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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907_목요일_05:30pm
유아트스페이스 서울 강남구 청담동 101-6번지 Tel. 02_544_8585 www.yooartspace.com
욕망 재현의 중의적 알리바이 : 색(色)은 색이요, 욕(慾)은 욕이다. ● 얼핏 색 잘 쓰고 깔끔한 마감으로 단장한 예쁜 그림들로 넘쳐나는 화단이고 보면, 이다(Rhee da)가 내놓은 의사(擬似) 아이콘(Pseudo-icon) 연작은 화단 트렌드의 연장선 어디에서 튕겨 나온 부산물 중 하나로 이해해도 무리는 없으리라. 무릇 2도로 제한된 경제적 채색 고집, 앙증맞고 간결한 구성, 약간의 번들거림을 동반한 럭셔리한 면 재질감, 거기에 깔끔하게 마감된 전체 인상을 감안할 때 그렇다. 그렇지만 동시대 청년작가와의 외형적 동형성 너머로 그가 2000년대 초반부터 줄곧 제시해온 주제는 작품 개별들로부터 그럴듯한 스토리를 유추하기는 어려우나, 개별 작업이 누적돼 하나의 연쇄를 이루면서 선명한 수렴점을 만든다. 그것은 도발 직전의 폭력과 사회적 합의에 영원히 이르지 못할(그렇지만 영원히 탐닉될 역설을 갖은) BDSM적 색욕이다. 2002년 내놓은 는 모종의 사고로 바닥에 널 부러진 인물을 제시한다. 머리에서 한가마를 쏟아낸 피는 캔버스 말단까지 흘러내리며 화면을 적신다. 이 짧은 해설로 우리는 혈흔낭자의 익숙한 사고 장면을 떠올릴 법하지만, 실제 작품은 밝은 보랏빛 면과 그 위로 얹힌 굵은 연분홍색 라인 수십 가닥으로 구성된 다분히 장식적인 페인팅 한 점이다. 이 끔찍한 대형사고의 전후로 발생했을 인과적 서사는 단조로운 구성 속에 묻히거나 반짝이는 표면에 밀려 증발하여 자취도 없다. 전자가 물리적 폭력의 결과를 창백하게 약호화 시켰다면 동일한 시기에 제작된 는 앞의 작품과 비슷한 이치로 윤리적 금기로 공동체가 임의 합의한 색욕의 한 유형을 팬시상품처럼 재현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약 8할은 결박과 성적 자극 사이의 연관성에 동의한다고 보고한다. 이 작품은 입 주위를 결박당한 젊은 여성을 제현하고는 있으나, 결과적으로 제시되는 것은 포마이카 위로 요철효과를 내며 얇게 올려진 에나멜의 앙증맞은 색 두께다. 이렇듯 '쎈' 주제만 선별하는 이다의 편향이 간결한 아이콘 속에 '결박'되면서 윤리적 강도 역시 제어되고 중화된다. 이로서 사회적 금기로 지목된 저속한 장면들은 귀여운 자태로 재가공 되어 우리 앞에 선다. 그 과정은 무릇 비정하고 기계적이다. 의 선혈로 물들어야할 아스팔트는 그저 피의 윤곽선만 잡아주는 것으로 족했으며, 탄탄한 결박이 동반한 여성의 간절한 표정의 일그러짐도 2도 색조의 실크스크린 마냥 대충의 전모만 전달하는 것으로 제한되었다. 그 결과는? 온갖 종류의 파렴치한 금기들이 윤리적 부담에서 자유롭게 태연자약 재현되었고(작가 입장에서), 단지 하나의 감상 대상으로 간주되는 (관객 입장에서) 그럴듯한 알리바이가 성립되었다.
금기된 내용을 합의된 형식 속에 가둬온 이다의 전략은, 무정형적 색욕(色慾)의 덩어리를 정형화된 색과 욕으로 구별시키는 효과를 동반한다. 얼핏 게리 흄(Gary Hume)의 일러스트적 작업을 연상시키는 이다의 딱 떨어지는 에나멜 그림은 2006년 신작에서도 이어진다. 금번에도 중력의 저항을 받지 않는(!) 탄탄한 가슴 한쪽을 드러낸 당찬 소녀 「18」와 연전에도 제작된 을 동일한 전략으로 택했다. 이번에는 작지만 눈여겨볼 신작이 있다. 연작과 「양머리」,「여우 머리」다. 뒤의 것은 사람의 안면부에 포유류의 두상을 포개놓아 작가의 중의적 양해 구하기가 변형되어 나타난 경우로 보인다. 앞의 것은 군수품과 동물의 실루엣을 겹쳐 제시하는데, 일면 뒤집힌 전함을 한손으로 떠받든 소녀와 전함의 위로 덤덤히 올라선 달마시안과 군용헬기의 조합을 보여준다. 전함, 소녀, 달마시안, 군용헬기 중 전함과 헬기를 제하면 문맥의 공통분모를 찾기 어려운 구성인자들이다. 물리력의 대변자인 군수품과 문맥적으로 정반대를 의미하는 동물과 유아의 실루엣이 상호 겹쳐지면서 개체가 갖고 있는 본질(가령 군수품의 폭력성)은 휘발되고 만다. 이것은 방법적으로 2002년 이후 줄곧 채택된 중의적 재현술이다. 끝으로 그간 이다가 작품 속에 불러들인 이미지 원본 출처에 대한 언급할까 한다. "작업의 소재들을 신문이나 잡지, 광고, 인터넷 등의 대중적 매체에서 찾는"(작가노트에서)데 이렇듯 저작권이 사실상 무시된 이미지들은 작가가 전달하려는 욕망의 단순 반복성과 호흡을 같이 한다. 미디어가 폭로하는 무차별적 폭력과 색욕의 천태만상은 엄밀히 말해 현대인의 뇌리 속에 떠있는 무형의 아이콘을 클릭해서 도출된 결과이다. 이다의 작업은 그 아이콘을 머리 밖으로 빼낸 결과물이다. 바로 그것이 이 약호화 된 섹스어필과 잔학무도의 씨너리(scenery)가 우리에게 친숙한 이유일 게다 ■ 반이정
동시대 문화를 소비하거나 향유하는 개인으로서 나는 작업의 출발점과 모티브에 있어 '자연'보다는 인공적 자연으로서 '문화'에 주목한다. 나는 작업의 소재들을 신문이나 잡지, 광고, 인터넷등의 대중적 매체에서 찾는데, 이러한 대중적 시각 이미지들은 개인의 내밀한 욕구와 관련되거나 폭력이나 격정등이 드러나는 소재들이자 매체를 통해 단편적이고 분절적으로 접해지는 정보들이다. 실재의 폭력이 아닌 가상의 폭력, 의사체험으로서의 성행위-특히 대중문화를 그토록 매력적이게 만드는 '섹슈얼리티'의 문제-에 나는 관심을 갖는다. 이렇게 채집된 소재들은 균일한 두께의 이미지로 간략화, 단순화 되는 과정으로 변용된다. 변용의 결과물들이 가지는 희화적 또는 중성적 속성과 보호색과도 같은 달콤한 색상에 의해 원본이미지의 시각적 자극은 보다 완충되어 결과적으로는 중화되거나 휘발된 성격의 이미지만 남는다. 나는 이러한 과정을 스스로 '유사 아이콘(또는 의사 아이콘)화' 과정이라 명명하였다. 대중적 욕망이 투영되어있는 선망의 대상으로서의 기존의'아이콘'들이 있다면 나는 대중문화들에서 채집한 소재들로 마치'아이콘'과 같은 시각적 형태를 띄도록 변용시킨다. , 와 는 포르노그라피들에서 그 원본을 참고하였다. 에서 입에 무언가를 물고 있는 인물은 제목에서도 밝히듯, 하드코어한 포르노그라피상의 한 장면에서 연유했음을 알수 있고, 또한 롤리타 컴플렉스를 직, 간접적으로 연상시키거나 그러한 욕망을 내포하는 대중문화의 이미지들에서 연유했음을 알 수 있다.
유사 아이콘화 과정을 거쳐 이들은 원본이 가지던 시각적 생경함이 줄수 있는 거부감이나 직접적인 감정의 반응에서 보는 이들을 안심시키며 '달콤한 이미지'로 탈바꿈한다. 게다가 일정 부분 생략되거나 끊어져 있는 라인들의 효과와 균일한 두께의 라인으로 컨트롤된 에나멜의 '유액성'이 (마치 문학에서 '시'가 말하는 방식처럼) 보는 이들에게 비어 있는 곳 또는 생략, 제거된 곳을 응시하게 함으로서 시각적인 여운을 남기며 관객의 '시선'을 유도한다. 정치적 판단을 유보하게 만드는 이러한 '의도된 모호성'이 가지는 '위악적 유희'의 태도는 현 스펙타클 사회의 동조자 또는 공모자로서의 작가가 대중문화의 통속적 이미지, 숨겨진 문화적 코드들을 회화로 환원시키기 위해 견지하는 방법이자 동시대에 대한 질문이 될 수 있다. ■ 이다
Vol.20060911d | 이다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