凝視-我

장은우展 / CHANGEUNWOO / 張銀友 / painting   2006_0920 ▶ 2006_0926

장은우_凝視-我_장지에 먹_91×91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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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06_0920_수요일_05:00pm

갤러리 가이아 GALERIE GAIA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7-1(관훈동 145번지) 2층 Tel. +82.(0)2.733.3373 www.galerie-gaia.net

응시-나와 그들의 양면(兩面) - 凝視-나 ● 우리의 삶은 지구 전 가족을 싸안는 사회의 복잡한 틀에 갇혀 있다. K.해리스가 말했듯이, 현대는 권태와 무관심이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인은 끊임없이 새로움ㆍ흥미로운 것을 찾게 되면서, 트랜드화되는 사회속에서 인간은 소외되고, 다른 한편으로 또 자기가 자기를 소외시키고 있다. 그 소외와 무관심속에서 나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나를 바라본다. 현대의 매스컴-인터넷의 발달은 시선을 모두 외부로 향하게 해 작가에게서 조차도 자기 침잠의 깊이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 개개인을 응시하면서 나와 그들, 즉 서로의 시선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려고 한다.

장은우_凝視-我_장지에 먹_72.5×60.5cm_2006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 ● 내 안에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이 항상 공존한다. 멈춰 있는 듯하면서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을 돌아보면 세속(世俗)에 물들지 않았던 과거의 기억들 속의 내 모습이 아쉽고, 항상 뇌리에는 그것으로 되돌릴 수 없는 안타까움이 남아 있다. ● 저 멀리에서, 현실 앞에서 주저하는 나약한 우리들, 그리고 나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 모두 하나같이 무표정하고 어떤 표정도 없다. 나의 그림은 그들의 지그시 감은 눈, 꼭 다문 입모양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는 초상화에서 보여지는 인물의 외형적인 모습을 통해 내적 심상을 표현하기 보다는 어딘가에 시선을 주고 있는 무심한 모습들에 주목한다. 마음에 맴돌다 그 모습이 내 눈을 통해 화면에 흔적을 남긴다. 그들의 시선은 어떤 한 곳을 바라보지만,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모호하다. 그러한가 하면 어느 순간에 나는 무심하게 인체 어디를, 그냥 인간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한다.

장은우_凝視-我_장지에 먹_65×53cm_2006

무심하게 바라본 흔적들 ● 그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찰나의 어떤 영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무심하게 보기도 하고 한 곳에 눈길을 주면서 한동안 바라보기도 한다. 복잡한 현대 속에서 인간의 겉모습과 내면적 의식 사이에서 고통 받는 우리를 보고 있는지, 자기가 원하고 갈망하는 욕구의 상대를 바라보는지도 모른다. ● 나의 작업에는 생각하고 행위하는 시ㆍ공간도 있지만, 작업을 하면서 떼어내고 붙이는 시간과 공간사이에 종이로 쌓아지고 가려지면서 흔적이 남아 그것이 어떤 형상을 이루기도 한다. 의도적인 것도 있지만, 하다가 무심코 나오는 우연도 있다. 우연의 미학은 우리 전통 도자기에서 흔히 이루어지던 것이다. 어느 때는 무심코 나온 것이 오히려 한국인의 심미의식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런데 나의 화면에 나타난 그들은 전혀 느낌이 없는 형태(形態)가 아닌 기로(岐路)에 서 있는 바로 나의 모습이다.

장은우_凝視-我_장지에 채색_15×15cm_2006

나, 곧 그들: 눈길을 머물게 한 것은 화면속의 내 자신의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감정을 숨기며 행동을 하면서도 남들이 자신을 이렇게 봐 주었으면 하는 어떤 모습을 잠재(潛在)하고 있다. 보여주는 모습은 내면의 나의 본 모습과 차이가 있다. 인간은 의식적으로 자신의 정신과 육체를 포장한다, 그 포장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나는 그러한 인간의 모습을 조금 더 떨어져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이고, 비춰지는 나와 진정한 나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 시선은 나의 시선인 동시에 그들의 시선이다. 오랜 응시가 계속되면서 나는 그 시선 속에서 장자의 심재(心齎)의 좌망(坐忘)을 체험한다. 내가 나이면서 내가 나를 잊었다. 인간들이 화면으로 들어온다. 어떠한 감정도 갖지 않은 듯 한 평안한 화면속의 모습들이 나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지켜본다. 그 모습은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사회 속에서 만들어 지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 보면, 나 개인적인 판단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장은우_凝視-我_장지에 먹_25×162cm_2006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어떠한 시선으로 나를, 그들을 바라보고 있고 바라보아야 하는가? 표현하려는 대상의 진솔함, 그 본체(本體)를 보기위하여, 대상의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 오랫동안 응시하며 침잠해 본다. ■ 장은우

Vol.20060920d | 장은우展 / CHANGEUNWOO / 張銀友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