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50622b | 고지영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6_0512_금요일_06:00pm
스페이스 함 서울 서초구 서초동 1537-2번지 렉서스빌딩 3층 Tel. 02_3475_9126 www.lexusprime.com
어떤 작품을 대할 때 흔히 그 작품에 대한 호감의 표시로서 '재미있다'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작품 위로 드러나거나 쉽게 눈치챌 수 없는 신랄한 역설이 작품 속에 숨어 있을 때 주로 나오는 반응이다. 고지영의 작은 무채색 유화작업은 첫눈에 별반 재미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래도록 은근하게 시선을 묶어 두는 힘이 있다.
1호나 2호쯤 될 법한 아주 작은 캔버스나 커 봤자 가로 세로가 일미터를 넘지 않는 캔버스 위에 무채색으로 그려진 모호한 이미지들은 반복된 붓질을 통해 겹겹이 쌓인 아스라한 색감과 함께 명상적인 안온함을 전해준다. 주로 작가의 주변에 널려있는 흔한 물건들, 연필, 종이, 책, 컵, 접시 등에서 모티프를 따온 이 이미지들은 정물대 위해 가지런히 놓여진 사물들이 아니라 마치 영혼을 가진 작은 생명체 인양 화면 속에서 원을 짓거나 탑을 쌓거나 하며 자유롭게 부유한다.
이러한 사물들의 기묘한 움직임과 조합은 마치 조각난 부분 부분들이 어떤 전체적인 본질로 돌아가고자 하는 몸짓 같기도 하고, 그들만의 비밀을 간직한 정겨운 놀이인 듯도 하다. 고지영의 이러한 작업은 사과를 소재로 하였던 예전 유화작업들의 연장선상에 있다고도 보여지는데, 작가의 눈에 '무능하고 난처한 구형'으로 비쳤던 사과처럼 요즈음의 작품에 등장하는 이름없는 사물들 또한 각각의 영혼을 지닌 생명체로서의 제 모습을 관객들에게 담담히 드러낸다. ■ 곽현정
Vol.20060513d | 고지영展 / KOJIYOUNG / 高芝英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