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ed pain

책임기획_김주원   2006_0725 ▶ 2006_0806

speed pain展_스페이스 함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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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725_화요일_06:00pm

곽윤주_김나형_박은선

스페이스 함 서울 서초구 서초동 1537-2번지 렉서스빌딩 3층 Tel. 02_3475_9126 www.lexusprime.com

빠른 배 한 척과 욕망이라는 몸 ● 'speed pain'전은 동시대 삶과 그 환경의 상징으로서의 'speed'가 결국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되었음을 말하고 있는 전시이다. 미디어 테크놀러지에 대한 우리의 신념과 그에 의한 속도(speed)의 정복은 이제 우리에게 경이로울 것도, 생경할 것도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인식적 지각적 패러다임을 구성하는 이 시대의 코어(core)인 것이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속도를 즐길 줄 아는 속도광(speed mania)은 오늘날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예컨대, 초고속 인터넷을 소유해야만 어엿한 디지털 유목민 이 되는 것은 이제 상식적 현실이다. 이렇게 속도는 우리에게 규격의 현실과 비규격의 가상을 떠다닐 수 있는 배 한 척을 선뜻 건넸다. 그 배는 영화나 TV처럼 가상과 현실의 병존을 목격하게 한다. 배가 닿는 곳에 머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결국 그토록 빠른 배는 '중심'이 해체된 이 시대에 그 무엇들의 환영만을 만난 채 어떤 실체도 영접하지 못한다. 속도가 안겨준 아프지 않는 고통(pain)이다. 아무 것이나 말하고, 모든 것과 그 반대의 것을 말해도 진실과 용기로 오인되는 과도한 소통과 정보의 홍수 사회 속에 속도광인 우리들은 그 무엇도 아픈지 모른다. 고통과 쓰라림에 대한 자각증세도 안겨주지 않는 속도는 결핍이자 동시에 생산이며 파괴이자 시도인 우리의 뜨거운 '욕망(desire)'에서 비롯된 듯하다. 아날로그적 논리의 시퀀스(sequence)로는 해명이 불가능한 이 현기증 나는 시대적 변혁의 지평에서 곽윤주, 김나형, 박은선의 작업은 인간의 욕망에 대한 충돌, 반영, 그 자체의 세 가지 양태를 보이고 있다.

곽윤주_untitled_디지털 프린트_2006
곽윤주_untitled_디지털 프린트_2006

곽윤주는 천을 한 손으로 잡고 공중에서 빠른 속도로 내리쳐서 포착한 이미지를 여러 개 묶어, 중심과 탈중심의 관계항을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untitled」는 작품명과도 같이 고정된 실체로서의 정체성이나 성향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생식기가 되고자 하는 열정과 동시에 근육이 되고자하는 인내를 기도한다. 그의 이미지는 활짝 핀 것과 지는 것의 사이에서 그 형태는 모호하지만 꽃과 같은 아름다움 그 자체로써 일종의 신기루, 환영에 불과한 가짜 낙원을 꿈꾸게 하는 판타지를 풍긴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욕망' 그 지체의 끝을 알 수 없는 지도는 아닐까.

박은선_Question 2_벽에 아크릴 거울_524×310cm_2006
박은선_Question 2_벽에 아크릴 거울_524×310cm_2006_부분

오랜 기간 인간 본질에 대한 일관된 질문을 던져온 박은선은「Question 2」에서 역시 그가 자주 사용해온 거울을 채택하면서 형태는 자신의 손바닥 위에 끝없는 자기복제를 하고 있는 사람의 실루엣을 오려내어 설치했다. 역사 속의 화가들이 해왔던 것과 같이 거울에 비친 세계를 다시 그리는 대신, 박은선은 세계 자체를 만들어낸다. 관람자는 자신의 몸과 유사한 크기, 형태의 거울에 비쳐진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어떤 한 지점을 응시하게 한다. 실제와 허상에 대한 날카로운 대비를 표면화함으로써 관람자의 욕망을 들춰내고 그것과 충돌하는 자신을 발견케 한다.

김나형_sound of sleep 3_DVD 영상설치_2005

세 개의 비디오 영상과 드로잉으로 이루어진 작업 중 하나인 김나형의「Sound of Sleep 3」는 빠른 물살의 흐름이 쏜살같은 작은 냇가에서 어떤 한 소년은 커다랗고 눈부시게 빛나는 하얀 새를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소년은 죽었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없는 새에게로 가기 위해 물살을 건너지는 않는다. 마치 매일 누군가 우리의 이름을 부르지만 그것이 아무 것도 의미하지 않는 것처럼, 새를 바라보는 소년의 끝없는 시선은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않는다. 욕망은 그저 소년의 가슴에만 존재할 뿐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 김주원

● 스페이스 함은 프라임모터(Prime motor)社의 비영리전시공간입니다.

Vol.20060727d | speed pain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