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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630_금요일_06:00pm
갤러리 정미소 기획초대전
갤러리 정미소 서울 종로구 동숭동 199-17번지 객석빌딩 2층 Tel. 02_743_5378 www.galleryjungmiso.com
투명한 "Haus" ● "Haus"는 동네 풍경 'Town', 창문을 통해 바라본 이웃집 풍경 'Rear Window', 발코니에서 바라본 풍경 'Landscape', 방, 거실, 욕실 등 실내 풍경 'My Room', 'His Room', 'Hole in the Tree'으로 구성됩니다. ● 'Town'이란 작품은 동네의 집과 길을 일렬로 배열한 것처럼 그린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갤러리 정미소의 유리 바닥 바로 위에 설치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드로잉된 집들과 거리 뿐 만아니라, 그리고 유리에 비친 '풍경'을 같이 볼 수 있습니다. 마치 비오고 난 후, 길에 고인 물 웅덩이에 비친 풍경을 보듯이 말입니다. 'Hole in the Tree'는 어떤 영화의 중간에 나온 대사이기도 한데요, 어떤 비밀과도 같은 것을 지칭할 때 쓰였다고 합니다. 이 제목의 풍경은, 집안의 실내 풍경들입니다. 가장 사적인 공간일 수 있는 집안의 실내 공간이기에 이런 제목이 쓰인 것이 아닐까요. 이 실내 풍경들에서 집안의 여러 사물들은 벽, 바닥, 천정의 구분 없이 잘리고 조각난 채로 그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반사성이 있는 사물들 (거울이라든가, 유리, 카메라, 주방 용기들 등)은 사물이 투영된 그대로 그려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잘린 실내 풍경, 그리고 서로 투영하기도 하는 풍경들을 보면서 어떤 장면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Landscape'에는 중앙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사람의 무릎만이 보입니다. 그가 앉아있는 곳은 발코니입니다. 그리고 그가 바라보는 곳은 집 밖, 혹은 하늘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가 바라보는 그 곳은 텅 비어있습니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것이지요.
성민화는 우리 주변의 일상 풍경을 동,서,남,북의 방위라든가 원근 같은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보이는 모든 것을 평면적으로 그렸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집, 동네거리, 집에서 바라본 실내 풍경, 실외 풍경 등과 같이 매일 바라보는 일상적인 풍경들로 구성된 "Haus"의 풍경은 우리에게 일상성을 전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Haus"의 풍경은 우리에게 어떤 낯선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가만 살펴보면, "Haus"의 모든 풍경들에는 거의 사람들이 없습니다. 물론 실내 풍경에 팔꿈치라든가 다리의 일부분이 등장하긴 하지만 집안의 다른 사물들과 거의 다르지 않게 보입니다. 게다가 단색의 가는 선으로 세밀하게 드로잉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풍경에는 공간의 원근이 왜곡되고 보는 각도 또한 제각각입니다. 그리고 전시되는 모든 풍경을 조각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 모든 공간, 풍경은 깨끗하고 투명하게 보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가만히 오랫동안 "Haus"의 공간들, 풍경들, 장면들을 보다보면, 가끔은 어떤 섬뜩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의 일상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고농도 탈색제로 탈색되어버리고, 사람들도 모두 증발되어버리고 만 것 같습니다. "Haus"는 오히려 우리의 모든 일상의 요소들이 제거된 빈 껍데기 같기도 하고, 심지어 비현실의 세계 같기도 합니다. 과연 "Haus"에 우리의 일상이 혹은 우리의 현실의 단서가 있을까요? 성민화의 투명하고, 섬세한 "Haus"의 세계 탈색되고 증발된 어떤 것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 이병희
Vol.20060707a | 성민화展 / SUNGMINHWA / 成玟和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