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6_0513_토요일_06:00pm
권기범_박능생_박종갑_서은애_성태훈_우종택_윤영경 이길우_이도선_임택 정경화_정영진_정용국
갤러리 꽃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7-36번지 B1 Tel. 02_6414_8840
화폭을 열어 군자를 만나다(開畵對君子)는 동파(東坡)가 곽희의 「秋山平遠圖」를 보고 묘사한 시의 한 구절 "짧은 화폭 이스라이 평원을 열었는데(離離短幅開平遠) 아득하다 성긴 숲 가을 철 늦었구나(漠漠?林寄秋晩)"를 전칭한 것이다. 동파는 곽희와 교유면서 그림속의 경지를 연상하고 그 정서를 투입하여 살아넘치는 기운(詩境)을 더하였다. 시적인 관조법인 시경(詩境)은 회화에 깊은 통찰을 더하면서 정신적인 깊이와 공간감을 심화시켰는데 이러한 관조법의 근본적인 목표는 정신의 자득(自得)에 있었다. 산수를 굽어보고 우러르면서 스스로 터득한 음악화된 우주감으로 정신의 조화를 꿰하였던 시인은 자연과 더불어 소요하고 음미할 줄 아는 인생경계를 노래한 것이다.
이런 인생경계의 전통을 음미하면서 현실의 공간으로 이동하면 굽어보고 우러를 산수는 있으되 조화는 깨져버렸고 시절을 알고자 하나 정신은 쇠미해져 그림속의 긴장과 정서의 율동은 상실되고 실존적 현실감각만이 부각될 뿐이다. 비록 함축 응결을 거친 고도의 정신작용은 아닐 지라도 은유와 깊이를 지녔던 공간감만은 현실의 회화에서 복구되길 간절히 바란다.
화폭을 펼치면 군자를 만날 수 있는가? 만날 수 없다는 것은 짐작으로도 아는 사실이다. 화폭을 펼치면 고아한 평원의 세계도 인생경계를 노래한 시의도 현실의 관심사항은 아니다. 화폭을 펼치면 정체된 세계의 조화가 아닌 변화긴장되고 무수한 현실이 꿈틀대는 역동성이 존재한다. 이 역동성은 산수를 가벼운 구조물로 만들어 디지털로 합성하거나(임택) 산수의 개념을 전칭하여 현실화하거나(서은애) 현장과 역사현실을 해석하고(박능생, 성태훈) 현대적 관념과 기법으로 해석(박종갑, 윤영경 이길우, 정용국, 권기범)하거나 군중과 내면의 심리를 묘사(우종택, 정영진)한다.
그리하여 화폭을 열어 만난 군자는 이러한 현실 동양화를 개척하는 일군의 무리가 펼쳐내는 산수도를 말한다. 이들의 산수도는 반성적 성찰과 갱신을 전제로 지속적인 담론을 생산해 내기 위해 전통에 새로운 것을 부가하고 재해석하는데 수용과 해석의 창조행위 가운데 현실 동양화를 개선하려는 욕망이 있다. 상상과 전복, 그리고 비판적 지성이 결합된 현실동양화를 제시하는 것이 이들 세대의 특징인바 이러한 상상위에 자기갱신을 향한 성찰을 부가하여 현실군자도를 완성하고 있다. 비판과 전복, 그리고 정신력의 고양을 이를 화면에서 발견하면서 아울러 인간적 가치들에 대한 해석과 재해석을 부가하길 바란다. 현실 속에 군자는 없지만 군자적인 것은 곳곳에 편재해 있기 때문이다. 화폭을 열어 만난 평원(平遠)은 현실동양화가 개척해야할 지평이고 군자는 복잡다단한 현실의 욕망을 헤처나가야할 화가 자신인 셈이다. ■ 류철하
Vol.20060514e | 개화대군자(開畵對君子)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