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ine-무원빌딩

GRAF 2006 : 열 개의 이웃_10 / 홍이현숙_전민정 / 무원빌딩   2006_0501 ▶ 2006_0818

건물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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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원빌딩 경기 고양시 덕양구 무원로 6 (행신동 709-1번지) Tel. +82.(0)31.231.7233

무원빌딩은 고양시 행신동의 무원 아파트 단지 앞에 위치한 평범한 8층짜리 상가건물이다. 겉보기에도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는 이 건물이 주변 지역에서 조금씩 그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정확히 말하면 2004년 목동 예술인회관 예술 점거 과정을 통해서 예술가의 작업실과 생태 문제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이를 접한 상가주인 오창환님이 2개의 빈 사무실을 무상으로 작가에게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변화는 촉발되었다. 현재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작가는 홍이현숙, 이수영 그리고 공공미술프리즘과 최양희이다. 이들은 작년 자신들의 작업실 바로 옆에 또한 무상으로 들어온 아름다운가게의 입주를 축하하고, 이러한 예사롭지 않은 커뮤니티의 생성을 기념하기 위하여 건물 외벽에 아름다운가게의 로고를 제작 부착하는「랄랄라, 무원삘딩에 봄이 왔어요」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무원빌딩 작가들은 이 작업실을 거점으로 지역의 문화예술교육과 공공미술을 진행해 왔다. 정확히 1년 후, 2006년 봄 이 일군의 작가들은 자신들이 위치한 무원빌딩 내의 상인들과 공동작업을 제안하면서 작년의 프로젝트를 진화시킨다. 한 건물 안에 존재한다는 점을 빼면 공통점이 없는 다양한 업종의 상인들과 건물 외벽에 새로운 간판 혹은 건물 아이콘을 제작, 부착해 볼 것을 제안하였다. 빵집, 컴퓨터 수리, 옷수선, 건강원, 미술학원, 교회, 태권도학원 등등 어느 상가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이 업종의 상인들은 미술가들과의 생소한 접촉을 봄부터 하게 된다. 즉, 이 프로젝트『Imagine, 무원빌딩』은 무원빌딩 내에서 촉발된 예술가 집단이 지역사회와 구체적인 관계를 맺는 최초의 신고식인 셈이다. 작가들은 무원빌딩의 건물외벽에 간판 기능이 가능한 아이콘을 제작, 부착함으로써 공동의 공간과 환경을 제고하고 예술의 창의력을 빌어 새로운 간판모델을 제시해 보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다시말해 특정 커뮤니티가 속해있는 물리적 환경 중에서 공동의 관심사가 될 만한 영역을 설정, 주민들의 직접적인 개입과 참여를 유발함으로써 자신의 주변 환경에 능동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하였다.

회의장면

무원빌딩은 간판의 난립까지는 아니더라도 불필요한 측면간판이 부착되어 있다거나 건물 후면까지 플랜카드 형식의 홍보물이 부착되어 있었다. 1차 주민과의 워크샵(4.11)에 모인 상인들은 작가들의 제안에 대해서 흥미로워 하였고, 몇몇 분들은 도시의 흉물스런 간판문화에 대해서 지적할 정도로 의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 때 모인 분들은 전체 입주해 있는 상인 중 10여분만 참석하였고 몇몇 업종의 주인들은 처음부터 관심이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그러나 모든 상인이 참석하지 못함으로 인해서 프로젝트는 일정한 한계를 긋고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참여한 상인들이 기존의 간판을 다 걷어내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고 합의된다 하더라도 참석하지 않았거나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업종의 간판까지 적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간판은 곧 업종의 고유한 영역, 혹은 사적인 이윤창출 영역과 관련됨을 아무런 의문없이 묵인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따라서 '간판 기능의 새로운 그 무엇'이라는 실험은 기존 간판을 그대로 인정한 상태에서 시작됨으로써 프로젝트 내내 불안정한 상황을 일으키고 있었다.

디자인결정

이후 프로젝트는 참여한 상인들이 자신의 가게를 알릴 수 있는 아이콘을 직접 디자인하여 제안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업종명이나 전화번호는 없지만, 멀리서 이 건물을 볼 때 어떤 어떤 상가들이 들어있는지 알아 볼 수 있는 아이콘들이 등장하였다. 즉, 구체적인 정보형의 간판은 아니더라도 이미지-기호인 아이콘들은 건물의 알맹이들을 드러내는 '컨텐츠'가 되어주었다. 아이콘 디자인에 능숙하지 않은 상인들을 위해서는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는 '미술학원' 어린이들이 수업을 통해서 디자인을 해보기도 하였다. 이러한 워크샵의 결과물 중 일부들이 선별되어 스티로폴로 제작, 채색과정을 거친 후 벽면에 부착되었다. 초기 디자인 안에는 업종별 아이콘보다는 멀리서 보았을 때 건물이 한 눈에 파악될 수 있을 정도 거대한 규모의 디자인이 진행되었다. 지역 전체에서 랜드마크 기능까지도 겸할 수 있는 형태였지만 이는 예산상의 문제로 현실화가 어려웠다. 이후 작가들은 좀더 세부 업종들의 내용물과 개별 업종의 디자인 안이 잘 녹아나는 형태로 선회하였다. 개입되는 지점도 건물 상단부 전체에서 모서리에 해당되는 부분으로 영역도 조정되었다. 상인들이 직접 디자인한 아이콘들과 어린이들이 디자인한 아이콘들이 식물의 줄기들 사이사이로 꽃송이처럼 맺혀 주렁주렁 달린 모습이 연출되었다.

제작장면_설치장면

공공미술, 특히 특정한 지역주민이나 공동체를 대상으로 하는 과정형의 공공미술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또 다른 생산자와 공동의 과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소통이 이루어졌는지가 중요하다. 본 프로젝트가 애초에 세운 목표가 미진하게 드러난 것도 어쩌면 협력자와의 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형성된 공동의 문제의식의 수준이 조금씩 차이를 그리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 기존 간판의 기능에 더하여 새로운 '시각물'에 의한 가게 홍보라는 개별 업종의 '선'과 건물의 간판 환경을 어떻게 바꾸어야만 함께 누리는 시각환경을 만들것인가라는 공동의 '선'이 연결되는 문제는 쉽지 않다. 즉, 함께 사용하고 있는 건물의 시각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공유되었더라면 문제의 해결과정과 방향은 아주 색다른 결말을 맺었을지도 모른다. 이 부분은 예술전문가와 협력자인 주민의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예술가가 이러한 공동의 문제의식을 심화시키고, 전문가로서 조언과 방향에 대한 조정자로 매개된다면 결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이들은 협력자인 주민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서 미술가와 주민의 관계는 낯설고 먼 그림이다. 상인들의 입장에서는 미술가들의 결정적인 역할과 방향지시를 기대게 됨은 어쩔 수 없다. ● 이 과정에서 상인들에게 처음부터 '결과물' 중심으로 협력작업을 제안하였던 것도 프로젝트를 성숙시키지 못하고 문제를 단선적으로 푸는 요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 한 예로 '걷고싶은 거리만들기 도시연대'에서 진행한 공동간판 사례(인사동)는 아래로부터의 문제의식을 전문가들이 어떻게 매개하고 관여해 왔는지를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상인들의 문제해결 진행 속도를 재촉하거나 방향지시를 내리기 보다는 그 상인들이 결정내린 수준만큼만 관여하고, 방향에 대한 조언자로 기능하였다.

건강원간판_태권도학원간판_아름다운 가게 간판
무원빌딩 간판설치후 전경

한계적 상황에서 출발하였으나 랜드마크적인 조형물보다는 개별 업종의 특성을 보여주는 쪽으로 안이 결정되었던 것은 '간판기능의 아이콘'에 대한 목표와 무엇보다도 프로젝트를 함께한 협력자들의 생산물을 중심언어로 가져가려는 노력이었다. 도시연대와 달리 이 프로젝트는 디자인 과정에 주민들의 거칠지만 가공되지 않은 언어가 살아있는 것이 장점이다. 주민들은 미술가들과의 첫 공동 작업을 통해서 자신의 언어가 가시화되는 경험을 가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일상적인 마주침과 관계를 통해서 지속성이 확보되고 앞으로 더 많은 가능성을 낳을 것이다. 공공미술에서의 이상적인 성공이나 관계란 있을 수 없다. 수많은 입장들과 변수들을 예술가 집단이 어떻게 풀어나가고 관계맺는지, 그 '과정'만이 남을 뿐이다.『imagine, 무원빌딩』프로젝트는 간판이라는 '디자인의 공공성'을 관계된 상인들의 개입을 통해서 제고하고 평범한 건물에 생명을 부여함으로써, 주변 도시 환경에 활력과 재미를 불어넣는다. 먼 거리에서 이 작품을 본 사람들은 호기심과 재미를 느낀다고 한다. 이는 기존 간판이 붙여져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삭막한 도시 환경에 식물성과 아이콘들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 우리 도시환경은 상업논리라는 사적영역이 공동의 '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접근과 실험을 필요로 한다. 과잉공급된 주변 건물들로 건물에 빈상가 생기고, 이를 예술가들의 작업실로 내어준 건물주인의 해법도 그 하나가 될 수 있다. 이제 예술가들이 그러한 공공적 기여의 정신을 지역사회 안에서 뿌리 내리고 있다. 무원빌딩에서 피어난 건물아이콘들은 그 첫 시도로서 인정받아야 하며, 앞으로 전개될 다양한 공공적 예술실험들을 꿈꾸게 만든다. 주민들과 주변 지역민들 또한 평범한 무원빌딩이 아닌, 예술이 피어나는 무원빌딩으로 새롭게 인식하게 될 것이다. 지역 속에서 작지만 꾸준한 예술작업들이 무엇을 일궈나갈 수 있는지 생각해 볼 때, 본 프로젝트의 의미와 효과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관건은 지역시민으로서의 예술가들이 한시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노리기보다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망을 바탕으로 느리지만 단단한 변화들을 만들어 내는 것, 은 그 시작지점에 서 있다. ■ 전민정

Vol.20060501e | GRAF 2006 : 열 개의 이웃_10 : Imagine-무원빌딩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