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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916_토요일_04:00pm
강선미_김병호_사성비_이상룡_이중근_임택_임만혁_장희정_한지선_허윤희
주최_영은미술관
영은미술관 경기도 광주시 쌍령동 8-1번지 Tel. 031_761_0137 www.youngeunmuseum.org
사람들의 다채로운 기원을 담고 있다는 차원에서 '미술'과 '마술'은 본래 하나였다. 만약 미술과 마술의 시원을 찾아 시간의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아마도 우리는 라스코 동굴벽화와 같은 원시시대 사람들의 주술적 기원이 담긴 하나의 원류와 마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원시의 인류에게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했으며, 그렇기에 그들의 인식적 지평 내에서 자연은 곧 절대적 숭배와 경외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그들은 주술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요컨대 미술이 오늘날 통용되고 있는 미술로서의 지위와 가치를 부여받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당시 주술적 행위들은 자연의 불가해함에 기인하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자기암시(autosuggestion)적 장치였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종교화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마술(magic)이라는 단어도 주술(의술을 포함하기도 하였음)의 의미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로 오면서 속임수, 무대연출 등의 유희적 차원이 강조되면서 컨저링(conjuring), 트릭(trick), 일루전(illusion) 등으로 구분되고 있다. 오늘날 이렇듯 마술의 개념 자체도 유희성이 부각됨으로써 주술적 차원을 벗어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술 역시 일차적인 주술성을 표면적으로 극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가 아직 건재하고 있는 것에서도 감지할 수 있듯이 인류가 존재의 불완전성 안에 머무르는 한 미술 또한 유사종교 차원의 자기암시적 기능을 희석은 할 수 있으되, 결코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은미술관의 『Magic Garden 마술정원』展은 주술적 차원에서의 자기암시의 기능이 여전히 내포되어 있다는 인식에서 착안되었으며, 나아가 현대미술에서 어떻게 현재화되고, 표면화되는가를 조명하고자 하는 전시다. 강선미, 김병호, 사성비, 이상룡, 이중근, 임택, 임만혁, 장희정, 한지선, 허윤희 등 10명의 작가들은 이번 전시에서 유희, 상상, 치유, 재현 등등 각각의 관점과 형식에 근거하여 우리의 의식 안에 잠재되어 있는 다채로운 삶의 기원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미술을 통해 무엇을 보고 희망하는가를 보여주는 한편의 유의미한 서사시가 될 것이다.
강선미는 라인 테입을 이용한 설치작업을 보여준다. 그에게는 공간 자체가 캔버스다. 또한 마치 현미경이 그러하듯이 지극히 사소하며 일상적인 어떤 지점 또는 사물들을 확대하고 주시하는 미적 놀이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렇듯 작가에 의해 소집된 이미지들은 본래의 기능과 의미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공간을 형성하고 변환되거나 확장된 새로운 의미들을 쏟아낸다. ● 김병호의 양방향(interactive) 설치작품은 꽃의 형상을 구현하며 관객의 목소리에 반응한다. 관람객들의 소리는 증폭회로를 거쳐 PC로 전달되고, 변조된다. 그리고 변조된 소리는 다시 스피커를 통해 나간다. 이는 관객의 목소리로써 번식되는 꽃이면서, 또한 이를 바라보고 참여하는 사람들의 꽃이기도 하다. 바람을 타는 꽃가루처럼 관람객에게로 환원되는 소리는 자신들의 것이되 자신들의 것이 아닌 것으로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다. ● 동양화를 전공한 임택은 ""옮겨진 산수" 등 관객의 참여로 완성되는 설치작업을 통해 평면의 화폭 안에 갇혀 있던 풍경을 밖으로 불러낸다. 또한 관람자가 디지털 카메라로 자신의 모습을 찍어 출력하고, 이를 직접 작품의 일부로서 설치하도록 한다. 이는 형식과 관념을 강요하는 권위적 예술의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고 작가와 떠나는 유쾌하고도 자유로우며 누구든 동행할 수 있는 여행이다.
입체평면을 추구하는 한지선의 주요 테마는 '계단'이다. 하지만 원근법이 잘 반영되어 있는 계단들은 현실의 계단이 아니라 상상의 계단이다. 계단은 흔히 이상세계를 꿈꾸는 상승 지향적 이미지로 비쳐지지만, 실제 우리는 계단을 오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낮은 곳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계단이 아니라 '길'로 명명된 작품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결국 작가는 유토피아를 추구하는 욕망과 이의 상실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존재의 불완전성을 담담하게 드러낸다. ● 임만혁은 서양화에 이어 동양화를 전공했다. 이런 이유로 그의 작업에는 고향이자 미적 영감의 원천인 강릉의 어촌 풍경을 매개로 동양과 서양이 혼융되어 있다. 작가는 시간 앞에서 풍화되고 무기력해지며 삶 속에서 허약해지고 허물어지기 쉬운 인간들을 그린다. 그들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깊은 생각에 잠겨 무엇인가를 헛되이 기다리며 앉아 있거나 삶에 저항하기 보다는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작가는 따스한 포용의 시선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 둥근 공 모양의 색색깔 스티로폼을 이용한 이상룡의 설치작업은 특정 형상을 재현함에 있어서 과학적이며 생물학적인 차원의 원자와 같은 대상의 본질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는 일차적 재현을 넘어 대상 이면의 본질을 보다 추구해야 한다는 신념에서 기인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형이상학적인 무거움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입체적이며 열려 있는 공간을 지향함으로써 형식적 본질 너머의 정신적 본질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다.
사성비의 "B 브랜드"라는 작품들은 어린시절 소녀들의 인형놀이에서 볼 수 있는 인형 옷에 물질주의적 욕망이라는 사회현상을 오버랩 시킨다. 하지만 작가는 이를 무겁게 얘기하지 않는다. 조선시대 봉산탈춤은 해학적 놀이로 계층적 경계를 극복 또는 해체의 수단이었다. 작가는 마치 봉산탈출이 그랬던 것처럼 왜곡된 우리의 물질적 욕망을 유희적인 놀이라는 미적 영역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이의 해체를 시도한다. ● 이중근은 인물과 신체 일부분 또는 사물 등을 사진으로 촬영한 후, 컴퓨터로 재조합해 추상적인 패턴을 제작한다. 장식적 특성으로 인해 패턴은 옷감과 의상의 부수적 요소로만 치부될 수도 있지만, 실제 각 나라의 고유 문양과 무늬는 국가 혹은 민족의 전통적인 신앙, 생활습관, 역사 등을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하나의 시각언어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렇듯 사소한 일상 속에 잠자고 있는 사회문화적 기호들, 즉 우리의 생각과 삶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일깨운다. ● 장희정의 작품들은 전통미술로서 다산, 장수 등과 같은 기복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화조화를 작업의 근간으로 한다. 하지만 장희정의 화조화는 과거의 것과 전혀 맥락으로 전환된다. 그는 먼저 대량생산에 의한 꽃무늬 천과 아크릴 등 서양적인 화법을 이용해 화가에 의해 그려진 꽃 등의 이미지를 대비시킨다. 이는 예술 특히 회화의 원본성, 희소성 등에 의문을 던지고 또한 동양과 서양이라는 경계에 대한 해체와 일원화를 시도한다. ● 허윤희는 붉은색 등 강렬한 원색의 뿌리, 불, 물 등의 원형적 요소를 화면 안에 불러들임으로써 현대사회의 상실되어 가는 자연적 본질을 일깨우고자 한다. 이전까지 목탄 드로잉 작업을 지속함으로써 작가의 이성적이며 개념적인 사유를 보였다면, 원색을 강조한 유화작품들은 보다 감성적인 사유를 지향하고 있는 작가의 심적 변화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성의 틀을 벗어나려는 의지는 마치 흔들리는 촛불처럼 위태롭지만, 그렇기에 또한 강렬하다. ■ 영은 미술관
Vol.20060916a | Magic Garden, 마술정원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