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로 이해하는 현대미술

즐거운 미술여행展   2006_0411 ▶ 2006_0528

이서미_길을 따라 걷다_에칭, 팝업_16×16cm×250_2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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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411_수요일_04:00pm

1부 / 박종호_안광준_오미소_이지연_정재진_진시영_조일범_추은영 2부 / 노정숙_양종세_곽철종_김병철_방혜영 3부 / 고근호_권기수_김기용_박용식_손동현_이서미_이학승_정운학

전시총기획_변길현 공동기획_1부 안광준 한성대 교수/ 2부 이재윤 상상력발전소 연구실장

전시구성 1부_인터랙티브 가상현실 아트_미래의 미술을 상상해봐요 2부_동화나라_미술과 책, 상상의 나라 3부_미술나라_즐거운 현대미술의 나라

주관_광주광역시립미술관 / 후원_(재)광주비엔날레 협찬_크레용하우스_FABER CASTEL_다빈치 기프트_아울북 (주)하이테크미디어_리얼리티 시스템

광주시립미술관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산151-10번지 Tel. 062_521_7556 artmuse.gjcity.net

놀이로 이해하는 현대미술 ● 어린 시절의 최초의 기억은 어둠 속의 섬광과 같이 다가온다. 프랑스의 심리학자 빅토르 앙리와 그의 아내 카트린은 최초의 기억에 대한 설문지에서 최초의 기억 중 약 80퍼센트가 두 살에서 네 살 사이에 발생했지만, 다섯 살이나 여섯 살, 심지어 일곱 살 때에야 비로소 최초의 기억을 갖게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말한다. 기억이 자리 잡아 가는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미술전을 여는 것은 섬세하고 세밀함을 필요로 한다. 아동미술이론가인 로웬펠트(Victor Lowenfeld, 1903-1960)에 의하면 "촉각과 시각, 청각에 의한 직접적인 경험을 통하여 어린이들의 이미지 형성과 지각력이 개발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발적이고 본능적 부분이 지배적이며, 이념보다는 생각을 표현하고 결과보다는 과정에 더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미술을 대하는 관점은 어른들과 다르다는 것이다. ● 아이들이 미술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시각은 로웬펠트에 의하면 연령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기에 창작적 감성에 대한 접근을 달리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예술행위의 목적은 인간 안에 내재한 창의적인 과정을 통해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사물에 대한 참다운 지식을 획득하는 것이거나, 루돌프 스타이너(Rudolf Steiner, 1861-1925)가 「색채의 본질」에서 이야기하듯이 우리의 근원적인 자아를 인지한다는 점에서 연령에 따른 어떤 규칙이나 제한된 틀을 지니고 있지 않기에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어야 하지만 창의성을 자유롭게 열어놓아야 한다.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술전은 주의력이 산만한 아이들에게 놀이적인 개념으로서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창의적인 지각 개발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소 어려움을 안고 있다. 「즐거운 미술전」은 이러한 문제를 어린아이가 가장 관심을 집중시키는 게임놀이의 형태를 띠면서도 1부에서는 현대미술의 전위에 서서 상호 소통을 주제로 삼는 인터랙티브적인 작품들을 설치하고, 2부에서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촉발시키는 동화적인 주제로 꾸며졌으며, 3부는 아이들에게 흥미가 있고 관심을 끌만한 소재들과 이야기들을 설치하고 있지만 현대 미술의 중심에서 논의가 활발히 되고 있는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지연_낯선공간으로의초대_형광안료, 블랙라이트_가변설치_2006
진시영_골목길이야기_DVD, 빔프로젝트, 스크린, 철_가변설치_2006

미디어의 놀이로 이해하는 현대미술 ● 1부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의 작품들이다. 인터렉티브 아트에서는 전시장에 들어서 보이는 설치물들은 아직 작품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비행사들이 실험모의비행에나 사용되는 헤드세트와 그 앞의 3D의 영상화면, 구불구불 설치된 무대세트, 디지털 터치스크린, 연극배우를 기다리는 듯한 무대와 카메라, 우스꽝스러운 만화캐릭터의 형상이 그 안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영상 박스, 캠코더와 프로젝트로 자연의 풍경을 생성해내는 영상펄스, 퍼즐모양의 그림 맞추기, 블랙라이트로 설치된 방의 벽의 그림들은 자신들을 완성시켜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원하는 사람은 그들 앞에 서서 머물러 바라보는 감상자가 아니다. 도공이 그릇을 빚어내지만 그것을 완성시켜주는 것은 가마 안의 불꽃이듯이 그 불꽃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아직 최초의 기억조차 눈을 뜨지 못한 고사리와 같은 손과 초롱초롱한 눈으로 신기한 듯이 만지는 아이일 수도 있으며, 가슴깊이 묻어둔 감성을 설레이는 마음으로 되살리는 어머니의 손일 수 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어설프거나 기형적인 형태로 보일지라도 비로소 세상에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며, 그 순간 어머니와 아이는 작가에게로 이어지는 마음의 다리를 보며, 거기로 걸어 들어가는 자신들을 발견하게 된다. 아니 어쩌면 아직 기억이 자리 잡지 않은 아이들에게 그 감동은 찰나의 순간으로 지나갈 수 있다. 그보다 남자아이들의 마음은 설치된 무대를 바라보며 그 안에서 마구 뛰어다니며 놀고 싶은 충동이 앞설지도 모른다. 골목길을 연상시키기 위한 진시영의 설치무대 주변은 살짝 어둠이 드리워져 무대 뒤에 숨어서 누군가를 놀래키고 싶을지도 모르며, 그 안에서 숨박꼭질하며 장난치며 서로간의 정감을 나누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부모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의 작가들은 이렇듯 현대의 미디어를 통해 서로간의 교감이 일어나는 만남의 장을 열고 있다.

곽철종_Hill_혼합매체_300×480×240cm_2005
즐거운 미술여행展_2부 동화나라

의자가 병아리가 되고 과자가 집이 되는 이상한 나라 ● 2부의 동화나라는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삐삐" 속의 장면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아이들의 조그마한 눈으로 본다면, 작품들과 어울려 설치된 무대 공간은 탄성을 자아낼만한 하다. 그곳에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우리가 사용하던 일상의 것들이 마법에 걸려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는 것 같다. 마치 의자가 병아리로 변해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것 같으며, 나무들은 머리카락을 바람결에 휘날리며 정답게 손을 잡고 놀러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과자는 선물 포장 리본을 둘러매고 집으로 변해 아이들을 정답게 맞이하고 있으며, 그 안에는 과장봉지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책속의 글자들은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인형으로 변해있거나, 태어나 첫 모습을 간직했던 나무의 판으로 되돌아가 그 위에 다양한 무늬와 색채를 차려 입고 둥그런 쇠기둥에 매달려 그것을 여는 순간 아이들에게 손짓을 하고 있다. 긴 통로의 벽에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자신의 속을 드러내는 책들이 서로 손을 잡고 환영의 물결을 이루는 인파와 같이 줄지어 늘어져 있다.

권기수_Blow off 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227cm_2006
박용식_12마리대기중_레진, 철, 오브제_160×160×160cm_2006

아이들의 마음의 창으로 만나는 세상 ● 3부의 미술나라는 아이들의 마음으로 세상과 만나는 정경이 펼쳐져 있다. 가족과 함께 소풍을 가는 장면,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가던 기억들, 몸살로 신음을 하면서도 따스하고 포근한 엄마의 숨결을 느끼며 등에 업혀 병원으로 가던 순간들. 한편의 무대 연극을 보는듯한 입체 모양의 그림들이 작은 액자 안에 담겨있는 장면들을 정신없이 보고 걸어가다 보면, 원으로 된 철 기둥에 묶여 캐릭터로 만들어진 12마리의 귀여운 개들을 만나게 된다. 뒤의 꼬리는 위로 올라가 있고, 이빨을 살짝 드러내며 웃고 있지만 줄에 묶여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진 그들의 깜직한 모습은 아이들에게 주변에서 만나게 될 개들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친밀감을 전해준다. 그들은 개와 아이들을 이어주는 사제와 같다. 친밀감을 느낀 아이들의 마음에서 개 줄은 아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지도 모른다. 아픈 마음도 잠시 솜털이 보송보송한 몇 가락의 머리카락과 악동을 닮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동구리의 캐릭터가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다. 이 세상이 무중력의 공간으로 이루어진 것 같이 천방지축으로 돌아다니는 동구리의 모습에서 아이들은 신이 나고 자신들의 마음을 대신하여 어른들에게 전해주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리고 좀 더 가다보면 하얀 색칠로 이루어진 방에 천장에는 전파를 보내는 기구가 떠 있고 방구석에 고래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다. 방 한가운데는 아무 것도 없는 데, 아이들은 고래를 중앙으로 끌고 나오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들의 마음과는 달리 고래는 커다란 방의 한 모퉁이에 그렇게 있다. 아이들은 아마도 부모에게 왜 고래가 텅 빈 방 한가운데 놓여 있지 않고 모퉁이에 있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 질문은 익살스러운 동물들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보는 순간 사라질지도 모른다. 철로 만들어 그 위에 앉아도 부서지지 않는 캐릭터들은 아이들에게 동물들에 대해 이전보다 더욱 더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벽에 비춰진 그림자들은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 아이들의 상상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여럿이 모여 돌리면서 볼을 차고 놀 수 있는 푸스볼(foosball)의 기구, 구형 타자기 자판을 응용하여 알파벳과 숫자들이 벽에 붙어 있어 아이들에게 묻고 답해줄 있는 둥그런 자판들, 옛날 족자의 채색을 바탕으로 한 영화 속의 인물들이 그들의 호기심을 멈출 수 없게 할 것이다. ● 「즐거운 미술여행전」은 현대미술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 작품들을 선별하여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흥미를 자아내고, 아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면서도 상상력을 풍요롭게 한다. 자유로운 창의력을 바탕으로 꾸며진 「즐거운 미술여행전」은 아이들에게 현대미술에 대한 친숙함을 느끼게 하며,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푸르스트(Marcel Proust, 1871-1922)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어둠속에 묻혀 있는 유년기의 기억을 케이크 한 조각을 차에 적셔 먹다가 갑자기 냄새로 인해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되는 것처럼, 어른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 조관용

Vol.20060519c | 즐거운 미술여행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