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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720_목요일_05:00pm
국민아트갤러리 서울 성북구 정릉동 861-1번지 국민대학교 예술관 1층 Tel. 02_910_4465
Piping, Looping ● 오세정은 이번 전시에서 동파이프 조각들을 연결하여 하나의 형태를 구성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기존의 파이프 작업에서 보다 확장된 결과물을 보여주는 이번 작업의 시리즈는 사물의 형태를 파이프로 표현하고 있다. 파이프는 건축물 안에 보이지 않게 자리하여, 유체 등을 송달하면서 통로의 기능을 한다. 연결과 소통이라는 의미를 가진 파이프를 작업 질료로 주목하고, 일상 생활 속에서 숨어있는 파이프를 밖으로 끄집어내면서 그것의 물성을 드러낸다. 작업의 과정은 결과물 못지않게 중요성을 가지는데, 작가가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법칙들과 그것을 실행해나가는 과정이기 때 문이다. 작업의 과정을 보면, 하나의 소재를 선택하고, 그것을 촬영한 후 구성물을 위한 도면을 만들고, 도면을 기반으로 하여 하나의 공식을 산출해 내고, 공식에 맞추어 파이프를 제도하고, 연결하는 것으로 그것의 결과물이 이 파이핑 작업이다. ● 이러한 작업의 과정은 하나의 건축물을 만드는 것과 닮아있다.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서도 그 건축물의 컨셉을 정하고, 거기에 맞추어 도면을 설계하고, 도면에 따라 골조를 세우고 마감작업을 한다. 곧 작가는 건축물이 완성되는 것과 같은 쾌를 하나의 조형물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에서 얻고 있는 것이다.
사과와 장미, 달을 만드는 과정은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데, 장미의 경우 그 전의 작업인 "세계 지도"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도는 실제 지형의 상태를 평면화 시켜놓은 것이기에, 그것을 도면으로 만들어 높낮이의 변화를 주고 하나의 입체적인 세계지도를 완성하였다. 장미 작업은 실제의 입체적인 장미를 평면화 시키는 과정을 더하여 장미의 정면을 촬영하고 파이프를 나열하여 형태를 높낮이의 변화만으로 장미를 완성하고 있다. 하지만 그와 달리 사과 작업은 그 외형(contour)만을 파이프로 연결하여 표현하고 있는데, 그 결과 사과는 비어있는 형태를 이루고 있다. 반면 달은 작은 파이프의 덩어리들을 불려 나가는 작업으로 사과와는 달리 채우기 형식으로 구성된다. 위의 소재들은 유기물 중에서도 복잡하고 섬세한 구조를 가진 장미꽃과 둥근 외형을 가지고 있는 사과, 둥근 것의 원류를 찾아볼 수 있는 달을 선택하고 있다. 그것은 복잡한 구조의 유기물과 직선으로만 이루어진 파이프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지 않으려는 작가의 의도에서 비롯된다. 곧 작가는 재료에 중점을 두고 여러 가지 방식을 연구해 나가며, 자기만의 작업방식을 찾아나가는 실험적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파이프를 촘촘하게 연결하여 볼륨감이 있는 장미를 표현하고, 골조감을 보여주는 사과를 보여주며, 규칙을 벗어난 연결고리 속에서 달의 형상을 완성해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직선으로 이루어진 인공 재료를 사용하면서 자연과 구분짓기를 하고 있지만, 동시에 자연의 형태를 빌려오고, 요소들을 연결고리로 이어가면서 자연과 닮아가기를 보여준다. 우리가 사는 모습이 어느 것 하나 자연을 닮지 않은 것이 있겠냐마는 자연의 곡선과 파이프의 직선을 대비시켜 하나의 조형물을 이룩하는 작가의 작업은 또 다른 감성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 차예지
Vol.20060721d | 오세정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