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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428_금요일_06:00pm
국승은_김미로_박광열_박영근_송대섭_신수진_신장식_윤동천_정상곤_정원철 Michael Barnes_ Justin Diggle_ Bill Fick_Dusty Herbig_John Hitchcock _Amanda Knowles _Scott Kolbo_Karen Kunc_Charmaine Martinez_Ashley Nason
세미나_2006_0428_금요일_04:00pm~06:00pm 발표 및 진행_강태성_시간을 둔 공동작업_여러 작가(Multiauthorship)의 혼성성 김진아_「타자」와 「혼종성」의 변주: 탈냉전시대의 미국미술 신수진_미국 판화 컨퍼런스의 현황 / 임정희_예술공동작업의 생태문화적 의미와 가치
후원_서울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갤러리 선컨템포러리 서울 종로구 소격동 66번지 Tel. 02_720_5789 www.suncontemporary.com
또 다른 변증법, 디아레티케 (dialectike)와 공동작업 ● 21세기의 놀라운 과학 발전은 유전적 혼성의 문제까지 다루게 되었으며, 이러한 새로운 영역에 대한 연구는 예술가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신수진은 'genetic imprint' 라는 관점에서 새로운 과학적 업적, 존재론적인 혼성성에 대한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예술적인 다양한 '혼성'에 관한 노력은 이미 90년대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도 다양한 논의를 거쳐, 진행되고 있었으며, 이것은 또 다른 포스트 모던적, 혼성적 존재론을 탄생시켰다. 기획자는 유전적인 혼성성을 같은 '화면'을 두 작가가 완성한다는 '공동작업'- 소통되지 않은 노력으로 보고 진행한다. 여기서, 기획자는 '작품' 하나를 하나의 생명체가 있는 탄생의 결과로 보는데 여기엔 기본적으로 의인화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그 부모가 되는 것은 '예술가"로서, 작품은 한국과 미국의 작가가 반쪽의 결과물을 보고 그것에 덧붙이는 방식을 취한 것이다. ● 이러한 반쪽 완성은 생명의 수정에 있어서, 난자이던 정자이던 반쪽짜리 유전적 정보와 상당히 유사하다. 그러나 여기서 유전과 다른 점은 보낸 이의 입장에서는 그 작품의 반쪽 밖에는 모르지만, 완성하는 이에게는 자신의 의도를 더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한편, 이러한 반쪽 완성자 또는 미완성자의 작가는 '기대'의 재미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작업은 '기다림'과 '됨'이라는 변증법적인 논리가 기초하는 작품 세계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이러한 공동작업은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시차를 두고서, 반쪽 완성을 거쳐 완성이라는 '변증법'dialectic 의 구조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왜 변증법인가? 그 이유는 단순한 공동작업이 아니라, 한 사람에 의한 중간 완성이 있으며, 다시 다른 한 작가가 완성을 한다는 점에서, 2중의 완성의 과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절의 완성은 사실 뒤샹의 미완성의 개념과는 다른 또 하나의 작품의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 또한 작가는 전시회에서는, 자신의 고유한 작품을 제시하고, 공동으로 제작한 작품이 같이 출품되어 '하나로 합해져 가는 과정'을 보인다는 점에서 변증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변증적인 것은 분열(dia, division)이며, 말하는(letike) 것이다. Phedre에서 플라톤은, 변증법적인 과정은 "분열의 과정"이고, 다시 모아가는 과정(sunagoge)이라고 하였다. 곧, 형상의 분열에 관련된 것과 가까이 있는 논리적인 차별화라고 철학자들은 지적한다. 바로, 신수진이 기획하는 논리와 상통하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또한 한 작가가 작품의 반을 완성한 후 다시 덧붙이는 방식은 새로운 단계의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국적과 성장 배경을 가진 두 나라의 작가들이 반씩 작업하는 것은 하나의 작품이라는 관점에서는 '이질성'을 보여주는 것이고, 혼성되는 것의 또 다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 나타나는 '두 개의 마침'은 하나의 작품을 두 개의 시점으로 보고 완성하는 것이다. 두 단계의 완성은 한 작품- 한 작가의 일반적인 등식을 파괴한다. 즉, 한 작품- 두 작가라는 것이며, 어느 누구도 작품의 완성까지 모든 과정을 통제할 권리가 없는 것이다. 작가는 시작할 권리가 있거나, 끝낼 권리 중 하나만 있는 것이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은 공동작업에서 요구되는 두 사람의 동의와 협상과는 무관한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이 때의 공동작업은 재미있게도, 의사소통이 없는 작업으로, 2개가 단절적이고 분절적으로 만나는 작업이며, 여기에는 한 사람의 해석이 필요한 것이고, 부가하는 '접합'이 요구된다. 이 접합은 시작한 작가편에서는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 자신의 권리가 아니라서, '우연'이며, 끝내는 작가입장에서는 '의도'이다. 그래서, 우연-의도이거나, 의도-우연이라는 묘한 작품의 관계를 형성한다. 이러한 관계는 철저하게 너와 나의 분절적인 이분법이 만나는 것이다. 대화자(변증적)의 관점에서 볼 때, 새로운 '너-나'의 대화 없는 병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 너와 나는 한 화면에서 분열적으로 섞이고 만나, 새로운 형상성, 무의도의 의도 또는 의도의 무의도를 형성한다고 할 수 있다. (한 작가의 입장에서 볼 때, 물론 두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 이전 과정이 다른 사람의 다른 의도가 합성된 것이지만 말이다).
이러한 관계는 언어학적으로 '지시자의 변환' 또는 '대명사의 변환'과 유사하다. 벤베니스트 관점에서의, 하나의 관점에서 다른 관점으로 옮아가며, 그 말하기의 순간성을 강조하는 것과 같은 관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언표(enunciation)는 매 순간 말하기의 진리와 같은 변화의 측면을 보여준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림은 이야기(recit, 짧은 이야기)와 같은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살아온 행위와 사건의 연속이다. 한 사건에서 다른 사건으로 연이어 일어나는 모든 사건은, 행위자체를 구성하거나 연관한다고 이야기된다. 그래서 여기서 보면, 이들 작품은 '두 개의 시간대가 존재하는 것이며, 두 개의 문화권이 병렬적으로 보여지는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사건과 행위의 시간적인 연속은 '인과율', 즉 원인을 배가 시킨다. 롤랑 바르트는 이러한 이야기(recit)를 la generation du syllogisme abusive, 즉 자의적인(남용하는) 삼단논법을 생성시키는 것으로 말하였다. 사실, 이러한 이야기는 라틴어로 'post hoc ergo propter hoc' 문자 그대로 번역한다면, "그것 다음이고, 그래서, 그것 때문이다."라는 말이다. ● 본 전시회는 바로 새로운 논법으로, 원인이 되는 또 다른 완성, 시간적인 차이의 완성으로 새로운 작품의 존재론적인 의미를 탐색하는 좋은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 강태성
최근 유전학의 급속한 발달은 우리에게 인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겨주는 동시에 인간의 존엄성과 도덕성의 문제를 제기하며 전세계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생물과학과 판화 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학에서 내년 봄에 열리는 미국 판화계의 가장 큰 연례행사인 Southern Graphics Conference의 주제를 "Genetic ImPrint: 판화 게놈 프로젝트"로 잡은 것은, 유전학을 둘러싸고 있는 이러한 논란들을 미술, 특히 판화라는 틀과 접목시켜 재구성해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예술가에게 있어서 '유전자'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이 "Crossing Gene" 프로젝트는 한 예술가가 작품을 만들어낼 때 나름의 독특한 이미지, 또는 이미지를 구성하는 법칙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이 바로 예술가의 유전자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예술가의 유전적, 환경적 요인은 과연 예술가의 시각적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 그 서로 다른 시각적 유전자들이 한 작품 안에서 결합될 수 있는가. 또 결합되었을 경우 그 결과로 나오는 작품은 단일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 작품과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이 프로젝트는 위와 같은 의문들을 풀어보고자 한국작가 10인과 미국작가 10인들 간의 공동작업을 포함하도록 기획되었고,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 1인의 한국작가와 1인의 미국작가가 한 팀이 되어, 각 작가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 언어를 사용하여 판화를 제작하는데, 판화가 에디션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두 점 이상의 에디션을 만들고, 에디션 중의 한 장을 완성되지 않은 채로, 문서화된 정보 없이 상대편 작가에게 서로 보냈다. 상대편의 미완성된 작품을 받은 작가는, 자신의 나머지 작품 뿐 아니라 상대편 작가의 작품까지 자신의 조형 방식으로 완성을 하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 팀을 이룬 두 작가에게서 네 종류의 판화작품이 만들어 질 것이다. 그 중 두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각각의 개별 작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다른 두 작품은 국적과 작업 배경이 다를 뿐 아니라 서로 다른 작업 유전자를 가진 두 작가에 의해 함께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들 네 작품들은 하나의 세트로 함께 전시될 것이다.
문화적 배경과 작업방식이 다른 작가들이 서로 상대방 작품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조화롭게 완성해 가는 『Crossing Gene』프로젝트를 통해 시각적인 언어로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면서 서로의 고유한 특성들을 존중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또한 이미지를 순차적으로 쌓아나가는 판화적 방식들과 화면을 채워나가는 방식들이 작가들마다 다르게 사용되고 그것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결과물들의 전시는 작가들에게뿐만 아니라 일반 관람자들에게도 새로운 창작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열린 장이 되길 기대한다. ■ 신수진
Vol.20060426b | 한미 판화 교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