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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922_금요일_06:00pm
작가와의 대화_2006_1014_토요일_03:00pm 후원_서울문화재단 젊은 예술가 지원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팩토리 서울 종로구 창성동 127-3번지 Tel. 02_733_4883 www.factory483.org
이미혜: super-ebayer, super-wife, 그리고 super-artist ● "super-ebayer"는 이미혜의 작업 제목인 동시에 그녀의 직함이다. 그녀가 건네는 명함에는 이름과 함께 버젓이 super-ebayer란 직함이 적혀 있다. ebayer는 ebay+er의 형태로 [ebay를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알듯 모를듯한 이 직함은 그 자체의 의미보다는 그녀의 또 다른 직함들인 super-wife, super-artist와 함께할 때 어떤 알리바이를 제공하게 된다.
super-ebayer, super-wife, 그리고 super-artist는 세 장의 명함이 한 세트가 되는 이미혜의 "3종 명함 세트"에 기재된 각기 다른 직함이다. 그녀의 역할 혹은 정체성으로서 ebayer, 결혼한 여성과 예술가는 당연히 중복교차하지만 이미혜의 명함에서 세 개의 역할/정체성은 시간과 장소에 의해 명확하게 구분 및 분리되고 있다. 즉 정체성은 개인적 범주가 아니라 장소와 시간, 즉 사회-문화적 문맥과 연결되고 있음을 분명하게 내비친다. 분리되어 구체화된 super-ebyer, super-wife, 혹은 super-artist 라는 정체성과 그 관계를 사회-문화적 문맥에서 읽어내는 것이 이미혜의 전체 작업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 이미혜가 ebay를 처음 접한 것은 2003년 초 일년 반의 체류 목적으로 독일행 비행기에 탑승해서였다. 기내에 비치된 독일 잡지 Stern슈테른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백화점"이란 제목 하에 독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던 중고 제품 인터넷 경매싸이트 이베이를 소개하고 있었다. 남의 손때가 묻은 물건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경제적, 환경적 인식이 지배적인 독일 사람들에게 ebay는 연중무휴 다양한 물건들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인터넷 벼룩시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독일 생활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싸고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명목으로부터 출발한 'ebay하기'는 성공과 실패라는 경쟁의식이 덧붙여지면서 "중독되고 말았다"라는 그녀 자신의 독백처럼 이미혜의 독일 생활을 지배하게 되었다.
분명 이미혜에게 이베이의 출발은 일상에서 비롯되었고, 일상으로서 이베이의 경험을 예술화한 것은 그녀가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낙찰 받지 못한 품목들을 수채화로 그리는 지연된 다음 과정을 통해서 였다. 수채화라는 형식은 일상으로서 ebay의 경험을 손쉽게 예술로 분리시킴으로 일상과 예술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듯 하지만 그녀에게 이러한 '구분하기'는 방법 혹은 과정이고 그 결과는 미술과 일상의 상호적인 연결임이 다음 단계의 진행을 통해 곧 드러난다. ● 이미혜의 작업이 예술과 일상의 통합이라는 현대미술의 일반화된 흐름에 편입하고 있다는 것은 손쉬운 지적이다. 문제는 "어떻게"라는 방식에 있다. 이미혜가 미술과 일상을 연결하는 방식은 섣부른 통합이 아닌 '구분하기'라는 과정을 통해 일상과 예술의 상호적 공존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총제적인 인간을 단위로 하는 보편적 의미화란 지극히 모호하다. 우리의 일상은 개인의 성, 인종, 섹슈얼리티 등의 정체성에 의해 구분될 때 구체화 된다. 모든 인간을 포함하는 보편적인 일상은 가부장제가 지배하는 삶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그러므로 의미화의 과정에 정체성의 문맥이 수반될 때 일반화된 이성애-남성의 시각을 탈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혜의 '구분하기'를 통한 공존은 그녀의 전작 "부재카드"에서 이미 유효하게 사용되었고, 그녀의 정체성과 연결되는 여성주의의 문맥에서 구체적 의미를 드러낼 수 있다.
"부재카드"는 2004년 독일 Ostsee에 위치한 대표적인 휴양지, Ahrenshoop 에서의 레지던스(작가거주프로그램)에서 진행되었고 레시던스를 마감하는 전시회에서 선보였다. 이미혜는 레지던스의 대부분의 시간을 관광, 산책, 쇼핑, 외식하기 등 일상적인 활동으로 보냈으며 작업실 안에서 작품을 제작하지 않았다. "부재카드"는 그녀가 작업실에 부재했던 이유, 예를 들어 2004년 4월 18일 13:30부터 15:50까지 Althagend에서 돛단배 유람, 16:20부터 18:10까지 spar에서 장보기, 마을 상점들의 쇼윈도 구경 등 작업실 밖에서의 그녀의 일상으로 채워져 있다. 제목이 지시하듯 "부재카드"의 내용은 레지던스 기간 동안의 작업실에서의 부재이다. 하지만 그녀의 작업은 작업실 안과 구분되는 작업실 밖의 일상 생활이 풍부해지면 풍부해질수록 오히려 작업실 안의 부재를 강화한다. 그녀의 부재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빈 작업실 사진은 작업 의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1974년 로스엔젤레스 Claire Copley 갤러리에서 있었던 Michael Asher 마이클 애셔의 전시회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애셔의 작품이 미술공간(갤러리) 안에서 비우기를 극단적으로 실천함으로써 비워있음을 실현했다면, 이미혜의 작업은 오히려 미술공간(작업실) 밖의 일상을 다양한 활동으로 채움으로써 미술공간의 비워있음 즉 부재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결국 그녀에게 부재와 존재는 상호적이며 동시적이다. 부재와 존재의 상대성을 강조하는 이분법과 그 이분법적 구분에 합을 추가한 변증법은 서구 이성애-남성 사상가들의 발명품이다. 나아가 프로이드는 여성의 신체를 남성성기가 부재한다고 규정하면서 여성의 신체를 결핍이라고 비약적으로 의미화했다. 결국 부재를 결핍으로 의미화하는 것은 이성애-남성의 시각이다. 그러나 여성주의의 입장은 여성의 신체를 결핍의 공간이 아니라 타자를 생산하고 공존시키는 창조의 공간이라고 선언함으로써 부재 대 존재라는 이분법적 사고의 전제를 넘어선다. 여성주의 심리학자 Julia Kristeva쥴리아 크리스테바는 그녀의 저서 "공포의 권력 Powers of Horror"에서 아브젝시옹abjection을 더러운 것, 공포, 혐오 및 욕망의 대상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이미혜의 '구분하기'와 관련하여 아브젝시옹에 주목하는 것은 그것의 의미가 무엇이냐가 아니라 아브젝시옹의 '존재 방식'과 '상태'에 있다. 다시 말해 아브젝시옹은 주체의 일부였지만 주체로부터 밀어내어져 분리된 것이다. 그러나 분리된 것으로서 아브젝시옹은 밀어낸 주체에게 완전한 객체가 될 수 없고, 오히려 '밀어내기'의 과정에서 주체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체도 대상도 아닌 상태를 획득하고 이질적인 것들이 마주하는 경계가 흐려질 때 아브젝시옹은 출현한다. ● 이처럼 분리되었지만 대립하지 않고 상호적으로 존재하는 상태는 임신과 출산의 예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추론될 수 있다. 임신과 출산은 한 육체 안에 타자를 허용하지만 그 타자를 추방하는 것으로 분리와 공존의 과정이다. 결국 크리스테바에서 추출된 개념과 이미혜의 '구분하기'가 공유하는 것은 주체의 일부였지만 이질적인 존재로 '배출되는 과정'과 배출된 것과 배출시킨 주체가 동일시 될 수도 없고 완전하게 분리되지 못하는 '상호적인 상태'이다. ● 획득에 실패한 물건들을 이미지로 존재시키는, 그리고 작업실에서의 그녀의 부재를 작업실 밖에서 일상적인 존재로 드러내는 방식은 부재 대 존재의 이분법적 구분도 아니며 부재와 존재의 변증법적인 합과는 차별되는 부재와 존재의 상호성과 공존이라는 여성주의적 해석을 획득한다. ● 여성주의적 해석이 생물학적 성적 구분에 의해 자동적으로 부여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그것은 여성주의 시각에서 스스로 정체성을 형성할 때 유효하다. super-ebayer는 ebay 경매 및 거래 과정을 마친 후 이미혜와 거래를 했던 상대방이 그녀의 긍정적인 신용도를 표현한 단어였다. super-ebayer는 그녀에게 부여된 것이었지만, 이를 유지하고 나아가 super-ebayer를 자신의 정체성으로서 명함에 인쇄까지 하고 여성 예술가로서 또 다른 정체성에 연결한 것은 그녀 자신의 노력과 선택이었다. 정체성 획득이 사회문화적 문맥에서 상호적일 수 밖에 없지만 스스로의 인식이 필수적이라는 정체성의 능동적인 획득 과정이 재현되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3종 명함 세트"에서 시간과 장소에 의해 super-ebayer, super-wife, super-artist로 정체성을 '구분하기'는 자신을 밀어냄으로 주체를 인식하는 아브젝시옹의 연결선상에 놓인다. ● 가장 최근의 작업, "super-test"는 노골적으로 그녀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드러낸다. 이 작업에서는 그녀의 정체성과 관련된 4지선다형의 시험지를 관람객들이 풀도록 되어있다. 이러한 질문들의 정답은 주관적인 자기 반영일 수 밖에 없지만, 문제지의 문항들은 통합되지 못하는 세 개의 분화된 정체성이 처할 수 있는 곤란함에 대한 인식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자기 인식은 '구분하기'를 이미혜의 전체 작업의 전개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게 한다. ● 앞에서 지적했듯이 일상적 행위로 출발한 ebay가 곧바로 미술 행위로 동일시 된 것이 아니라 획득에 실패한 품목 그리기, ebay 사전 만들기, 평가집 만들기, 명함 만들기, 등 개별적인 미술 작업으로 분화하는 과정을 통해서였다. 이러한 전 과정은 '구분하기'의 부분적이고 형식적인 적용이 아니라 작업 전체의 전개 방식으로 고려하게 한다. 일상으로부터 '구분하기' 통해 탄생한 작업들의 효과는 분리가 아닌 공존이다. 즉 'ebay하기'를 미술 작업의 과정으로 수용함과 동시에 일상적 행위로서 'ebay하기'를 유지하도록 한다.
여행하기, 요리하기, 파티하기 등과 같은 일상의 행위들을 미술의 목적 하에 일상적인 문맥에서 떼어내어 미술 형식으로 전용하는 방식은 quasi유사 일상일 뿐이다. 이러한 유사 일상은 그들이 벗어나려는 형식주의 미술에서와 같이 일상적 행위만을 양식화하는 것으로 일상성을 약화시키거나 제거한다. 이미혜의 '구분하기'의 방식은 'ebay하기'를 유사 일상이 아닌 현재진행형의 일상으로 유지하게 함으로써 일상의 완전한 독립 혹은 일상과 미술의 섣부른 통합이 아닌 일상과 미술의 상호적인 공존의 장치이기도 하다. ● 이미혜에게 '구분하기'는 작업 형식, 정체성의 인식 및 표현, 그리고 작업의 전개 방식 등에서 복합적인 추적을 요구한다. 이러한 복합적인 작동은 그녀의 작업에 중요한 추진력으로 정체성의 문맥에서 일반화되고 보편화된 일상의 의미들을 구분하고 구체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제 일상은 정체성의 단위에 의해 세분화된 범위들을 구분하고 배출함으로써 합이 아닌 공존으로서 의미화된다. ■ 오인환
Vol.20060922f | 이미혜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