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6_0913_수요일_06:00pm
갤러리 NV 공모작가선정
갤러리 NV 서울 종로구 인사동 186번지 3층 Tel. 02_736_8802
나의 작품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감정들과, 무의식 속에서 분출되는 일종의 욕구 따위와 같은 것들을 이미지로 발산함으로서 정신적 쾌감을 얻는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 행위는 스스로 자신을 다스리는 방법이기도 하며 억압되었던 감정을 즉흥적으로 표출함으로서 사회적 행동 영향으로부터 생겨난 잡념들과 각종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하는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따라서 감정 표출로서의 작품은 지극히 개인적인 내적 언어를 은유적 차원으로 접근하는 자전적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은 '나'라는 개인의 삶 속에서 얻어지는 감정의 부산물들을 끄집어내어 나름대로 세상과의 소통을 하고 있는 방식이다. 이렇듯 나는 드로잉 되어진 사람과 동물들, 혹은 또 다른 형상으로 변형된 자아를 표현하며 본인의 잠재의식에 내재되어 있는 생각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것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 경험하거나 느끼는 것들 즉, 불안감이나 우울함, 혐오감, 기쁨, 슬픔 등과 같은 아주 일상적인 사소한 감정들에 대한 이미지이다.
지금 우리시대의 화두, 혹은 여러 사람들이 같이 느끼고 있는 시대적 공감이 나와 무관하지 않다. 급변하는 사회와 급격한 우열의 차이 그리고 그것과 맞물려 있는 현실을 관리하는 삶의 능력과 경제적 잣대, 윤택한 생활에로의 지름길, 행복에 대한 여러 종류의 기준들, 사랑에 관한 가치의 차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와 같이 개인의 삶의 핵을 이루고 있으면서 그 해답을 얻을 수 없는 미로와도 같은 심리적 공간에서 갈 길을 찾지 못하는 나를 본다. 그것이 결국 내가 다루는 작업세계이다. 그러기에 때로는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화면 위에 늘어놓는다. 결과적으로 이미지는 불완전한 형태로 나타나거나 형태가 다시 겹쳐지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양한 형태들은 다시 선과 색을 만나 감정상태에 따라 패턴에 의한 조화를 이루기도 하고 무질서하며 화합되지 않는 소재들의 불협화음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렇게 각각의 작품들은 사회적 주변의 상황들에서 반응되어지는 나의 심리적인 요인이 지배적인 이유로 사실적이기 보다는 모호한 현실과 갈망하는 이상세계에 대한 표출처럼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감정 제시로 인해 정상적인 모습보다는 다소 뒤틀려지거나 과장된 모습들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판화는 간접적인 매체이다. 나는 나의 감정의 정화작용으로 판화의 기법을 통해 작업한다. 즉흥적인 드로잉이나 회화적 표현은 그 나름의 감정표출의 직접성을 지니지만 판을 매개로 진행되는 판화의 경우에는 즉흥성이 나의 의지와 만나 시간적 조율의 단계를 거침으로서 조금은 정제된 이미지로 생산된다. 그것은 순간의 감정상태를 한 단계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제공해 줌으로써 무분별한 감정이입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적당히 제한된 크기가 그러하며 부식의 정도로 만들어지는 판과 색의 분해들이 그러한 시간적 해석의 기회를 준다. 즉 감정 표출의 방법으로 다뤄지는 판법은 자아를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 줌과 동시에 본인의 정체성에 관한 감각을 일깨워 주는 중요한 매개체인 것이다.
Soliloquy Monologue ● 이번 전시를 통해 나는 나의 내면에 있는 생각들을 마치 고도로 연출된 심리극의 한 장면처럼 표현하고자 했다. 그것은 즉흥적 상황이 연출에 의해 다듬어진 것처럼 작품 곳곳에 녹아 있거나 설명하고 있다. 일종의 모놀로그다. 연극의 형식 중에서 진행되는 극중 한 배우가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의 심경을 관객들을 향해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모놀로그라는 형식이 있는데, 그것은 등장인물의 행동 동기나 결의 따위를 설명하거나 극중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이나, 심리 따위를 솔직하면서도 구체적으로 토로하는 등의 내부적 심리를 표명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모놀로그는 관객을 상대로 하는 표현으로, 관객에게 극의 이해나 배우의 심리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나는 작품을 통해 삶의 무대 위에 존재하는 '나'라는 배우의 생각이나 심적 상황을 모놀로그 한다. 즉 나는 극의 주연으로 등장하고 나머지 배우들은 조연과 엑스트라로 존재하여 마치 현실의 상황이 연극의 한 장면처럼 펼쳐지고 그 안의 나는 혼자서 그 누군가를 향해 소리 내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과도 같다. 단지 나는 그것을 대사가 아니라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뿐이다. 그 이미지는 극중 다른 인물들과 관계 되어 있는 배우(나) 혹은, 그들의 영역에서 떨어져 무대에 혼자 남겨진 있는 배우(나)에 관한 이야기들로, 주로 사람이나 동물들의 형상을 빌어 자유로운 드로잉으로 발산하거나 분출한다. 따라서 그것은 흡사 인형극과 닮아 있다. 인형극은 우리로 하여금 생명력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를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인형들과 비현실적인 상황도 마치 현실처럼 만들 수 있는 경계의 모호함이 그 이유일 것이다. 나의 작품에는 여러 가지의 동물이나 비정형적인 형태의 식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것들은 무대를 채우고 있는 등장인물과 배경처럼 보여 지는데 이것이 바로 "의인화 된 모놀로그"이다. 의인화된 주인공은 내가 만든 무대이미지에 등장하여 극중 모든 사고, 인상, 연상들을 드러낸다. 그리고 마치 꿈을 꾸듯 과거, 현재, 미래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상상의 나래를 편다.
굳이 이러한 이미지의 생성 원인을 따지자면 나의 일상생활이 자연과 동화되고 그 곳에 가까워지고 있는 환경적 요인과 결합된 나의 심적 동요가 이러한 소재로 표현되어지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나의 작업은 그것들을 바탕으로 하나의 극을 만들고 그 극에 녹아있는 내 자신을 스스로 발견하고는 것이다. 결국 나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통해 삶이라는 연극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이나 슬픔 혹은, 기쁨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상황이나 감정들을 가상의 관객을 향해 모놀로그하며 카타르시스를 얻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권혜정
Vol.20060915e | 권혜정 판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