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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525_목요일_06:00pm
브레인 팩토리 서울 종로구 통의동 1-6번지 Tel. 02_725_9520 www.brainfactory.org
신지선의 "아파트 관광"은 서울의 한 평범한 아파트에서 시작되었다. '동성아파트'가 그 주인공인데, 강서구 등촌3동에 위치하며, 총 6개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작가가 거주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신지선은 지난 1년 반 동안, '동성아파트 관광프로젝트'를 진행해왔으며, 이번 첫 개인전에서 그간 탐구해 온 것을 집약해서 보여준다. 특히 과거 몇몇 전시를 통해 이 프로젝트의 개념을 형성하고 그 가능성을 모색해왔다면, 이번 전시는 지금껏 축적해온 결과물을 어떻게 관람객들에게 보여주느냐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즉 여러 양상들은 다채로운 매체로 옷을 갈아입고 각기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매우 유기적인 형태로 감상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는 작품의 소재를 얻는 과정이 일상 혹은 일반인들과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측면도 있지만, 그러한 성과를 과감히 전시장에서도 얻으려는 작가의 의지이기도 하다.
전시공간인 브레인 팩토리의 2개의 방을 기준으로, 큰방에는 사진 8점, 컴퓨터, 리플렛 등을 배치하였고, 작은방에는 드로잉 12점과 영상작업을 설치하였다. 그렇다면 하나씩 작업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 첫째, '동성아파트 8경'이라고 붙여진 사진 8점이다. 비록 동성아파트라는 구체적인 장소이지만, 사실상 우리나라의 모든 아파트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소재를 작가가 자의적으로 재해석하여 의미를 변형시킨 것이다. 예를 들어 지하 주차장 벽에 그려진 그림은 '동굴벽화'로, 주차를 위한 흰색 선은 '미니멀리즘 회화'로, 분리수거를 위해 쌓아놓은 폐품은 '프리마켓의 물건'으로 재탄생하였다. 마찬가지로 단지 내에 있는 가로등은 '진주양식장'으로 변모하였고, 아파트 건물 자체는 '거대 조각상'으로 탈바꿈되었다. ● 둘째, 드로잉 12점이다. 8경과 같은 맥락으로 8경을 보충하며 의미를 더욱더 풍부하게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에는 '전설 속 괴물'(하수구), '퍼즐 맞추기'(통행로의 벽돌), '돌멩이탑 쌓기', '음악분수' 등이 포함된다. 특히 주목할 것은 '풀심기 방법'인데, 일종의 매뉴얼을 드로잉 한 셈이다. 벽돌로 만들어진 길에서 여름철 벽돌 틈새에 자라나는 잡초를 보고 힌트를 얻은 것으로, 어떻게 하면 벽돌 사이에 풀을 심을 수 있을까라는 역발상을 이용한 작업이다. '공기특산품 이용방법' 역시 같은 부류의 작품이다. 단지 내 어떤 곳을 가면 달짝지근한 냄새가 나는데, 그것을 모아 판매한다는 개념의 매뉴얼을 작성한 것이다.
셋째, 14분 분량의 영상작업이다. 신지선은 충주호 유람선에서 우연히 만난 관광 가이드를 통해, 이번 '동성아파트 관광프로젝트'를 구상했다고 한다. 그것을 암시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가이드 실행 장면을 비디오로 제작하였다. 한 남자 가이드가 사람들을 이끌고 다니면서 동성아파트의 볼꺼리를 차례대로 설명한다. 그리고 작가는 마치 관광객인 양, 가이드를 쫓아다니면서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사진, 드로잉이 다소 정적인 방법의 도큐멘트였다면, 비디오라는 매체는 관광이 행해지는 그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넷째, 홈페이지이다. 전시장에 마련된 컴퓨터로 www.apt-tour.co.kr을 방문할 수 있다. 지금껏 신지선이 행해왔던 이 프로젝트에 관한 모든 정보를 만날 수 있다. 물론 웹사이트를 통해 간접적으로 동성아파트를 관광할 수 있으며, 관련 이미지 및 보충자료를 얻을 수도 있다. 더불어 후기를 작성하여 올리고 다양한 사람들과 의견을 공유할 수 있어, 이 웹사이트는 또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서 기능한다. ● 다섯째, 탁자에 놓은 리플렛이다. 관광 안내 책자처럼, 지금까지 선보였던 모든 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담고 있다. 전시장의 방문자는 이 리플렛을 소지할 수 있는데, 그 순간 방문자는 관람객과 관광객 사이라는 애매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이와 같이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5개의 도큐멘테이션으로 이루어진다. 그는 동성아파트라는 소재에, 미술에서 사용가능한 여러 매체를 활용하여 다각도로 접근한다. 5개의 도큐멘테이션은 때론 반복되며 중첩되기도 하지만,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면서, '동성아파트 관광'이라는 하나의 텍스트를 직조한다. 프로세스 아트와 개념미술에 있어, 그 행위와 아이디어만큼 중요한 것이 도큐멘테이션이고, 그러한 도큐멘테이션의 수준이 예술작품으로서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 점에 있어 신지선은 평면적이 아닌 입체적으로, 단편적이 아닌 상호침투성을 선택한다. ● 신지선의 작업은 일상적인 모습 및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고정적인 해석을 벗어나 열린 해석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소위 '일상의 연금술'과 일맥상통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작가가 소재로 삼고 있는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이다. 물리적으로는 사람들이 매우 가깝게 살고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서로 소통이 쉽지 않은 특이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가장 획일화되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작가는 예술을 발견하고, 궁극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로 스며들어 닫힌 문을 열고자 한다. 예술의 소통이라는 문제가, '생각의 전환'에서 출발한다고 보았을 때, 수동적인 전시 관람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참여를 권유해 본다. 그러한 마음 자체만으로도 이미 '예술에 대한 관광'은 시작된 것이다. ■ 류한승
Vol.20060528b | 신지선展 / SHINJISUN / 申智善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