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06_0519_금요일_05:00pm
가나아트갤러리 서울 종로구 평창동 97번지 Tel. +82.(0)2.720.1020 www.ganaart.com
하루는 풀벌레로 울고 하루는 풀꽃으로 웃는다 ● 설악을 빌어 삶을 노래하는 작가 김종학 ● 추상과 구상의 경계에서 화려한 색채와 독자적인 구성으로 자연의 풍경을 생동감 있게 담아내는 김종학이 생명의 기운이 돋아나는 봄의 설악부터 눈 쌓인 겨울설악까지 자연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사계 신작을 선보인다. 올해 70세를 맞이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화면 구성력이 돋보이는 1000호의 대작을 비롯하여 500호 이상의 대형 작품뿐 아니라 야생화의 소박미를 표현한 4호의 소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케일의 작업과 더불어 민화로부터 얻은 아이디어를 활용한 10폭 병풍을 선보이며 작업에 대한 변함없는 열정을 보여준다.
예술의 본질을 자연에서 찾다 ● "자연을 열심히 보지 않는 작가는 좋은 작가가 되지 않는다." ● 작가는 초기에 60미협, 악튀엘 등 당대의 보수적인 국전에 반발하던 젊은 작가 집단 속에, 격정적 젊은 혈기를 표현할 수 있었던 추상표현주의적 경향의 작업을 하였고, 일본유학 시절에는 입체작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다양한 실험 속에서 자신의 색깔을 찾기 위해 지난한 세월을 보내던 그는 20여 년 전 설악산으로 들어간 이후 본격적으로 설악의 풍경을 그리기 시작하여 40대가 훌쩍 넘어선 이후 소위 말하는 '김종학표' 그림을 세상에 내놓기에 이른다. ● 작가는 설악산에 머물면서 자연을 몸으로 느끼는 작업, 자연과 일체가 되어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움을 그리는 것이야 말로 화가의 숙명적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작업에 몰두하였다. 현란한 생명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그의 작업 속 대부분의 모티브는 작가가 늘 지치지 않는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자연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순리대로 어우러져 태어나고 소멸하는 자연의 질서야 말로 삶의 진리에 대한 함유이고 예술의 지향점이며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이다.
추상과 구상의 혼재 속에서 원색으로 펼쳐지는 심상의 풍경 ● "고무줄을 잡아당긴 팽팽한 긴장상태에서 그림이 나온다." ● 작가는 이십 년 넘는 세월 설악의 풍경을 소재로 삼고 있으나 실상 그가 그리는 것은 보이는 그대로의 설악이라기보다는 그 속에 살고 있는 작가자신에게 '내재화된 설악의 모습'이고, 설악산에 살고 있는 한 예술가의 내면풍경이다. 그렇기에 그의 풍경화는 구체적 형상이 있으면서도, 보이지 않는 감성의 세계를 나타내는 추상화와도 같은 뉘앙스를 갖는다. 작가가 그리는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 아니라 작가의 손끝에서 치밀하게 재구성된 풍경이며 이는 원초적이고 야생적인 생명력이 느껴지는 선명하고 화려한 원색으로 재현된다. 현란한 봄의 꽃무더기뿐 아니라 추사의 세한도와도 같은 고결한 느낌의 눈쌓인 설악도 화폭에 담아 '무당끼가 있는 색깔을 쓰면서도 유교적인 선비사상을 갖고 있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그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체화하여 작가자신의 심상을 형상화하는 것이다.
진득한 안료가 주는 물성의 훈훈함 ● "그림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다" ● 유화와 아크릴 작업을 병행하는 김종학 작품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두껍게 올라온 마티에르다. 본디 안료는 대상을 구현하는 수단인데 그의 화면에서는 안료 자체가 자립성을 강하게 드러낸다. 화려한 색채와 강렬한 붓터치로 캔버스에 올라앉아 있기에 그 자체의 생생한 질감으로 재현대상보다 앞서 일차적인 감동을 준다. 그의 그림이 갖는 또 다른 특징은 대상이 원근의 법칙에 구애받지 않고 화면 가득히 자리 잡는 '전면화'의 구도를 취한다는 점이다. 그의 화폭 속에서는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모두들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자리를 점유함과 동시에 주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구성은 중심과 주변에 대한 파괴이며 질서를 초월한 질서에 대한 표현이기도 하다.
온고지신의 미덕. 그리고 자연속의 삶이 보여주는 회화의 존재이유 ● "그림그리기는 사람이 자유롭고자 함이다." ● 작가는 골동품 콜렉터로서도 유명하다. 목기를 비롯하여 자수, 석상 등을 수집하는 그의 빼어난 안목은 정평이 나 있다. 골동품에 대한 애정과 그로부터 받은 영감은 그의 작업 속에서도 드러난다. 우리 선조들이 자연을 관찰하고 소화하여 표현한 질박하면서도 화려하고, 엉성한 듯하면서도 섬세한 작품들로부터 작가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 눈에 보이는 질서로부터 자유로운 선조들의 사유방식을 그는 자신의 작업에 녹여내고 있다. 그 결과 서툰 듯, 혹은 과장된 듯하면서도 정확한 그의 표현방식은 오히려 좀더 자유롭게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을 담은 그의 그림은 매일 시간에 쫓기며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일상의 바퀴를 굴리며 살아가고 있는 도시민들의 매마른 감성에도 '감동'으로 다가가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린다는 것은 그 행위를 통한 사유의 형식'일진대 화려한 기교로써 자신 뿐 아니라 바라보는 이의 사유를 방해하지 않는 그의 작품은 관람자들에게 잊고 있던 자연에 대한 따뜻한 감정을 일깨우며 감동을 준다. 그의 작품은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숨쉬고, 감동을 전하며 '존재하는 회화'에 대한 온전한 징표인 것이다. ■ 가나아트갤러리
Vol.20060522a | 김종학展 / KIMCHONGHAK / 金宗學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