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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전 2006_0930 ▶ 2006_1027
고승현_김도명_김해심_박봉기_양태근_전원길
대안미술공간 소나무 경기도 안성시 미양면 계륵리 232-8번지 Tel. 031_673_0904 www.sonahmoo.com
'미술로 자라는 식물, 식물로 자라는 미술'이라는 부제가 붙은 미술농장 프로젝트는 고승현, 김도명, 김해심, 박봉기, 양태근, 전원길 등 6명의 설치작가가 한적한 전원 속 대안미술공간 소나무 야외공간에서 식물의 성장과정이 작업의 중요한 컨셉이 되는 각각의 작품을 전개한다. 미술농장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작가들은 파종을 위한 장을 만드는 작업으로부터 시작해 식물이 싹을 틔우며 설치물과 관계를 형성하는 가운데 자라나는 과정을 관찰하며 자연과 인간과 미술이 상호적 관계 속에서 하나가 되는 순간을 기다리고 바라보기도 하고 혹은 자신의 작업 속에서 자라나는 생명의 메세지를 통해 다시 작업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연속적 작업을 기대한다. 지난 5월 초 설치기간을 거쳐 5월 13일 오프닝과 파종 퍼포먼스를 진행한 이 전시는 약 4개월간에 걸쳐 식물이 자라고 꽃을 피우고 결실하는 과정 속의 작업의 현장을 사진이나 비디오, 드로잉 등으로 기록해 9월 30일(토) 부터 그간의 기록들과 작품들을 모아 실내 전시도 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작업 속에 초대된 자연(식물)의 생생한 생명력을 확인하고 자연 본래의 창조적 힘과 인간을 통해 발휘되는 예술적 창조력이 어떻게 관련을 맺고 작용하는지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자신의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면서 골판지로 만든 장독대에 각종 야생화와 덩굴식물을 심었다. 골판지를 한 장 한 장 겹겹이 쌓아올려 정교한 항아리를 이루는 작업은 그가 그동안 실내에서 행했던 종이작업의 연장선상에 이루어졌다. 그의 작업과정이 무척 고단했던 것을 생각하면 자연 속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국은 사라 질 것이 아쉽지만, 정작 작가는 그것을 막을 생각이 없이 자연으로 사라져가는 과정을 응시한다. 일반 옹기와는 전혀 다른 재료와 제작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항아리들은 식물들이 자라는 분盆으로서의 역할을 하지만 외부와 단절되지 않고 열려있으며 곧 자신이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받아들일 것이다.
고승현은 철근과 썩은 오동나무 그루터기들을 이용해 나팔꽃의 형상을 살린 구조물을 만들고 이웃집 담장 틈새에서 채취한 나팔꽃 씨를 뿌렸다. 집 앞 골목을 지날 때 마다 작은 틈새에 뿌리를 내리고 소담스럽게 꽃을 피워내던 정겨운 나팔꽃을 위한 새로운 공간을 만든 것이다. 작가와 나팔꽃, 그리고 안타깝게 잘려진 커다란 나무 둥치들과의 무언의 대화의 끝에 생겨난 작품으로 일상의 경험이 미술농장 프로젝트를 통해 미술로서의 유의미한 공간을 확보하게 됨을 보여준다.
김해심의 토끼풀 완상은 자연현장을 작품으로 치환한 유일의 작품으로 잔디밭에서 홀대받는 토끼풀이 실제로는 종교적 상징(삼위일체)과 그 생태적 역할(질소 제공)의 가치를 가진 한 나라(아일랜드)의 국화임을 이야기한다. 그녀는 의미도 있고, 보기에도 아름다운 토끼풀을 시적 정서로 즐길 장소로서 토끼풀 구역을 설정하고 거기에 에스자로 휘어진 작은 둔덕을 만들어 방문자들을 초대한다. 그리고는 (그녀가 그렇게 하고 싶어 한) 방문객들이 그곳에 앉아 토끼풀을 완상하면서 네 잎 크로바를 찾는 행운도 잡아보고 꽃반지도 만들어 사랑하는 이에게 전해주길 바란다.
느티나무 아래 차려진 밥상은 박봉기의 '밥과 나' 이다. 빛바랜 놋주발과 국그릇 등을 닦아서 검은 돌판 위에 올려놓아 밥상을 마련하고(그릇과 돌 판은 마주 뚫려 있어서 땅과 통한다) 그 위에 볍씨와 상추, 그리고 쑥갓과 무, 오이를 심었다. 소복하게 자라 올라오는 채소들이 그의 식탁을 풍부하게 하고 마침내는 시들 것이다. 그러나 우리를 자라게 하기위해 채워졌던 식탁의 의미는 우리의 마음속에 남아있어 늘 깨어있게 할 것이다.
양태근의 젖소는 스텐레스 와셔로 만들어졌다. 눈꺼풀을 꽃으로 장식한 젖소는 실제 크기의 육중한 몸집을 가졌으며 햇빛을 받아 번쩍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구멍이 숭숭 뚫린 젖소는 온몸으로 꼴을 먹는다. 풀들이 자라올라 소의 배 속에서 바람에 살랑거리는 모습에서 풀들의 생명력이 무기체인 작품을 살아있게 함을 본다. 그 큰 젖소를 뒤따르는 조그만 동물들은 몸통은 하나인데 머리가 양쪽에 달렸거나 아예 머리가 없는 괴상한 것들이다. 작가는 이 미술농장 속 동물들을 통해 오염된 지상의 모든 것들이 자연의 싱싱한 생명으로 치유되길 기다리는 바램을 이야기한다.
전원길의 작업은 나무틀을 만들어 흙을 채운 다음 손가락으로 고랑을 일구고 파씨를 뿌리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반듯하게 짜여진 나무틀 위에 부드러운 흙으로 마무리한 표면은 캔버스의 표면과 같으며 그는 파종을 위한 드로잉 퍼포먼스를 통해 씨 뿌리는 행위를 하나의 예술적 시도로 보여주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표면을 밀고 올라온 파들은 작가가 움직인 몸의 흔적을 따라 자라 올라 싱싱한 생태적 드로잉을 만들어 보이며 파가 자라는 동안 차츰 불청객(잡초)들이 아우성대고 작가는 고민 끝에 틀의 네 모퉁이에 불청객을 위한 사랑방을 마련하였다. ■ 전원길
Vol.20060718a | 미술로 자라는 식물, 식물로 자라는 미술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