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티가 풀풀

문화일보 갤러리 공모 당선展   2006_0526 ▶ 2006_0611

윤지영_설경-설탕가루_장지에 혼합재료_162×133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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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526_금요일_06:00pm

김장수_박정국_윤지영_이태욱_이현열

문화일보 갤러리 서울 중구 충정로 1가 68번지 Tel. 02_3701_5755

우리들에게는 돌아가고 싶은, 익숙함에 대한 유토피아가 있다. ● 이를테면.. 시골아주머니의 파자마의 땡땡이 무늬가 그것이다. ● 아주머니의 파자마에 그려진 거침없는 땡땡이 무늬의 편안함 처럼 고향의 따뜻하고 풋풋한 촌스러움, 세련되지는 않아도 돌아 가고싶은 열망, 정겨운 고향에 대한 향수, 그런 친숙한 의미의 촌스러움이다. 어리숙하고, 부족해 보이는것으로부터 우리들만의 정겨움과 동질감을 경험하며 남다른 소중함과 인간미를 경험할수있다. ● 촌스러운 태도나 기색이 풀풀 끓어오른다는 이번 전시 주제 촌티가 풀풀은 현대미술이 가지고 있는 세련됨과 감각적 미감에서부터 오는 동양화단의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따라서 현재 동양화화단의 감수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가보고자 하였다. 그동안 현대 미술은 보다 빠르고 강하며 자극적이고 실리적으로 관객과의 소통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실정과 반대로 동양화의 표현과 주제의식들은 다소 무겁고 일률적으로 소외되어져 왔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에 대다수의 동양화 젊은 작가들은 보다 다양하고 주제의식이 뚜렷한 저마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려 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와 다양한 목소리는 분명 옛 시골의 향수처럼 무엇인가 어눌하고 촌스러움이 있지만 우리들에게 그러한 촌스러움이 자신의 그것과 동일시되며 때론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따라서 우리들은 그러한 동질적인 요소에 더 쉽게 다가서고 그것을 표현하려 할 것이다. ● 이번 전시의 주제 촌티가 풀풀은 한층 더 다양해지고 자유스러워진 동양화단의 현재 변모과정과 표현양식들을 보여주며 이러한 시도들은 분명 동양화단과 더불어 현대미술에 대응할 수 있는 커다란 기폭제가 될 것이다. ■ 박정국

박정국_The hero_한지에 수묵_200×240cm_2006

촌티가 풀풀 ● 문화일보갤러리 기획공모로 채택된 '촌티가 풀풀' 전시는 젊은 동양화가 다섯 명의 이야기다. 날선 것처럼 팽팽하게 돌아가는 미술판에서 의뭉스러울 정도로 느린 동양화단의 고집은 젊은이들에게 때로는 족쇄를, 때로는 그들만의 경쟁력을 부여한다. 이 전시 역시 여전히 형식적 가치를 따르나 지극히 동시대적인 내용으로 팽팽한 접점―아직도 계속되며, 앞으로도 이어질 동양화적 화두의 적절한 합의점을 제시해본다. ● '촌티가 풀풀'전은 서양화와 동양화의 경계가 무너진지 오래인 작금, 시각적 특수성으로 인한 효과적인 전달이 중요시되는 현대 미술 내에서 간과하기 쉬운 아날로그적 요소들을 강조하고 그 가치를 모색해 보고자 시작되었다. 작가들은 자신들의 고루함을 한껏 낮추어 '시골아주머니의 땡땡이 치마'에 비견했으나 요즘 세태 속에서 누구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스스로만의 독특한 형식미를 한껏 발하고 있는 것은 모순과 동시에 아찔한 보는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김장수_마음을 두다_한지에 수묵_94×73cm_2006

김장수는 풍경을 그린다. 그가 머문 공간과 장면들의 공감각적인 이미지를 화면에 담으며 그 부유하는 광폭된 느낌으로 관객들과 조우한다. 그의 그림이 오래 가슴에 남는 것은 '마음에 두다'라는 그림에서의 텅 빈 그네나 화면중앙으로 화염처럼 올라선 나무를 마주할 때 그의 소재가 자연이지만 주제는 작가 자신의 내면이며, 그 내면의 소리가 보는 이의 가슴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박정국은 개인과 군중, 이성과 감정, 합리와 불합리, 사회구조적 모순과 폭력성 사이의 팽팽한 긴장관계에 주목한다. 개인의 성향과 이성적 판단은 그렇지 아니하나 군중과 구조 속에 휩쓸렸을 때 그들이 보이는 엉뚱한 하나됨(?)은 '그들만의 판타지'시리즈에서 거만한 웃음을 띤 인물과 똑같은 인물들을 화면 가득히 그림으로써 단적으로 보여준다. 'HERO'에서는 카메라라는 거름막을 등장시킴으로써 대상 자체(그림속 작가)와 수용자 사이에 왜곡될 수 밖에없는 관계를 시사한다.

이현열_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향기를 품고_한지위에 수묵 채색_220×210cm_2005~6

윤지영은 주변 소재들에 집중한다. 마치 담담한 생활의 일기를 보듯이 파꽃이나 강아지, 화분처럼 매우 개인적이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시선이 머물렀을, 그러기에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다. 소재는 다를 지라도 그 작품들 사이에 작가가 바라는 것은 너와 나의 교차점이며, 사랑이다. 화초를 어루만지는 소박한 순간, 고요한 방안 풍경, 들판의 나무들에서 보이는 외롭지만 따스한 풍경이 그녀의 성찰법이다. ● 이태욱의 매우 개성적인 인물에게는 극단의 감정이 교차한다. 김과장은 분노하고 소년은 얼뜬 사랑에 기뻐하며 소녀는 날아가는 작은 새에 아쉬워한다. 온갖 가식과 통념, 왜곡된 언어들에 흐려진 세상을 향해 두 눈을 부릅뜨고 본질을 꿰뚫으려는 작가의 의도는 인물 하나하나에 생명력을 부여하며 자신이 한번이라도 지었을 법한 얼굴을 마주함으로써 관람자의 감정을 흡입력있게 끌어당긴다.

이태욱_다이조부-김과장의 분노_한지에 수묵_91×117.5cm_2006

조각난 기억이나 사건을 재조합하는 이현열의 작업은 매우 구체적인 동시에 다중적이다. 한 사물을 매개로 떠오르는 다양한 경험과 감정이 바지나 셔츠, 화분 등 구체적인 사물의 외곽선 안에 고스란히 담겨진다. 꽃의 인상을 열 다섯 개의 단편으로 모아 만든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향기를 품고' 작품은 외곽선작업(근래에 있었던 그의 개인전에서 보여준)의 확장이라 할 수 있다. ● 모두 먹을 사용한 이들의 작업은 지극히 전통적인 기법에, 현재를 살아가는 동시대인의 고민과 사랑, 감정을 그림으로써 동양화의 정체성을 확장시키는 한 축(軸)의 방점을 찍었다. 작가들의 생각처럼 어눌하고 촌스러운 방법일지도 모르지만, 그로인해 다가오는 동질감은 그들의 주제를 더욱 극대화시킨다. 한층 다양하고 자유스러워진 이들의 형식과 취향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하며, 동양화단의 과제를 극복할 것인지 이들의 행보를 주목해 볼 문제다. ■ 성윤진

Vol.20060527d | 촌티가 풀풀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