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물 교환전

권용식의 「물물 교환전」과 관객참여에 관하여 ● 지난 5월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인사동 성보갤러리에서 열린 권용식의 「물물교환전」은 그의 작가적 이념과 행동방식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이 전시에 작가는 색채와 형태에서 약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3가지 패턴의 복제된 컴퓨터 그래픽스 이미지를 액자에 끼워 전시장 벽면에 상하 좌우 공간적 여유 없이 배열 설치했다. 그리고 전시 개막과 함께 찾아온 관객들은 원하는 그림을 떼어가고 그 자리에 자신의 사진(즉석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서 출력한 것)과 소지품(예, 모자, 머리 빗, 손수건, 장난감, 가위, 손목시계, 아기 기저귀 등) 한가지씩을 부착시키는 이벤트를 연출함으로써 신선한 충격을 던져 준 바 있다.

권용식_디지털 프린트_21×29.7cm_2006

권용식_디지털 프린트_21×29.7cm_2006

이러한 권용식의 관객참여에 의한 물물교환전은 하나의 환경적 개념의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 예술형태에 대한 질문의 퇴조와 함께 시작된 「환경과 참여」 작업은 오늘날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예술현상 중 하나이다. 여기서 「환경+관객참여」라고 하는 두 가지 요소는 떨어 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로, 예술 속에서 하나의 행위요소로 통합, 예술의 사회성을 회복시키는 현대미술의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여기서 "환경"이라 함은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만남의 장소로서 작가의 이미지에 의해 둘러싸인 공간을 말한다. 이 속에 관객을 끌어들여 미학적이거나 비판적인, 아니면 이념적인 결정이나 행위를 하는 것으로, 이와 같은 공간, 즉 작품에 직접적으로 관객을 침투시키는 것은 과거 미술사에서는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현상으로, 오늘날 현대미술 속에서 중요한 미학적 가치를 인정 받고 있다.

권용식_디지털 프린트_21×29.7cm_2006

권용식_디지털 프린트_21×29.7cm_2006

다시 말해서 관객은 실행자로서, 사용자로서, 협력자로서, 그리고 공동 창조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는 관객의 기능과 역할이 과거 전통예술에서처럼 수동적인 감상자가 아니라, 하나의 공간 내에 예술가와 관객이 상호 침투되어 역어 내는 가장 민주적인 예술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권용식의 작품에서는 물물교환 형태의 변형이 자연스럽게 프로세스에 연결되게 함으로써 관객의 자발적인 참여가 교환가치 아래서 평면에서 오브제와 사진으로 작품상의 변형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러한 변형이 관객들의 사진과 그들이 소지하고 있던 소지품(오브제)을 통해서 이루어 졌다는 사실은 관객이 단순한 참여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환경(작품공간)창조의 한몫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권용식_디지털 프린트_21×29.7cm_2006

권용식_디지털 프린트_21×29.7cm_2006

이렇듯 권용식의 "물물교환전"에서의 관객참여는 심리적인 유혹에 의한 자발적인 행위가 예술적 창조기능으로 연계됨으로써 인터렉티브한 소통관계를 성립시키게 되는데, 이경 우 예술가인 권용식은 창조자라기보다 중재자에 더 가까운 예술적 기능을 선택하는 것으로, 이는 비결론적이고 개방적인 환경제안을 소개하는 데로 그 역할이 주어지게 된다. ● 그리하여 권용식의 "물물교환전" 작품 속에서의 관객참여는 예술작품은 마치 놀이터의 미끄럼틀이 되고 관객은 미끄럼틀을 타고 노는 어린이와도 같이 예술의 질(質)적파괴 현상과 놀이적인 참여가 동시에 이루어지게 된다. 이 경우 참가자인 「개인이나 대중」은 작가와 더불어 공동 창조자가 되는 것인데 이러한 관객참여가 비록 전통적 개념으로서의 역할(감상자)을 파기하고 있다고는 하나, 대신 예술의 사회화 현상으로 놓여지게 됨으로써 순수한 심리적 외관으로 볼 때는 관객의 역할이 평가절하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가 타당하다. ■ 김재권

Vol.20060524f | 권용식展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