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천사

박헌열展 / PARKHEONYOUL / sculpture   2006_0421 ▶ 2006_0507

박헌열_나무와 천사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박헌열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6_0421_금요일_05:00pm

서울시립대학교 갤러리 엠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시립대길 13번지 Tel. 02_2210_2550

작가와의 대화에서 ● 이번에는 계획하여 작품을 만들었다기보다 작품이 저절로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작업과정에 나는 단지 내 몸만 빌려 준 것 같습니다. 막상 작업할 때는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생각조차 별로 들지 않았습다. ● 「나무와 천사」라는 주제를 내세웠는데도 몸만 빌려줬다고 생각하는군요? ● 적어도 내가 이것을 이렇게 끌어가야지 하는 강박관념에서는 벗어난 것 같습니다. 하나 하나의 오브제를 만들 때마다 그 것들만으로도 존재하고 그 들이 짝지어 다른 이야기를 만들고 셋, 넷이 모이면 또 다른 얘기가 이어지는 것 같았습다.

박헌열_나무와 천사 N602_최종작품-브론즈_50×50×250cm_2006
박헌열_나무와 천사 N606_최종작품-브론즈_80×80×250cm_2006

「나무와 천사」시리즈에 대해서 말해 주세요. ● 애초에「나무와 천사」시리즈는 작가로서 내가 당면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떨쳐버리고자 기원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내 꿈을 천사를 통해서 이루고 싶어서, 동양이든 서양이든 신과 인간 사이에서 신이 전하는 축복과 인간의 바램을 매개하는 그 무엇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생명의 근원을 생각하며, 그 후 이어진「숲」시리즈에서는 다분히 조형적이고 추상적인 작업으로 넘어갔었습니다. 지난 2003년도에 발표한 작업들이 그 것입니다. 이번 작업들은 형식에 있어서는 크게 바뀌었어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어떻든 상상의 자유는 작가에게 허락되는 축복 중에 축복이라 생각됩니다. ● 지난번과 이번의 작업들은 겉보기에는 커다란 단절로 보입니다. 특히 이전 것은 추상적인데 이번 것은 재현적이라는 점에서... ● 많은 사람들이 작업은 이론적이고 개념적인 것을 정리한 뒤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나도 예전엔 그렇게 작업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생각을 지워버렸습니다. 내가 빠지고 나니까 내 작업의 패턴이야 어떻든 중요한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흙 작업은 금년 1월 13일부터 시작해서 2월 17일쯤 끝났습니다. 그러니 27점의 흙 작업이 한 달 정도밖에 걸리지 않은 셈입니다.

박헌열_나무와 천사 N612_최종작품-브론즈_80×60×280cm_2006
박헌열_나무와 천사 N614_최종작품-브론즈_60×50×260cm_2006

그렇게 짧은 기간에 일어난 일입니까? ● 물론 생각은 1년 넘게 머리에 가득했습니다. 그동안 작품은 물론이고 자아에 대한 집착이 굉장히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기 세계에 빠져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너무 좁게도 느껴졌습니다. 그런 속에서 내가 하고 있는 생각들이 정말 티끌 같다는 회의적인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를 지배하는 개성과 아집을 버리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고 작업은 진척이 없었습니다.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나를 버리고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고, 한달 동안 거의 빠짐없이 매일 아침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하루 15시간 이상씩 일할 수 있었습니다.

박헌열_나무와 천사 N619_최종작품-브론즈_48×65×210cm_2006
박헌열_나무와 천사 N620_최종작품-브론즈_46×55×240cm_2006

본인은 작업에서 자기는 빠졌었다고 말하지만 몸은 굉장히 고달팠겠군요? 작업은 요즘 조형 언어로 읽혀지기보다 바로크나 로코코 시대 조각가들의 조형적 기량이 느껴지는데... 한 달 동안의 일 치고는 너무나 엄청난 양이네요. ● 사실 나한테도 좀 낯설었습니다. 내가 해놓고도 코믹한 모습들을 보면서 웃음이 절로 나기도 했습니다. 나란 존재도 그동안에 여러 작품들과 작가들을 만나면서 작가는 어때야 되는구나 하고 학습해왔는데, 이번 작업에 들어가면서 그런 모든 선입견을 다 던져 버린 결과인 것 같습니다.

박헌열_나무와 천사 N621_최종작품-브론즈_60×50×270cm_2006
박헌열_나무와 천사 N622_최종작품-브론즈_60×58×300cm_2006

박헌열이라는 작가를 잘 아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워 할 것도 같네요. ● 나도 그런 우려를 많이 했었습니다. 화랑이나 컬렉터들은 한 작가에게 트레이드 마크 같은 작업을 지속하기를 기대하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새로움에 대한 도전을 하는 것을 포기하며 예술가의 길을 가고싶지는 않습니다. 이 세상에는 흥미꺼리가 무궁무진한데 그 어느 한 패턴에 묶여서 나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헌열_나무와 천사 N627_최종작품-브론즈_120×100×320cm_2006

이번 작품들을 특히 어떤 사람들이 봐주었으면 기쁘겠어요? 나무기둥 위에 앉혀진 조각품들이 낯설어 보이기도 하는데... ● 나무기둥은 자연, 생명체로서 땅에 뿌리내리고 있는 생명력을 드러내어 그 위에 스토리를 전개하고자 하는 생각으로 끌어들인 것입니다. 처음에는 나무기둥으로는 지구의 생명을 상징하고 천사는 하늘에서 전해지는 메시지적인 성격을 갖게 하고 싶었는데, 천사뿐 아니라, 크기와 볼륨을 뒤바뀌어진 괴물, 요정, 곤충과 같은 미물들을 통해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덧없는 것이 인간의 삶이지만 그 안에서 다시 존귀함을 찾고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찾고 싶은 생각에서 이런 생각들이 피어났습니다. ■ 이인범

Vol.20060424b | 박헌열展 / PARKHEONYOUL / sculpture

2025/01/01-03/30