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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517_수요일
갤러리 아트사이드 서울 종로구 관훈동 170번지 Tel. 02_725_1020 www.artside.net
몽유낭만산수도 ● 사랑의 무수한 빛깔들이 내 마음속의 꽃을 피웁니다. / 당신과 내가 하나가 되고 온 세상이 내 마음 같군요. / 황홀한 꿈 / 그 꿈속에서 오랫동안 머물고 싶지만 / 내가 너무 폐가 될까 봐 그저 보기 좋은 그림으로만 남겨둡니다. ■ 홍주희
상상된 낙원이미지 '몽유낭만산수' ● 홍주희는 산수화山水畵와 민화民畵라는 텍스트Text에 개입하고 주석註釋을 덧붙여 본래의 것과는 다소 다른 텍스트를 만들었다. 그 텍스트는 원본에서 약간 미끄러진, 원본과 유사하면서도 조금은 이상해 보이는 그런 텍스트다. 작가가 참조한 전통회화는 일종의 텍스트인데 그것은 종교적宗敎的, 도상적圖像的, 주술적呪術的인 오브제Objet이기도 하다. 이미지에 깃든 혼魂의 존재를 인정하는 물활론적物活論的 인식아래 영靈적인 환기력喚起力을 지닌 오브제이자 동양인들의 자연관自然觀과 유토피아Utopia상이 서려있는 도상이기도 하다. 그 오브제를 재편집, 재배치하고 활용하는 자의적恣意的인 놀이, 상상력想像力의 유희遊戱가 고스란히 작가의 작업이 되고 있다. ● 작가는 산수화와 민화의 의미를 새삼 다시 발견하고 확장시키는 한편 익숙하고 규정적인 의미는 지워나가면서 그 내부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낯선 요소를 발견해 낸다. 그것은 기존의 이미지에 기생寄生하는 동시에 이미지의 존재방식을 새삼 밝히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 차용借用된 이미지는 패러디Parody가 되고 이는 원본에 덧붙여진 별개의 의미를 지닌다. 사실 패러디란 '원본이 은폐하거나 간과하고 있는 이데올로기Ideologue를 노출시키는 한편 원본을 동시대적인 문법으로 재해석하고 각색하는 것'을 말한다. 원본을 본래의 맥락으로부터 이탈시켜 사적私的인 지평으로 부단히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작가에게 있어 모든 전통이미지는 새롭게 해석될 것들이고 또 다른 의미와 상상력 속에서 다시 태어나야 할 오브제들에 해당한다. 이는 동시대同時代 젊은 작가들이 지닌 전통에 대한 보편적 인식을 반영한다. 그러니까 전통은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무수히 살아날 것들이란 얘기다. 이는 기존의 미술사를 완결된 정적구조定積構造가 아니라 개인적인 개별적인 맥락 속에서 다시 읽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시각인데 그것이 다름 아닌 패러디이며 이는 홍주희의 주된 전략戰略이 되고 있다. 따라서 작가는 산수화, 민화(전통미술)를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유기체有機體처럼 현재진행형의 열려진 개념으로 본다. 그러니까 산수화(민화)라는 텍스트를 개인의 서사敍事로 전환시키거나 전통에 대한 메타Meta 비평批評의 단서로 삼는가 하면 그로인한 이미지 물신주의物神主義의 환생還生, 사적인 첨삭添削과 변용變容, 변태變態로 넓혀나갔다. 개인의 주관과 상상력의 개입을 통해 다시 쓰여진, 그려진 이 산수화는 전통이미지의 단순한 복제(재현)가 아니라 적극적인 주체의 반응이고 해석이며 표현인 셈이다. ● 작가는 기존 산수화와 민화에 동시대의 기호와 주관적 상상력, 낭만浪漫 Romantic과 온갖 의미와 보충물補充物로써 그 세계를 부풀리며 변질變質시켰다. 마치 초현실주超現實主義 그림처럼 낮과 밤이 공존하며 전통산수이미지와 현재의 풍경이 함께 있고 현실과 환상, 해와 달, 여름과 겨울이 혼재되어 있는 기이한 풍경이다. 아울러 고급미술高級美術과 저급미술低級美術, 수묵담채水墨淡彩와 진채기법眞彩技法 등 상반된 요소들이 한 화면에 공존하고 있다. 작가는 그 그림에 '몽유낭만산수도夢遊浪漫山水圖'라 제목을 달아주었다. '몽유夢遊'나 '와유臥遊'가 전통적인 산수화에 내재된 이념이라면 낭만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자연에 대해 지니고 있는 정서, 감각과 관련된 개념이다. 작가는 그 낭만을 원색적原色的이며 화려한 색감을 통해 가시화하는데 이는 무엇보다도 풍부한 감성을 끌어내려는 의도이다. 그 화려하고 감각적인 색채 뒤에 숨은 고독 그리고 "영원한 안식처安息處를 향하는 소망내지 현실의 슬픔을 아름다운 자연을 통해 승화昇華하고자 하는 의도"(작가노트) 또한 내포하고 있다. 작가는 동양의 산수화란 내적 정신세계를 구현하는 상징이며 산과 물은 투사적投射的 등가물等價物이라고 이해한다. 외부세계의 미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자기 각성覺醒에 의한 인식체계의 장이며 혼돈의 세계를 본질적이고 영원한 질서의 세계로 변화시키려는 상상의 결실結實이란 것이다. 그러니까 산수자연 그 자체를 만물의 시원始原 혹은 영원한 존재, 정신적 개념으로 받아들인 후 이를 미적인 대상으로 삼고 인격수양人格修養을 위한 창조활동의 확대로 삼은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산수화가 가능하다면 그 지향점은 다름 아니라 산수화가 동양인의 근원적인 정신의 특질特質로서 형상화 된 상상력의 결과라는 깨달음에서 그 모색摸索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작가는 전통적인 도상 위에 개입하기도 하고 실경實景의 사생寫生을 바탕으로 그 위에 상상력을 통한 산수의 낭만적 감수성 표현을 얹혀놓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그려진 작가의 산수는 그만의 유토피아(낙원 이미지), 자신의 욕망과 기억, 몽상, 추억이 하나로 불거진 형국이다. 산수화(자연)위에 현실적 삶의 풍경과 자기감정, 환영幻影을 덧씌워 놓은 그림이다. 이른바 환상적幻想的 Illusion인 리얼리즘Realism이라고나 할까. 환상리얼리즘Illusion Realism은 '환상적이거나 비현실적인 세계를 마치 현존하는 것인 양 객관화해서 궁극적으로는 현실과 비현실이 경계를 허문다'는 점에서 다분히 키치Kitsch를 상기시킨다. 아울러 사물의 전치轉置 역시 돋보인다. 이국적異國的인 취향을 자극하거나, 비현실적이고 낭만적인 정서에 호소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발소그림이나 카드그림에서 보는 키치적이고 동화적인 풍경상이 스며들어있다. 분홍(핑크)과 보라 등 알록달록하고 생경生硬한 색채, 한지의 자연스러운 재질감과 먹의 향기, 수용성水溶性 물감의 투명성透明性과 분채粉彩의 깊고 고운 색감, 수묵 담채기법과 진채기법, 민화의 도안과 강렬한 색채대비色彩對比 Color Contrast를 이용한 장식이 가미加味되어 있다. 아울러 동양적 이상향理想鄕이 추구된 산수에 남산타워Namsan Tower, 가로등街路燈 Street Light, 벤치Bench, 전망대展望臺 Observation Platform, 파라솔Parasol, 서구식 건물이 함께 그려져 있다. 이처럼 대립적 개념들이 공존하고 현실과 비현실, 과거와 현재, 자연과 도시, 꿈과 현실이 함께 들어있다. ● 그런가하면 이번 근작에는 도자화陶瓷畵가 새롭게 등장하는데 이는 만물의 형상을 빌은 실루엣 도자판陶瓷版의 표면에 '몽유낭만산수'를 그려 넣은 것이다. 이 작업 역시 다분히 범신론적汎神論的 사유思惟가 개입되면서 자연과 자신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가 되는 몽상의 순간이나 자신이 만들어낸 낙원을 몽유하고자 하는 소망의 기원基源을 담고 있다. 동시에 이 작업은 전시장 바닥에 세워지거나 전시 공간 전체로 확산되면서 전시개념을 확장시키는 한편 그림 속의 공간을 확장시키는 효과를 공략攻略한다. 그러니까 그림이 배경이 되는 실루엣 도판들은 마치 그림의 앞쪽 공간에서 노니는 듯한 환영을 자아내는 것이다.
사실 산수화란 원래 그림 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실용적實用的 기능이 있는데 작가는 자신이 꿈꾸고 거닐고 싶은 풍경으로 의도적 전환을 꾀했다. 개화시기開花時期가 다른 꽃들이 화면 가득 피어있으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같이 있고 폭포와 노을, 무지개 등 신비로운 자연체험에 일체감一體感을 느끼고 순간 그것과 자신이 하나가 되는 몽상의 순간을 환각처럼 떠올리게 한다. 상상된 낙원에 오래 머물고자 하는 바람이 깃든 시각적視覺的 주술呪術, 주술적 산수풍경이고 그 안을 거니는 현실적 풍경이 된다. 작가는 자신에게 있어 예술적 행위는 잃어버린 내적인 신비를 다시 소유하고자 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이 '몽유낭만산수'는 불가피하게 동시대 젊은 작가들에 의해 번안되고 재해석될 전통이미지의 운명을 드러내는가 하면 의식과 심리적 기제旣濟로 해석된 산수, 그러니까 몽유와 와유와 정신적精神的 활력活力을 자극하는 산수화 본래의 의미를 개인의 몽상과 낭만, 상상력을 접목해서 풀어낸 산수화의 한 전형을 화려한 표면의 감각 아래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 박영택
Vol.20060518d | 홍주희展 / HONGJUHEE / 洪周憙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