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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920_수요일_05:00pm
백송화랑 기획 초대展
백송화랑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7-9번지 Tel. 02_730_5824
건조함 - 나는 당신의 타자(他者)이다 건조하다. 네 맛도 내 맛도 없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서 어떠한 상황으로 진행되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관계라고 하는 단어가 어떠한 역할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알 방법이 없다. 엄지손톱만한 사람인형이 모여 의자를 만들고 집을 만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도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아니다.
작품은 1인칭의 기법을 지니고 있다. 자신의 체험과 사회에서의 일탈에서 영감을 얻어 공허함을 보여준다. 소복하게 켜켜이 쌓여진 작은 인형들이 모여 그녀가 사는 집을 형성한다. 앞을 보거나 누워있거나 하면서 서로 서로를 인정할 뿐이다. 모르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오히려 이러한 관계의 모순마저 소복한 부대낌 안에서 제거된다. 흥청거리거나 생동하는 삶은 보이지 않는다. 공허하거나 삭막하다. 그녀가 진단한 현대사회는 서로의 관계가 원인모를 병원체에 감염되어 있다고 본다. 고도의 물질문명 사회 속에서 심화되어가는 소외현상이 가중되어 네가 나를 내가 너를 서로가 모르는 상태로 감염시킨다.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콩알만한 인형 수백 개로 자신의 얼굴을 만들었다. 살아가는 삶보다 살아지는 삶이 훨씬 권태롭기에 수백 수만의 관계에 의해 자신이 조성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관계"라는 주제는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주된 테마이다. 작품들의 이면에는 제대로 된 삶, 멋진 삶, 따스한 삶을 살아가는 희망이 머문다. 그리하여 그녀는 작품들을 통해 어떻게 하면 공허함을 채우고, 어떻게 하면 건조한 굴레에서 벗어나 소외를 극복하며 자신을 찾아 낼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한다. 조각가로서, 여성으로서 진정한 삶은 무엇인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심성과 자신의 한계성을 인정해야만 하는가. 그러나 예술가로서의 삶과 자신에게서 본래적으로 발생되는 기질을 일치시켜야 한다. 내적으로 숨겨진 정신이 외적으로 온전히, 필연적으로 나타나야한다.
'그녀'란 어원상 '보통 인간'이라는 말로서, 작품을 통해 신혜정 자신을 보통으로 부르는 별명이다. '그년'은 보통명사가 아닌 특별한 관계를 의미한다. 약간의 관계가 있는 상태의 암시로서 문명에 억눌린 자아와의 동일성을 상실한 현대인의 화신이다. '그여자'는 있는 그대로 보는 데에 익숙해진 관계가 맺어지기 전의 '그년'이다. 소위 말하는 남으로서 공포의 감정도 느끼지 못하며 기분에 좌우되지 않는 유형의 인간을 말한다. 이러한 상태에서 '그녀 신혜정'이 존재한다. 모든 사람들로부터 홀로 떨어져 밥을 먹고 라디오를 듣고 약간의 음주를 하는 순간이야 말로 숱한 행복한 순간중의 하나이다. 자신의 삶은 응고되어 있는 게 아니라 흐르며 변화한다.
또다시 수백 수천 개의 인형이 모여 하나의 의자를 만든다. 의자에는 충만함으로 넘쳐나며, 비어있음도 활기차다. 앉아서 쉴 수 있는 모험(앉으면 무릎 뒤가 아플 것 같다)도 마다하지 않으며 누군가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용기가 무제한으로 자리한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자리가 있다. 사람은 언제나 자신과 자신을 제외한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누구나의 의자이며, 누구도 앉을 수 없는 의자이다. ● 인간의 삶이란 저울질 할 수없으며 운명적인 관계들로 인해서 논리가 생겨나며 계산하는 삭막함이 발생한다. 일백여개의 방명록 표찰이 이를 증명한다. 아는 사람이거나 모르는 사람이거나 쓰여지는 표찰이 모여 하나의 군집을 이루고 그 군집은 곧 작업의 소재이며, 신혜정 그녀(그년이 될지도 모르는) 자신이다. ■ 박일양
Vol.20060926d | 신혜정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