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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720_목요일_05:00pm
국민아트갤러리 서울 성북구 정릉동 861-1번지 국민대학교 예술관 1층 Tel. 02_910_4465
"얌전한 망상"(a gentle fancy-얌전한 도발적 상상) ● 라종민의 시각은 특이하다. 자신의 자아를 둘로 나누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성과 비이성- 그는 이 둘을 편애하지 않으면서 균형을 찾고, 넘치는 것은 과감히 잘라낸다. 그것이 그의 숨쉬는 방법이다. 비이성을 일반적으로 「버려야 할 것」으로 간주했던 여타의 시각과는 다르다. ● 그렇다면 그는 어떤 모습으로 소위 「광기」라고 불리는 비이성을 끌어안고 있을까? 작품에서 그 둘은 마치 샴 쌍둥이(Siamese twins)와 같은 모습으로 공존하고 있다. 그것은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없기에 더 위태롭고 오묘하고 그래서 더 인간적이다. 그는 반복되는 샴 쌍둥이의 이미지를 통해 결코 두 개의 자아가 서로 떨어져서는 온전하게 살 수 없다고 말한다. 이성이든 비이성이든 어느 한 쪽의 죽음은 그에게 자아 전체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과 같다. 실제로 두 개의 얼굴이 함께 있으면 올바른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힘들다. 그 둘은 늘 다투고 경쟁하고 있는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숨 쉴 틈을 발견한 작가가, 두 개의 자아를 양립하게 하면서 비로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아이러니하다. 시니컬하게 마저 느껴진다.
그 시니컬함은 이미지에도 투영된다. 화면을 지배하는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색감과 유쾌함은 이성과 비이성을 오가며 위태로운 전쟁을 하는 작가 내면과 비교하여 아이러니 하다. 아마도 작가는 이 유쾌함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치열한 전투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 성장을 끝내지 않은 아이들의 무표정한 모습도 시니컬하게 느껴진다. 아이들인데도 불구하고 메마른 얼굴로 에로틱한 동작을 취하고 있는 모습은 일반적인 아이들의 그것이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보물찾기를 하듯이 화면 곳곳에서 아이들과 엮어져 있는 상징물들의 밝고 화려하며 유쾌한 모습은 그런 메마른 얼굴과 대조되며 더 강조된다. 물론 그 상징물들은 단순히 시각적인 즐거움만을 위해 표현된 것이 아니다.기린이 들어간 상자, 양귀비꽃, 양, 장미꽃 잎 등은 각각 아첨, 망각, 나약, 관능의 광기를 표현하기 위해 아이들과 끈끈히 연결되어 같은 심장을 사용하고 있다. 라종민이 바라보는 광기는 이처럼 인간 사회와 홀로 떨어져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첨, 망각, 나약, 관능은 지극히 인간적이고 그래서 이성과 공존하며 살 수 밖에 없는 것들이다.
그 뿐 아니다. 성별을 알 수 없는 아이들의 모습을 한 광기는 마치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보편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그리고 이런 보편적인 모습으로 도출되는 수많은 비이성_광기들은 시대와 사람을 초월해 누구에게나 존재한다는 당위성을 얻고 비로소 당당하게 살게 되는 것이다.그에게 비이성_광기는 부정적인 힘이 아니다. 너무 매력적이어서 버릴 수 없는 힘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당하게 이성과 공존하며 존재한다. 그것은 계속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열정이다. 그것은 점차 나이가 들어도 잃지 않을 「젊음」이 될 것이다. 라종민의 시각은 특이하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더 재밌는지도 모른다. ■ 김보영
Vol.20060721b | 라종민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