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Blond Olimpia

전지예展 / installation   2006_0713 ▶ 2006_0720

전지예_Olimpia_가변설치_혼합재료_2006

전시오픈_2006_0713_목요일_06:00pm

대안공간 SPACE 129 대구시 중구 동인 2가 144-3번지 유성빌딩 B1 Tel. 053_422_1293

잘 포장된 투명한 상자 안.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인형은 젖은 달빛이 떠오르는 것만 같이 깊고 푸른 눈으로 영원히 떠나지 않을 미소를 드리운 채 조용히 건너편을 응시하고 있다. 인형을 꺼내 옷을 벗기고 머리카락을 자른다. 한줌 떨어지는 머리카락, 순간 흔들리는 듯 보이는 눈빛, 마침내 도려낸 눈동자엔 뻥 뚫린 공허함이, 바닥엔 플라스틱으로 만든 거무튀튀한 눈알 두 개가 뒹굴고 있다. 도려낸 눈, 잘려져 나간 머리카락, 하나하나 해체된 팔과 다리, 인형이 뽐내던 아름다움은 눈속임이었을 뿐 아무것도 아니었다. 달빛이 가득 차오르던 눈동자는 검은 구멍에 지나지 않았고, 매끄러운 팔과 다리도 실은 합성고무나 플라스틱에 불과했다. 탐스러운 금발도 한 올 한 올 뜯어내고 나니 박음질 구멍만이 빈 머리에 가득하게 되었다. 그것은 마치 예리한 송곳으로 마구 찔러 놓은 대머리처럼 보였다. 작가는 예쁘고 아름답게만 인식되는 인형들을 파기하고 변형시키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 우리가 인형에 대해 흔히 갖게 되는 환상-인형이 마치 생명을 부여 받은 듯 느끼는-을 다른 어떤 공포감으로 바꾸어 놓는다. 매끈한 신상품이었던 인형은 망가진 겉모습과 텅 빈 내부를 동시에 드러내 보임으로써 생명이 있는 것과 없는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구분 짓는 일이 결국은 무의미하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와 실재라는 것이 그렇게 견고한 것만은 아니라고 말이다.

전지예_Olimpia_가변설치_혼합재료_2006
전지예_Olimpia_가변설치_혼합재료_2006
전지예_Olimpia_가변설치_혼합재료_2006
전지예_Olimpia_가변설치_혼합재료_2006
전지예_Olimpia_가변설치_혼합재료_2006
전지예_Olimpia_가변설치_혼합재료_2006

올림피아의 눈은 젖은 달빛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올림피아의 빛나는 커다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죽은 사람처럼 창백한 올림피아의 밀랍얼굴에 눈이 없는 것만은 너무나 분명하게 보였다/ 눈이 있던 자리는 검은 구멍만 있었다/ 바닥에 피투성이가 된 채 뒹굴고 있는 눈알 두 개를 보았다.....(에른스트 호프만, 「모래인간」 中) ● 종종 밀랍인형들과 자동인형들이 야기하는 불안감은 '겉보기'에는 살아있는 듯한 존재가 실재로 살아있는 것인지 혹은 생명이 없는 대상이 생명을 부여받았는지 의심케 한다. 생명이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에서 생겨나는 이러한 혼돈은 불안감을 안겨주는 기이함의 한 정형적인 예이다. 「모래인간」에서 해독한 그 극단의 불안감을 안겨주는 기이함의 효과는 인형이 갖는 애매모호한 현존성 뿐만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인형의 눈을 없애는 장면에서 비롯된다. 그리하여 인형은 불안감을 안겨주는 기이함을 부차적으로 초래하는 형상이 된다. ■ 전지예

Vol.20060714e | 전지예展 / 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