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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색은 참으로 밝다. 붉은색도 밝고 검은색도 밝게 보인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신을 현실세계로 끌어내리거나 끌어올리는 행위에 있어서 그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이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그런 곳이다. 그래서 소망한다. 그런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화가와 시인이 늘어가기를..."
지은이의 말 ● 근래 한국에는 아프리카와 관련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작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아프리카 미술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아프리카의 삶과 의식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에 가깝다. 이들은 피카소나 마티스가 그랬던 것처럼 아프리카 미술에서 새로운 미학적 견지(intellectual force) 혹은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만을 채취한 채 아프리카를 문화의 하위개념으로 보는 이른바 원시주의(Primitivism)라는 시각을 되풀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아프리카 미술에 담겨진 이미지나 메시지를 찾아내는 것은 아주 간단할 수도 있다. 키워드는 바로 인간이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이데아를 이해하고 우리의 삶과 의식에 적용하는 것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아프리카 미술에 잠재되어 있는 개념적인 성격(identity)이나 서사적인 내용(tolerance) 그리고 상징적인 의미(intention)를 간파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스스로가 인간이라는 이름의 의미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 문제는 더욱 더 복잡해진다. ● 아프리카에는 성전(聖殿)이 없다. 성전(聖典)도 없다. 사하라사막의 이남이 그렇다는 말이다. 물론 조상신을 섬기는 조그마한 제단은 있지만 현실을 고통으로 선택하게 하는 피라미드와 같은 거대한 성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신을 믿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신을 믿지만 신을 묘사하지 않을 뿐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영적 존재에 대한 믿음을 인간의 심성에서 찾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 인간의 형상을 한 조각이 많은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가 않다. ● 아프리카의 색은 참으로 밝다. 붉은색도 밝고 검은색도 밝게 보인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신을 현실세계로 끌어내리거나 끌어올리는 행위에 있어서 그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이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그런 곳이다. 그래서 소망한다. 그런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화가와 시인이 늘어가기를... 이는 어쩌면 피카소나 마티스가 풀어내지 못한 아프리카 미술의 존재의미, 미완(未完)의 미학이 어디를 어떻게 항해하고 있는지를 알게 할 수도 있다. ● 신보다는 신앙을 이데올로기보다는 이데아를 마음으로 느끼고 받아들일 줄 아는 힘, 그런 존재이유가 많이 그리운 세상이다. 그런 사람이 참으로 많이 보고 싶은 때이다. ■ 정해광
인간을 보기 위해 아프리카로 가다_...17년 아프리카를 헤매고 다녔다. ● 치사율 50%가 넘는 중증 말라리아에 걸려 사경을 헤매면서도, 조각이 뿔뿔이 흩어져 고아신세가 될 것 같아 죽지를 못했다. 한 달 동안 병원에 있다가 퇴원한지 두 달 뒤 다시 길을 떠났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아프리카 예술철학서 "아프리카 미술 : 미완의 미학" 이라는 책을 냈다. 정치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내가 아프리카로 향하는 마음, 알 수 없는 힘의 정체를 아직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프리카로 길을 떠나는지도... ● 사하라사막을 두 번째 들어갔을 때 하늘의 별이 밤하늘을 가득 메워 어둠보다 빛이 더 강했던 모습을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을 다니다 보면, 하늘이 아닌 지구 어딘가에 우주로 통하는 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프리카로 향하는 마음을 멈추지 못하고 계속 길을 떠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 무더운 날이 너무 많은 아프리카 중서부의 버스 안, 15명 정원에 25명이 탔음에도 남의 애를 30시간씩 무릎에 앉혀가는 사람들, 먼지와 땀으로 뒤범벅 됐음에도 불구하고 옆자리 사람과 얼굴이 마주치면 씩 웃는 사람들, 이런 일이 너무나도 평범하게 일어나는 곳이기에 전쟁이나 질병 가난에 시달려도 인간이라는 이데아는 예술작품을 통하여 계속 진화되고 있다.
내용보기 ● 카메룬 바문(Bamun)족의 잔 조각에는 진화의 역사가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꼬리를 기점으로 인간의 유전자와 20%가 같은 10억 년 전의 선충에서부터 40%가 같은 5억 년 전의 곤충 그리고 2억 년 전의 파충류가 조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의 몸이 수많은 다른 종의 생명체를 흡수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유기체적 세계관의 이데아를 엿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간이 하나의 종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면서 계통을 분류하는 것, 그 자체는 무의미한 일이 될 수도 있다.-p. 13 ● 인간을 만든 것이 신이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피조물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던 인간, 그런 인간이 자신과 같은 생명을 잉태한다는 것은 대단한 사건이다. 둘이면서 하나의 몸을 이루었던 신화의 땅, 쟈마니(zamani)에서의 시간이 오늘이라는 시간 속에서 드러났다는 것은 잃어버린 본성을 회복할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아프리카 사람들은 생명의 잉태를 단순한 사건으로 보지 않고 메시지로 받아들인다. 살아있는 사람들 즉 부모나 친 척뿐만 아니라 과거의 먼 조상신까지도 연결시켜주는 접점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생명의 잉태를 묘사한 조각은 현재는 물론 이 세상 이전부터 이 세상 이후까지 지속되는 연속성의 과정을 인간이라는 이데아로 표현한 것이다.-p. 40~41 ● 가봉의 부비(Vuvi)족 여자들은 마을의 축제가 있을 때 자신의 집에서 사용하던 종자함에 땅콩이나 과일들을 넣어 간다. 종자함은 대게 종자를 담는 통과 뚜껑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통에는 아이의 형상이 조각되어 있으며 뚜껑 역시 단순한 덮개가 아닌 인간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이것을 가지고간 여자는 간식을 먹으면서 남자들의 춤을 구경하고 또 나름대로 평가를 하기도 한다. 남자 역시 춤을 추면서 여자들의 반응을 유심히 살피다가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어떤 형태로든 신호를 보낸다. 그러다가 축제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남자는 그 여자 앞에 가서 역동적인 춤을 보여주며 선택을 유도한다. 종자함은 곡물의 씨를 보관하는 도구이자 축제에서 만난 두 사람을 특별한 관계, 즉 혼인에 이르게 하는 교량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어린아이의 모습이 새겨진 종자함은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는 자궁과도 같다.-p. 61~62 ● 담뱃대가 혼담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또 다른 이유는 담배를 피우기 위하여 숨을 들이마시고 내뿜는 행위 그리고 내뿜어진 연기를 함께 마시는 행위는 생명의 숨결을 함께 호흡하여 모두 하나가 되자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향을 피우는 행위와도 같은 것으로 살아있는 사람은 물론 서로 다른 조상신들을 하나로 묶는 의식(儀式)의 예비과정과도 같다. 그런 점에서 담뱃대에 새겨진 인간의 얼굴은 새로운 생명의 잉태를 바라는 부모의 희망일 수도 있고, 그런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조상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부르키나파소 보보족의 신랑신부 조각이 종족의 기원과 관련된 미어캣(meerkat)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유도 혼인이 살아있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이미 죽은 조상신과도 연결되는 접점이 되기 때문이다.-p. 64 ● 가나 아샨티족의 빗 조각에 새겨진 일부다처의 모습은 남아있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도 같다. 남편이 떠난 후 남겨진 부인들은 한 남자의 아내이자 서로의 친구로, 또 남겨진 아이들은 한 아버지의 자식이자 서로의 친구로 기다림과 그리움 혹은 외로움을 함께 하는 공동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p. 72 ● 아프리카에서의 친족체계는 살아있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이미 죽은 사람들에게까지 수직적으로 확대된다. 그런 점에서 말리 도곤(Dogon)족의 문(門)에 조각되어 있는 인물들과 동물들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 조각에는 신화적인 인간 혹은 국가적인 영웅이나 동물들을 새겨 넣음으로써 구성원들로 하여금 깊은 자긍심을 갖게 한다. 일상적으로 열고 닫는 문을 통하여 무의식적으로 역사적인 소속감을 학습하고 뿌리 의식을 통해 과거(zamani)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문 조각은 마치 족보(族譜)와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다시 말해 문은 오늘이라는 샤샤(sasa)의 시간 안에 있는 사람들과 존재의 뿌리가 되는 조상신을 연결시키는 거룩한 수단인 것이다.-p. 80
지은이 ● 정해광 성균관대학교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하고 스페인의 마드리드국립대학(Univ. Complutense)에서 한국인 최초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989년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15차례에 걸쳐 아프리카의 오지인 중서부를 주로 돌아다니며 수집한 조각과 회화가 500여점에 이릅니다. 그 중 카메룬의 '바문족 잔 조각'은 세계백과사전에 실릴 정도의 귀한 작품이며, 세계적인 미술관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 높은 작품만 해도 80여점이 있습니다. 지금은 대학과 교도소에서 문화철학과 인간학 관련 강의를 하면서 잠실에서 '갤러리 아프리카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차례 ● 1. Possibility : 끝이 아닌 다른 하나의 시작_1-1 생명: 시간의 길이를 뛰어넘게 하는 / 1-2 경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 1-3 신화: 인간의 존재의미를 알게 하는 / 1-4 인간: 그 어느 것으로도 끝낼 수 없는 / 1-5 지향: 희망으로 삶의 의미를 확대하는 / 2. Community : 조화로운 관계를 지속시키는 힘_2-1 혼인: 삶이 지니는 신비로운 사슬 / 2-2 부부: 인륜학습의 첫 번째 무대 / 2-3 우리: 모두 함께 하나 되는 그물망 / 2-4 병: 사회적 약자를 희생시키는 데서 시작되는 / 2-5 시간: 영원히 연속되는 '0'시 / 3. Opportunity: 관계 속에서 변화하는 세계_3-1 베개: 잠든 순간에도 기도는 계속되고 / 3-2 지팡이: 삶의 지표와도 같은 / 3-3 의자: 존재의 다른 의미를 모색하는 / 3-4 잔: 다른 마음을 하나로 묶게 하는 / 3-5 성찬: 관계는 함께 먹는데서 이루어진다는 / 3-6 빗: 비를 내리게 하는 신성도구와도 같은 / 3-7 장신구: 정신의 안정을 받쳐주는 / 3-8 춤: 정체성을 표출하는 행위 / 3-9 소리: 진동이 아닌 마음의 영역
Vol.20060717d | 아프리카 미술 : 미완의 미학 / 지은이_정해광 / 다빈치기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