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꽃을 피우다

갤러리이안 개관기념展   2006_0530 ▶ 2006_0702

강희경_봄-사랑_유리에 샌딩_100×55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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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530_화요일_04:00pm

강희경_김근중_김영대_김용철_김종학_심승욱_유근영_이김천 이동석_정광호_조순호_조은영_한기창_한수정_홍지연

갤러리이안 대전시 중구 대흥1동 153-5번지 Tel. 042_220_5959 www.galyian.com

꽃피워져야할 미술의 이야기들 ● 동양의 화조화나 서양의 정물화에서 보는 바와 같이, 꽃은 전통적으로 가장 친근한 자연미의 상징이자 인간의 미적 표현의 오랜 주제가 되어 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작가들이 꽃을 소재로 삼고 있는 것에서 확인 할 수 있듯이 여전히 꽃은 미술가가 자신의 조형적·미적 관점을 명백히 드러내 보일 수 있는 매우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다. ● 꽃을 소재로 한 작품 전시는 일견 가볍고 안일해보이기까지 하는 화사한 전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보편적인 소재라는 점에서, 단순한 꽃그림과는 의미를 달리한다는 작가의 조형적 신념과 성과가 없다면 지속적인 작업은 어려운 대상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작가들의 동일한 소재의 작품들을 함께 모은다는 것은, 미술에 대한 우리의 관심사 몇 가지에 초점을 맞추는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오늘날 미술에 부각되어 있는 주요한 문제들이 무엇이며, 그 문제들이 각기 어떠한 경향과 맥을 만들며 탐구되고 있는가를 일별해 보는 하나의 수단이 되어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근중_원본자연도5-10_캔버스에 아크릴릭_60×80cm_2005
김영대_原-정물Ⅱ_동·용접_78×30×38cm_2006

오랜 시간 꽃을 대상으로 해온 작가들의 작품은 조형적 완결성과 깊이를 보여주는데 그치지만은 않을 것이며, 모든 미술장르가 제각기 고민해온 정체성과 변용 사이의 길항 가운데 드러나는 우리미술의 잠재적 행로나 지평을 암시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그림을 그리는 일에 관한 중국의 옛글 가운데, '도깨비를 그리는 것이 가장 쉽고, 사람을 그리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내용의 구절을 본 적이 있다. 도깨비는 아무도 본 적이 없으니 사람들의 상상에 의지해서 적당히 그려내면 감탄을 받을 수 있을 테고, 사람이야 스스로가 사람인 누구나 그 모양새를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 조금이라도 어색하면 흉을 잡힐 수밖에 없는 명백한 까닭이 담긴 내용이다. 사실성에 가치를 둔 오래전 그림그리기에 관한 언급이기에 오늘날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한편으로 보자면 미술에 관한 현재의 물음들을 고스란히 포괄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심승욱_꽃 미남과 꽃 돼지_플라스틱_160×85×27cm_ 2005
이김천_꽃이 핀다_장지에 수묵채색_150×75cm_2005

꽃이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자연물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정확히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는 꽃의 수는 그다지 많지 않다. 색은 물론이고 꽃잎이나 수술의 갯수, 꽃받침이나 암술의 모양 등등 제각기 천차만별인 것이 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려한 색의 이파리에 암술과 수술을 그려 넣으면 무슨 꽃인지는 확인하지 못해도 우리는 그것을 꽃으로 받아들인다. 이렇게 보면 앞서 말한 도깨비도 아닌 것이 사람도 아닌, 그런 대상이 꽃인 것이다. ● 그런 점에서 꽃은 오래전부터 인류의 모든 문화 속에서 상징이 되고 또 문양이 될 수 있었는지 모른다. 상상의 존재도 아니면서, 포괄적이고 느슨한 관념인 대상들-나무, 풀, 물고기... 생각해보면 제법 많은 것 같다. 기본적으로, 꽃은 이렇게 관습적으로 용인된 이미지(관념과 재현된 상 양면에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 그렇기에 꽃 작품은 우리의 습관화된 견고한 '보기'나 '인식'의 틀에 균열이 일어날 수 있는 취약지대가 만들어낼 가능성이 매우 크다(보기·인식의 문제나 재현, 상징-문화, 생명, 자연, 반문명, 덧없음과 경박함에 이르기까지-, 그밖에 미술의 본질에 관한). 이번 전시에서 작가와 작품 속에서 그것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긴다. 참여 작가들의 작품은 그 방식을 불문하고 꽃을 통해 우리 미술의 여러 가지 본질적인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석_감각과 이상의 정원_공단_가변크기_2005
한수정_작약_캔버스에 유채_194×390cm_2006

뜨거웠던 장르의 해체와 테크놀러지의 선풍이 잦아들면서 회화, 조각, 사진 등 모든 장르들은 각기 자신의 존재근거에 대해 되물음의 시간을 가져 왔다. 그러나 그러한 시간이 그저 한바탕 바람의 주기와 교차하는 또 하나의 반복되는 주기로 고착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넓어진 외연을 환원하고 자신을 새롭게 규정하는 근본적인 성과가 뚜렷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미술이 꽃피워야할 이야기다. ● 꽃이 소재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외견상 유사해 보이는 형식이나 양식을 가진 경우라 하더라도 참여 작가들의 꽃 작품은 제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현재 진행 중인 우리 미술이 제기하고 있는 이야기이다. 넓은 대역의 주파수를 향해 안테나를 펼쳐 두고, 그 가운데 우리에게 전해지는 메시지가 담긴 신호를 공명하듯 포착하는 즐거움이 있었으면 한다. ■ 박정구

Vol.20060530e | 미술, 꽃을 피우다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