬미할 때 성가와 찬송가를 시작하는 관문으로 '헤비메탈'을 사용하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다"고 이야기하듯이 디지털 제품은 우리시대의 소비문화를 부추기는 사물로만 바라볼 수만은 없다. ● 디지털 제품들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하루의 일과를 함께하는 벗이자 또한 신체의 일부이다. 과학의 발명이 낳은 디지털 기계들로 인해 공간의 간격은 이들에게는 사라지고, 그것은 매순간 사람들과 서로 소통하며, 교감하는 다리가 된다. 디지털 기계가 고장나면, 어떤 이는 마치 신체의 한 군데가 병이 난 것처럼 그 기계에 온 신경을 기울인다. 그것은 내 삶의 모습을 바라보더라도 다르지 않다. 디지털 기계는 나의 현재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족과도 같은 것이며, 나의 감성의 기저를 이루고 있다. 그렇기에 디지털 기계도 단순히 하나의 사물이 아니라 우리와 동등한 생명을 지닌 하나의 유기체로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사물을 투명하게 하고 그 내부에 뜨거운 피가 흐르는 혈관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것은 하나의 무생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을 지닌 객체로 다가올 것이다. 차가운 금속판은 살아있는 피부와 같이 따스하게 느껴질 것이며, 그것은 우리의 폐에서 울려나오는 맥박에 맞추어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만의 생명의 리듬으로 진동할지도 모른다.
사물을 투명하게 하고 그 내부에 뜨거운 피가 흐르는 혈관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것은 하나의 무생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을 지닌 객체로 다가올 것이다. 차가운 금속판은 살아있는 피부와 같이 따스하게 느껴질 것이며, 그것은 우리의 폐에서 울려나오는 맥박에 맞추어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만의 생명의 리듬으로 진동할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는 핸드폰, 기타, 전자바이올린, Mp3, 헤드폰, 마우스, 운동화, 손목시계들이다. 이것들은 요즈음 나와 하루일과를 함께 하는 디지털 문화 시대의 소재들이다. 이것들은 내 신체의 일부이며,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하나의 창이다. 그것은 나만이 느끼는 현상인가. 우리가 신고 다니는 신발은 기계로 붕어빵 같이 똑같이 찍어낸 신발일지라도 함께 있는 시간에 비례해 다른 사람들이 신던 신발과는 쉽게 분간할 수 있다. 한때 일부 신문, TV 등에서 청소년들의 소비문화를 부추긴다고 여긴 농구화들은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의 기호품이 아니라 이윤기의『그리스·로마 신화』의 구절의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서'라는 이야기처럼 나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것들이었다. ● 그것은 나의 신발들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신발들은 신화 속의 이야기처럼 나와는 또 다른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나와 서로 교감(tune in-주파수를 동조하여 선택하는 것)한 시간들의 기억들을 그 안에 머금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가 무생물이라고 생각하는 대지도 우리의 육체를 유지시키는 생명의 에너지를 잉태하고 있듯이 그 대지에서 나온 운동화, 옷들, 디지털 기계들도 우리가 단순히 소비하고 폐기처분 해버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생명의 에너지를 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단지 하루만이라도, 아니 단 한순간만이라도 디지털 기계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들을 또 다른 시각에서 생각해본다면...■ 임동열
Vol.20060927d | 임동열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