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06_0906_수요일_05:00pm
갤러리 환 Gallery hwan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23 동일빌딩 304호 Tel. +82.(0)2.735.7047 www.ghwan.com
김묘빈은 얼굴을 그린다. 인물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초상화의 특성을 가지지는 않는다. 초상화는 주인공을 잘 표현하기 위하여 그 사람을 설명할 수 있는 사회적 도구들이 사용되지만 작가의 그림 속 주인공은 자신을 설명할만한 어떠한 것도 드러내지 않는다. 장식적인 소품들은 물론, 자세를 취하거나 옷을 표현할 수 있는 몸조차 없다. 이는 자신이 어떠한 기표로도 정의되는 것을 거부한다는 것을 뜻한다. 작가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분류할 때 기준이 되는 성별이나 직업, 취향, 스타일을 설명할만한 기호들을 하나씩 제거하고 덩그러니 얼굴만 그려놓고 있다. 자신을 대변하는 기호들을 벗어버림으로써 자기 본연의 모습을 찾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은 결국 자신을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기표를 벗어버림으로써 자신의 위치(site)를 결정짓지 않는다. 이는 곧 더 많은 가능성으로 자아를 풍요롭게 하는 행위이다. 자신을 대변하는 기표가 많아질수록 자기 잠재성의 범주는 제한되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위치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범주의 틀에 맞추어 자신을 순응시키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경계를 흐리게 한다. 곧 작가는 자신의 영역을 확정짓지 않고, 스스로를 부유하는 자아로 만든다.
얼굴 읽기 ● 그렇다면 우리는 얼굴을 보면서 무엇을 읽을 수 있는가. 얼굴에는 자신을 드러낼만한 어떠한 사회적 기호도 담고 있지 않지만 작가는 그에 대한 방어기제로 얼굴의 형태(contour)를 왜곡시킨다. 왜곡된 상을 통해서 우리는 또 다른 기표를 발견하게 된다. 결국 가면을 벗는다는 것은 새로운 가면을 드러내는 것이다. 페르소나를 벗는 동시에 또 다른 페르소나를 입는 것. 일그러진 형태의 눈과 입, 코, 귀가 말하는 얼굴 표정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페르소나를 보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가리기 위해 기표를 벗고, 보여주기 위해 새로운 가면을 쓴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회적 기표를 다 벗어버리는 것처럼, 자신을 찾기 위해 작가는 또 다른 자아라는 이름의 얼굴을 만든다. ■ 갤러리 환
Vol.20060908f | 김묘빈展 / KIMMYOBIN / 金妙玭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