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6_0526_금요일_06:00pm
갤러리 반 서울 중구 필동 3가 26번지 동국대학교 수영장 옥상 Tel. 02_2260_3424
나는 일기를 써가듯이 작업을 해나가고 싶다. 모든 것은 변해간다. 변해가는 모습들을 나는 기록하고 싶다. 이번 전시는 세상에 단 한번뿐인 나의 스물여덟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에게 하늘은 열정이고, 희망이며, 순수이다. 나는 그런 하늘을 담고 날고 싶다. 하지만 내 머리카락이 매혹적인 색으로 자라서 나를 날지 못하게 한다. 머리카락은 현실이고, 계산이며, 안정이다. 머리카락을 잘라 버리고 날까? 그러기에는 아직 이렇게 아름다운 색을 지닌 머리카락을 자를 용기가 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대로 안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내 계산이,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유혹한다. 하지만 어쩌면 스물여덟의 이 고민은 내가 이 나이에 겪어야 할 당연한 과제는 아닐까? 나는 하늘을 담고 있으면서 머리카락은 자르지 못하고 있는 나의 스물여덟의 고민을 힘들지만 즐기고 있는 것 같다.
거울을 보고 OIL PASTEL로 얼굴 윤곽과 이목구비를 잡았다. 거울을 닫고 나를 그려 나간다. 형광 노란색이 눈에 들어온다. 머리카락을 칠한다. 머리카락을 칠하다 보니 물 속으로 빠지고 있는 것 같다. 이 안은 물 속이다. 머리카락이 물 속에서 퍼져간다. 눈동자를 그릴 수 없고, 입술 색도 칠할 수 없다. 물의 색이 내 머리의 노란색에 섞이는 것이 마음 아프다. 하지만 머리카락 색과 물의 색이 섞여서 더 아름다운 색이 나온다. 나는 28년을 살아오면서 아직 눈동자 색과 입술 색, 얼굴색은 만들지 못하고 있지만, 희미하지만 머리카락 색은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물이 어렵게 만든 색을 휘졌고, 스며들고 있다. 물론 나의 색을 뺏기는 것 같아, 힘들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고통은 더 아름다운 색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힘들지만 즐기면서 기대한다.
어린시절 입었던 자켓...그 시절의 나와, 내 꿈... 28살이 된 지금 아직 그때의 꿈을 갖고 있지만 현실과 타협하려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타협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꿈이 우선이길 바란다. 현실과 꿈 사이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그 시절의 내가 찾아와 주었으면... 현실을 이기지 못하고 그래서 차라리 즐기고 있는 나에게 어린 시절의 내가 필요하다.
Vol.20060526f | 문지혜展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