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f_Holic

지영 회화展   2006_0809 ▶ 2006_0815

지영_self_holic 1_혼합재료_90×240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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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809_수요일_05:00pm

갤러리 라메르 서울 종로구 인사동 194번지 홍익빌딩 Tel. 02_730_5454 www.gallerylamer.com

지영의 Self-인형, 행복을 여는 쿠폰첫 만남 ● 작가 지영을 처음 만난 것은 '2006 아트서울'전. 꽤 치열한 경쟁을 거쳐 초대된 유망작가들이 한데 모여 관람객을 맞는 군집개인전 아트페어였다. 다양한 형식의 작품이 즐비한 전시장에서 지영의 작품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작가라면 누구나 '쓸쓸하고 외로운 불꽃놀이가 아닌, 분수처럼 솟아오른 기쁨의 외침으로 관객을 소금기둥처럼 멈춰 서게 하는 그림'을 희망한다. 그녀의 전시부스에 걸린 작품에서 역시 그런 열정적인 흡입력은 감지됐다. 마치 뜨거운 황금빛의 입자들이 금속판을 달구고 있듯 강렬함과 차분함을 동시에 지닌 그녀의 화면은 이미 많은 이의 발길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3개월이 지나가는 얼마 전 신촌의 홍대작업실에서 작가를 다시 만났다. ● 우선 지영의 작업에서 흥미로운 것은 평범한 재료의 비범한 활용에 있다. 금속공예와 섬유미술을 전공했다는 단편적인 이력은 그녀의 작품을 이해하고 설명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어차피 그림은 현실이 아니라 환상이다. 이를 인정해야만 비로소 창작의 세계는 열리게 된다. 물론 그림의 제재나 소재는 그 자신의 상상력의 소산이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겠지만, 그것들을 재구성하는 것은 바로 작가의 손이다. ● 지영은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세 가지 이상의 기법을 동원한다. 먼저 금속공예로 익힌 사전지식으로 화면의 바탕을 다루고, 알루미늄 판에 판화기법을 활용해 이미지를 구현한 후, 섬유미술의 장점을 활용해 금속실 바느질로 마무리한다. 물론 전체의 공정을 아우르는 것은 회화적인 조형어법이다. 간단히 제작과정을 다시 정리한다면 '드로잉과 기본 이미지 캡쳐→컴퓨터 드로잉→OHP필름 출력→알루미늄 판에 이미지 전사→부식작업→착색→스퀴즈 페인팅 작업' 등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지영_self_holic 2_혼합재료_90×240cm_2006
지영_self_holic 4_혼합재료_65×90cm_2006

추억은 솜털 같은 쿠션 ● 모든 존재는 자기 그림자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돌차간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지는 기억파편의 끝자락에도 예외는 없다. 지영의 작품은 어떤 그림자를 갖고 있는가. ● 작업실에 들어서 처음 만난 작품의 금속판엔 형광색이 칠해져, 아니 입혀 있었다. 표면에 고르게 안착된 형광 펄 원색은 시신경을 적절하게 자극하는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일상속의 자연스러운 기억'을 드러내고자 한다고 전한다. 바로 자신이 간직한 지난 기억-추억의 단상을 말하는 것이다. ● 대개 추억의 체감온도는 '따뜻함'이다. 언제나 나를 감싸주고 받아줄 것 같은 포근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추억은 '솜털 같은 쿠션'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영은 자신의 추억을 그려낼 화면의 바탕으로 금속판을 선택하고 있다. 금속의 첫인상은 차가움이다. 왜일까. 하필 소중한 추억을 이야기하자며 금속판을 선택했을까. 의외로 그녀의 대답은 간단했다. 원색의 금속판이 "특별한 시선을 끌 수 있을 것 같아서"란다.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진 않는다. 아마도 그녀가 금속판을 선택한 숨은 이유는, 이제 조금씩 연하게 희석되어가는 어린 시절 지난 추억을 더 이상은 놓치거나 잃기 싫어서일 것이다. 금속판 위에 단단히 새겨 영원히 가슴 속에 봉인하고자 했던 연민은 아닐까.

지영_self_holic 5_혼합재료_65×90cm_2006
지영_self_holic 8_혼합재료_75×90cm_2006

중독된 추억 ● 추억도 중독이 된다. 특히 자신에 대한 과도한 연민은 결국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낸다. 그런 분신의 흔적이나 익숙함은 나의 체취를 담고 있는 친근한 소품에서 찾게 된다. 대개가 그렇듯 여성에겐 이에 관한 기억이 특별하다. 자신의 성장과정을 함께 한 물건이라면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읽어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일상의 소품엔 이미 문신처럼 그녀의 기억들이 배어버렸기 때문이다. ●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는 6살부터 갖고 놀았던 토끼, 곰, 종이인형 등이다. 그리고 작품의 바탕을 이룬 구두, 장미 등의 실루엣 이미지는 어린 소녀에게 비친 장래의 성숙된 자신의 모습을 대신한 것이다. 가령 성숙된 한 여인으로 성장해서 가질 수 있는 소품의 상징인 셈이다. 결국 지영이 그려내는 이야기는 자기애에 대한 심리적 중독이며, 어린 성장과정에 대한 추억의 잔상이다. 아직도 기억 속에서만큼은 자신의 모습은 토끼인형이나, 종이인형과 동일한 존재인 것이다. ● 그녀의 작품에서 눈여겨 볼 것의 하나는 바탕의 이미지이다. 점차 어른(여성)으로 성장한 자신을 상징하는 구두와 장미형상 등을 패턴화시킨 연속배열. 그것은 그녀의 생각이 지금 어디에 닿아 있는가를 암시해주는 장치로 작용한다. 늘 곁에 두고 잊힌 자신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소품들에 쏟았던 열정, 그것은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것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바로 어린 기억을 쫓는 주인공의 또 다른 어른들이며, 부유하는 구두와 꽃들로 이입되어 불특정 다수의 군중의 이미지로 나타난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 사람에겐 불꽃같이 꺼질 줄 모르는 열정도 중요하겠지만, 녹차향처럼 깊게 번지는 소중한 사연도 더 중요할 수 있다. 그것은 오랜 친구에게서 느끼는 것과 같은 친밀감이다. 사람은 점점 어른이 되면 될수록 친구를 하나둘 떠나보낸다. 나와 그의 사이엔 선으로 시작된 경계가 점차 높은 벽으로 갈라지고 결국 조금씩 '우리'는 없어진다. 그래서 서로 이어줄만한 공통된 기억의 끈을 찾기 위해 가끔 시간을 되돌리길 희망하는 것은 아닐까. 지영의 인형이 바로 그런 바람을 위한 타임머신이다. ● 누구에게나 상처 없는 영혼은 없듯, 우리의 영혼도 때로는 자신의 육체마저 낯설어하며 지친 영혼일 수 있다. 추억은 그런 현재의 휴식이 되어준다. 하지만 추억은 하나의 분위기일 뿐, 지금 우리의 생각은 헌 기억의 재활용이다. 그만큼 삶은 순간으로 우리 곁을 스친다. 어쩌면 우리는 지난 그 추억 속에서 골목에 급류처럼 바람 지나듯, 스스로 그렇게 늙어가는 것은 아닐까. ● 우리의 그렇게 빨리 지나친 오랜 추억을 회상한다면 아마도 모노톤의 흐릿한 파노라마 영상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작가 지영이 그리는 추억의 색깔은 그런 옛 친구에게 총천연색 옷을 입혔다. 지금 바로 곁에 머문 생생함으로, 너무나 선명한 HD 영상처럼 새로운 추억의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영_self_holic 9_혼합재료_75×90cm_2006
지영_self_holic 11_혼합재료_30×30cm_2006
지영_self_holic 12_혼합재료_40×100cm_2006

인형-행복을 여는 쿠폰 ● "작가들이 파업을 벌이면 어떨까? 작가들에게는 파업할 권리가 없다. 그건 마치 소방관들이 일손을 놓아버리는 것과 같은 짓이다. 작가란 우리의 정신에 빛을 비춰주는 즐겁고 아름답고 멋진 것들을 쉬지 않고 전력을 다해 만들어내기로 맹세한 사람이 아닌가." 커트 보네거트(Kurt Vonnegut Jr.)의 말이다. 여기서 작가는 문학가를 말하지만, 미술가도 예외는 아닐 성싶다. ● 지영 역시 부지런한 소방관으로 작가의 길을 가길 희망한다. 앞으로는 단편적인 이미지보다 표현기법에 변화를 주고자 한단다. 가령 지금의 다소 경직된 표현법에 유기적이고 자유로운 드로잉 즉 '손맛'이 나는 작품을 해내고 싶다는 것이다. 또한 단순한 인형이지만 보는 이라면 누구나 "어, (내) 인형이네~"하는 정도로, 과거에 알았던 반가운 벗을 다시 만난 것처럼 부담없이 정감어린 시선을 건넬 수 있는 작품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업은 나의 든든하고 행복한 안식처이며 가장 편안한 친구'라는 작가의 말에 더욱 힘이 실린다. 그녀에게 있어 이제 일상의 소품은 행복에너지를 교환할 수 있는 쿠폰과도 같다. ■ 김윤섭

Vol.20060808b | 지영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