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대안미술공간 소나무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6_0513_토요일_04:00pm
작가와의 대화_2006_0513_토요일_04:00pm 진행_전원길 / 발제_김종길 / 질의_김성호 (안성 중대 앞 버스정류소에서 3시 40분에 자동차가 대기합니다.)
후원_경기문화재단
대안미술공간 소나무 경기도 안성시 미양면 계륵리 232-8번지 Tel. 031_673_0904 www.sonahmoo.com
자연을 체험하는 '숭고'와 '쾌적한 공포' ● 근 20년간의 세월을 자연의 힘에 경도하고 그 내재적 질서의 오묘함에 감동한 채 '자연미술'의 텃밭을 가꾸어 온 김해심은 이번에 전시를 실내로 옮겼다. 김해심은 '야투' 활동을 중심으로 야외현장미술을 펼쳐온 저력 있는 작가로 때로는 자연의 이름으로 때로는 환경의 이름으로 때로는 참여의 이름으로 그녀의 예술적 노동력을 선보여 왔다. 첼시미술대학원에서 종합매체를 전공하고 졸업한 런던 유학 생활 이후 더욱 심화된 그녀의 자연미술은 작가의 지속적인 삶 저변으로부터 길어 올려진 성찰을 바탕으로 한 자연의 이해는 물론이며 인공적 환경에 개입하고 발언하는 자연의 목소리를 옮기기도 한다는 측면에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관계'라는 화두를 끊임없이 쥐고 있다 할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빼앗은 인공적 환경에 기거하는 현대인으로서는 갑갑한 일상적 현실로부터 탈주하고자 하는 근원적 도피처로 자연을 떠올리는 낭만적 인식에 칩거할 수밖에 없다고 할 때, 김해심은 이러한 '낭만적 인식에 근거한 자연'을 현대인들에게 충실하게 되돌려주면서도 '근원적 자연성'의 의미를 곱씹어 내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것은 자연을 오랜 시간 동안 '미적 대상'으로 보아 온 우리들의 시각과 관념을 배신하지 않으면서도 인간 주체로부터 '대상화된 자연'의 억울한 지위를 회복시키는 이중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 면에서 작가 김해심이 마주하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항은 그저 인간을 탈주체화 시키고 자연의 일부로 환원시키려는 인간의 자연 귀소적 본능에 함몰되어 있는 친자연적 미술행위로만 정의되기에는 부족하다. 늘 자연 안팎에서 '자연을 작업'하는 예술적 창조라는 노동을 부여하는 탓이다.(중략)
자연공간으로부터 인공적 환경에 자연을 가져오려는 김해심의 태도는 그녀의 자연미술이 타 작가들과 일정부분 변별되는 특성을 우리에게 드러낸다. 런던 중심지에 돌연 등장한 흙덩이 던지기 퍼포먼스나 실내의 공간에 옮긴 흙덩이는 이러한 인공적 환경에 자연을 개입시키는 작가적 의식을 강하게 드러낸다. 자연의 본성적 측면과 질서를 최대한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자연적인 재료를 통해 소멸성, 되돌림의 미술을 행하는 자연미술가들의 창작노선과 살짝 이탈한 부분인 이러한 '자연으로부터 인공환경으로'라는 '거꾸로의 개입'은 기실 '자연, 환경&인간'의 대비적 차원을 '자연-인간-환경'의 연계적 차원으로 변모시킨 것에 다름 아니다. 자연미술의 결과물은 창작주체의 탈주체화를 드러내면서도 그 과정은 여전히 예술창작이라는 창작자의 주체적 고민이 물씬 풍겨나야 한다는 작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인 것이다. ● 인공 환경에 개입시키는 자연, 그것은 작가 김해심이 다큐멘터리적 진술을 토대로 화이트 큐브에 옮겨낸 이번 전시와 무관하지 않다. 많은 관객이 창작자와 함께 자연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그녀가 자연에 '개입한' 흔적을 시각적 결과물을 통해서 확인할 따름이지만 이번 전시는 그러한 자료전의 성격을 넘어 인공환경에 개입시킨 자연 이미지라는 또 다른 차원의 시각적 진술을 담보해낸다. 우리는 작가가 야외 현장에서의 오래 동안 진행해 온 자연미술을 간접적이지만 총체적으로 점검해 보면서 작가의 언급대로 자연에 대한 '쾌적한 공포'와 같은 인식을 확인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작품의 타이틀로 삼은 '쾌적한 공포'는 영국의 경험주의 사상가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의 1756년 논문 「숭고와 미에 대한 우리 관념의 기원에 대한 철학적 탐구」에서 인용한 것이라 한다. 칸트에게 영향을 준 바 있는 버크의 미적 범주론은 미와 대치되는 숭고에 대한 정의에서 비롯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감정은 두 가지 차원으로 대별되는데, 하나는 고통 또는 위험의 관념과 결부된 인간의 자기보존 감정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사회성에 큰 역할을 감당하는 쾌의 감정이다. 그는 전자에서 숭고를, 후자에서 미의 개념을 도출하고 있다. 현대적 미학의 입장에서는 숭고의 개념이 그저 여러 가지 미적 범주에 귀속되어 있을 따름이지만 당시에는 미의 차원과 궤를 달리하는 매우 독특한 지점이었다. 그런 차원을 상기한다면 버크의 숭고의 개념에서 유래하고 있는 '쾌적한 공포'는 김해심 작업의 내밀한 속 층을 철학적으로 읽어내는 주요한 키워드가 된다. ● 김해심은 야외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만났던 자연의 현상들을 비디오카메라로 포착하고 이를 화이트 큐브의 공간 안에 프로젝션으로 투사하거나 설치적 어법으로 구현할 계획이다. 빗방울에 흔들리는 풀잎의 처연한 움직임을 카메라의 흔들리는 시점으로 극대화시켜 포착한 「몸살」(2005)이라는 영상 작업이나, 푸른 강물을 배경으로 서 있는 갈대줄기들이 바람에 서로를 부대끼며 스산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장면을 포착한 영상 작업 「바람소리」(2005), 그리고 얼어있던 시냇물이 해빙하면서 만들어낸 얼음 표면의 틈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의 움직임과 소리를 포착한 영상 작업 「얼음장」(2005) 이 그것이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 '쾌적한 공포'처럼 이 영상들은 스산함, 위기감, 불안감 등을 기반으로 한 또 다른 쾌(快)의 측면을 우리에게 불러일으킨다.
버크가 언급하듯, 자기보존과 관련된 감정은 고통이나 위험과 관련하면서 그 원인들이 직접 우리에게 작용하지 않을 때 우리는 쾌를 느끼곤 한다. 즉 우리가 고통의 상태에 있지 않으면서 고통과 위험의 표상을 가질 때 우리의 감정은 쾌를 갖는다. 이러한 '공포적 쾌, 위험한 쾌'의 감정이 유발하는 '숭고'는 다른 식으로 표현해서 '쾌적한 공포'라 할 것이다. 김해심이 우리에게 유발시키는 '쾌적한 공포'는 자연의 현상들로부터 우리들에게 심리적으로 전이시키는 작가의 개입을 통해서 완성된다. 즉 바람에 세차게 흔들리는 갈대를 영상으로 기록한 「바람소리」나 얼었던 시냇물이 해빙되면서 수면이 드러난 얼음 층 밑으로 흐르는 시냇물을 영상으로 포착한 「얼음장」과 같은 작품은 태풍으로 변모할 수도 있는 바람, 홍수로 변모할 수도 있는 물과 같은 자연의 위험한 본성을 작가가 화면 심층에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포적 쾌'라는 숭고의 감정을 유발시킨다.
또한 작가는 '기록'이라는 자연현상에 대한 관조적 개입에 그치지 않고 '행위'와 같은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자연의 공포적 자연본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작품「몸살」의 경우처럼 비를 맞고 있는 풀잎을 비디오 카메라를 흔들면서 촬영하는 태도가 그것인데, 마치 지각의 변동을 예고하는 듯한 이러한 작위적 연출은 안정된 땅으로부터 지진에 이르는 자연의 공포적 본성을 일깨운다. 바람, 물, 땅이라는 자연의 미적 본성이 자연의 3대 재해라 일컬어지는 태풍, 홍수, 지진과 같은 공포적 본성으로 변모하는 가능태를 작가는 이번 전시 안에 은유적 기제로 감추어두면서 자연이 본래적으로 품고 있는 '공포적 쾌'를 드러내려 한다. 자연을 가운데 두고 작가가 우리들에게 숭고의 미적 체험을 매개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관객에게 다분히 심리적 전이로 이어진다. 자연을 인간 존재의 본성과 일원화, 동일화시켜 보이려는 김해심의 심리적 은유의 전략은 기존의 작업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적 사진, 영상이미지에서는 물론이고 몸살, 감기와 같은 제목에서도 상징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신록, 잔잔한 호수, 신선한 공기 등을 느끼면서 아름다움, 맑음, 생명력, 풍성함, 보기 좋음과 같은 심적 반응이나 미적 체험이 줄곧 자연의 본질일 수 없다. 음습한 추위, 맹렬한 폭풍, 땅을 갈라지게 하는 지진 속에서 처연함, 불안함, 위기감 등 자연에 대한 또 다른 차원이 존재한다. 이러한 심적 반응이나 미적 체험을 전통적인 미학개념인 '숭고'의 차원으로 수용하고 재해석하는 김해심의 이번 전시 '쾌적한 공포'는 자연-인간-환경, 오픈 에어-화이트 큐브, 시간-과정-소멸-흔적, 작가-자연-관객, 미-숭고 등의 관계항을 부단히 우리로 하여금 인식하게끔 하면서 자연미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이 전시는 8월에 발간 예정인 작품집 발간과 더불어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 김성호
Vol.20060516a | 김해심展 / KIMHAESIM / 金海心 / installation.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