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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830_수요일_06:00pm
갤러리 아트사이드 서울 종로구 관훈동 170번지 Tel. 02_725_1020 www.artside.net
우리가 태어나자마자 달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살아왔다. 애틋함, 그윽한 가을밤의 정서, 기다림, 안위에 대한 기원, 심미적 대상, 우러름 등, 수많은 정서들이 달에 내포되어있다. 우리의 문화 역시 그 달을 닮아있다. 달은 수많은 시가들과 회화작품에서 어김없이 그 얼굴을 내밀었다. 서양에서도 역시나 달은 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세속과 대비되는 달의 고매함은 서머싯 모옴(Somerset Maugham)의 소설에서 잘 드러났었고, 폴 오스터(Paul Auster)는 인간이 삶의 의미를 집요하게 찾아 나설 때 마치 꿈과도 같은 '달의 궁전'이 다가온다는 열망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 이정배는 하나의 요소를 이루는 픽셀에 동양적 정서를 이루는 화면을 채워 넣는다. 화초와 난, 그리고 달이 주를 이룬다. 어두운 그림자에 어루만져진 화초와 난의 저편에서 달은 이 모두를 끌어안는다. 그리고 불빛은 한지의 뒤편에서 이 회화를 밝히며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어떤 작품들은 온화한 분위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또 어떤 작품들은 수많은 픽셀들로 각자가 자기 힘을 보태어 문자 메시지를 표현한다.
"달하 노피곰 도다샤"는 주지와 같이 '정읍사'의 한 구절이다. 이 노래의 주제는 물론 기다림이며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대상에 대한 안녕의 바램이다. 그러나 이정배가 부여하려는 의미는 이 시가처럼 간단하지만은 않다. 이정배가 그려내는 달은 화초나 특정인만을 비추는 달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세상의 모든 대상을 아우르는 달을 나타내고자 한다. 우리는 이 시대에 대해서 명확히 모른다. 첨단이라는 용어가 난무하고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다이너미즘(dynamism)의 사회, 빠른 풍속의 변화, 정립되지 않고 무방향으로 한없이 흩어져만 가는 가치들, 혼돈 속에서 고개를 쳐드는 불안의 기운들, 소비, 방황, 감정의 낭비, 그리고 뒤늦게 급습하는 허무들이 바로 부정적인 현실태이다. 예술 역시 예술의 본질과 의무를 더 이상 따져 묻지 않는다. 화려한 표면의 형식이나 재기발랄한 기법의 발견에 만족하며 주저앉기 일쑤이다. 그리고 이 표면의 감상과 감식에 관람하는 이는 도취되며 소유의 대상으로 여기게 되며 제작한 예술가의 마음은 일순 잊게 된다. 그런데 이번 전시회 "분재가 된 풍경(Scene in the Pot)"의 타이틀은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다층적인 메시지를 제공해준다. '분재'는 인위에 포섭된 자연을 지칭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분재란 부정적인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어쩔 수 없는 이 상황의 적절한 삶의 방법에 대한 은유적 언어이다. 자연도 없고 사람도 없고 예술도 없다. 이 세가지는 모두다 무언가에 구속되어있다. 기술과 자본에 얽매어있고 촌각의 시간 다툼에 지쳐있다. 모두들 상처를 받았다. 그러면서 다들 살고 있다. 어땠던 간에 살아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모든 것이 인위적 삶에 포박된 지금, 이정배는 구백제의 시가를, 하나의 대상을 애틋하게 기다리며 기릴지도 모르는 심정을 부여한다. 기다림, 고매함, 우러름의 심정을 우리 모두에게 선사하며 한번 더 자기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업이 바로 이정배라는 작가의 마음이다. ■ 이진명
Vol.20060830e | 이정배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