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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512_금요일_05:00pm
한전프라자 갤러리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55번지 한전아트센터 전력홍보관 1층 Tel. 02_2055_1192 www.kepco.co.kr/plaza/
운동을 잘하는 사람은 운동을 할 때 불필요하게 용을 쓰지 않는다. 박주영의 슛도 타이거 우즈의 샷도 용을 쓰며 날아가지 않는다. 힘을 빼고 부드럽게, 그것이 운동의 기본기일 터이다. 김호연은 운동을 좋아하고 잘한다. 그의 몸은 용을 쓰지 않는다. 수영도 슥슥, 축구도 죽죽, 골프도 팍팍 힘을 빼고 부드럽게 잘한다.
그의 그림도 또한 그러하다. 광대한 우주를 그렸을 때도, 아스라한 지구를 그렸을 때도, 바람 앞 홀로 선 나무를 그렸을 때도, 그의 그림은 무리한 힘을 쓰지 않고 부드러웠다. 우주 가득 동그라미가 소용돌이 쳤을 때도, 지표 가득 푸른 섬광이 에둘러쳤을 때도, 그의 그림은 용을 쓰지 않고 부드러웠다. 그 부드러움으로 우주도, 지구도, 나무도 서로가 서로의 일부인 자연이 되었다.
그의 장기인 자연스러운 부드러움은 이번 전시의 주인공들인 꽃을 통해 활짝 피어난다. 튜울립, 장미, 나리, 수국, 무명화 등의 꽃들이 때론 홀로, 때론 무리지어 곱게 피어난다. 세상을 걷다보니 세상 속에 꽃이 있었고, 꽃을 보다보니 꽃 속에 조화로운 아름다움이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자연적 심미안으로 꾸며놓은 그의 화원으로 들어가 보자. 그의 꽃은 고운 색이다. 환하면서도 수줍은 분홍빛 고운색이다. 그는 고운 분홍의 꽃색을 내기 위해 둥글게 감은 사포로 분홍의 각질을 가볍게 벗겨낸다. 각질이 벗겨져나간 분홍은 고운 속살을 드러내며 꽃처럼 웃는다. 그의 꽃은 섬세한 선이다. 가녀리면서도 질긴 여러 줄기 섬세한 선이다. 그는 섬세한 여러 줄기의 선을 만들기 위해 에칭기법으로 꽃의 속살에 바늘길을 새긴다. 새겨진 바늘길 혈관에는 분홍빛 생명이 꽃처럼 흐른다. ● 그의 꽃은 도드라지지 않는다. 하늘이 밝으면 꽃도 밝아지고 하늘이 흐려지면 꽃도 흐려진다. 그는 도드라지지 않는 꽃을 피우기 위해 꽃의 질감과 하늘의 질감을 맞춘다. 그가 연주하는 질감의 스푸마토를 톡톡 따라 꽃하늘이 열린다. ● 꽃하늘 아래로 펼쳐진 연못. 그는 연못을 위해 실개천에서 직접 돌을 가져왔다. 그가 꾸민 연못에서는 포동포동한 꽃무지개 붕어들이 유영한다. 꽃무지개 붕어들은 오색단장을 하고 입을 연신 뻐끔거린다. 뻐금거리던 중 하나가 나에게 다가와 입을 쭉 내밀더니 뽀뽀를 한다. 나도 입을 쪽 내밀어 화답한다. 꽃들도 그림 밖으로 살포시 입을 내민다. ● 꿀벌이 없어도 그의 화원은 항상 봄이다. ■ 김진엽
Vol.20060512d | 김호연展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